약국에서 기다리다가 계산대에 비치한 손 소독약을 사용하려고 살폈다. 코로나19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소독약 병 누르는 방법이 여러 가지로 업소마다 제품 따라 다양해서 머뭇거렸다. 대기실에는 여러 사람이 기다리는 중이다. 옆에서 보던 젊은 색시가 노인의 서투른 실수를 지켜보다가 도와주려고 하는 참에 성공하니 멈춘다. 낯선 색시가 비록 실천을 중지하였어도 그 의도가 고마운 모습이라 느껴진다. 곁눈으로 느끼기에도 그냥 못 본 체하기 일쑤지만, 자기 가족처럼 생각하는 마음이 곱게 보인다. 평소 아는 사이도 아닌 낯선 사람을 도와주려는 착한 마음이 아름다운 모습이다. 꽃처럼 아름다워 보이는 세상이 눈썹 사이로 느껴진다.
어제는 교회 권사로 지낸 이웃 아줌마가 향년 86세로 작고하셨다. 장례식장에 도착하니 조화가 넘쳐 세울 자리가 비좁다. 대충 훑어봐도 굵직한 회사 사장님들 이름이다. 아들 하나와 두 딸을 거느렸으나 아들이 사회봉사로 성공한 일이다. 교회 권사로 활동하기 전부터 마음이 너무 착해 주위의 선망 대상이었다. 평소 남의 걱정도 내일이고 모든 것이 내 걱정으로 늘 마음을 쓰는 모습이었다. 위장에 체증 앓아 고생하던 사람 아줌마 도움 받지 않은 사람이 주위에 없을 정도다. 그때는 사람들 먹거리가 거칠고 배고픈 시절 병원 혜택도 어려웠던 때다. 의료시설이 부족하던 때라 농촌에는 침과 뜸으로 의존하던 어려웠을 시절이다.
나의 저서가 여러 권으로 그중에 읽기 쉬운 소설집을 출판해 바로 드렸더니 밤새우며 읽었다고 한다. 책의 내용보다 앞서 내 부지런함이 자랑스럽다고 하는 격려 말씀이 고맙다. 또 먹은 음식이 소화불량이면 아줌마 처방 혜택이 지금도 생각난다. 이웃 사람들에게 소화제 역할인 체증 내리는 기술로 도움을 주었다. 늘 남의 도움이 되는 생각을 가지고 살았으므로 천성의 권사로 산 보람의 기록인 생애다. 착하게만 살아온 업보가 자식들이 행복하게 살게 된 행운이다. 눈으로 보는 일과 마음으로 배운 몸에 밴 사랑이 결실로 나타난 일이다. 매일 습관으로 익히는 교육이 참교육의 보람이 되는 과정이다.
내가 면서기로 근무하던 때 출근길에 중학교 다니는 생질녀와 같은 버스에서 매일 만났다. 우리 큰딸과 동갑이다. 이웃 동네 사는 둘째 누님의 딸이다. 생질녀가 비좁은 버스에 등교 전쟁을 겪으며 겨우 올라오는 모습이 힘에 겨워 보이는 광경이다. 밖에는 세차게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나는 자리에 앉아 있었으므로 얼른 가방을 받아 주려고 했다. 그사이 잠깐만요 하더니 비좁아 떠밀리는 틈새에도 수건을 어렵게 꺼내어 책가방 빗방울을 열심히 닦아서 건네준다. 가방에 묻은 빗방울이 내 옷을 젖어 더럽게 할 것이 걱정되었던 생각이다. 나는 그런 줄도 모르고 뭔가 하고 기다린 셈이다. 바쁜 경황에 생각 없이 그냥 건네줄 가방이었으나 섬세한 마음 씀이 가상하다.
마을에는 4종 누님의 딸이 중학교 다니면서 아버지와 함께 나섰는데 아버지 옷 바지의 대문 지퍼가 열려 있었다. 자형은 그것도 모르고 버스 정류소로 바쁘게 나섰던 참이다. 그 중학생 딸이 아버지 바지 대문 지퍼를 보고 다급한 목소리다. 아버지 잠깐만요 하면서 자기 아버지 바지 지퍼를 올려 주었다. 우리 딸이 그런 광경을 발견해도 부끄러워 못 본척했을 일이라는 생각이다. 자형은 매우 상냥한 딸로 키웠다고 생각한다. 평소에 마음 쓰는 생각이 몸에 배지 않고는 얼른 실천하기 어려운 습관이다. 자기 가족부터 얼굴도 낯선 남의 안전까지 먼저 생각하는 마음은 쉬운 일이 아니다. 천사의 마음을 사람에게 비교하면 이런 마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천사 같은 생각들을 보며 사는 행복감이 저절로 생긴다. 천사는 하늘에만 사는 줄로 알았는데 주위에 사는 천사가 이제야 느껴진다. (글 : 박용 2023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