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나는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세상에 다시 태어난다면, 무엇으로 살고 싶은가?”
많은 사람들은 다시 인간으로 태어나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의 대답은 조금 다르다. 나는 다시는 인간으로 태어나고 싶지 않다. 매 순간 힘겨운 선택을 감당하며 기적처럼 살아내야 하는 삶은 너무 벅차고 위험하다.
나는 바람이 되고 싶다. 그것도 차갑고 거센 바람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살짝 흔들어주는 따뜻한 봄바람 말이다. 봄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누구나 그 존재를 느낀다. 얼어붙은 땅을 풀어주고, 움츠린 가지에 새싹을 틔우며, 망설이는 발걸음을 앞으로 내딛게 만든다. 억지로 붙잡거나 끌어당기지 않고, 그저 스쳐 지나가면서 자연스러운 변화를 일으킨다. 나도 그런 바람이 되고 싶다.
세상에는 길을 잃고 방황하는 이들이 많다. 남들이 정해놓은 길을 걷다 보니 자기 길을 놓쳐버린 사람, 삶의 무게에 눌려 멈춰 선 사람,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허공만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큰 충고나 위로가 아닐지 모른다. 오히려 조용히 등을 밀어주는 힘,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기운이 필요하다.
만약 내가 바람이 될 수 있다면, 그들의 곁을 스치며 이렇게 속삭이고 싶다.
“멈추어도 괜찮다. 하지만 다시 걸어갈 수도 있다.”
그 순간, 그들은 스스로 발걸음을 내딛고 마침내 자신만의 길을 찾게 될 것이다. 나는 그저 지나가는 바람일 뿐이지만, 누군가의 시작을 열어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래서 나는 다시 태어난다면 따뜻한 봄바람으로 살고 싶다. 인간의 욕심과 무게에서 벗어나, 흐르듯 스쳐 지나가며 누군가의 새 출발을 돕는 존재로.
그것이 내가 바라는 다음 생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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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채실짱
첫댓글 오늘 음력 7월15일(보름)
7월 백중(우란분절)에 마산 장수암에서 심부름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실짱님의 글을 읽으며 윤회와 인연을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