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갓집
남은례
엄마 치마꼬리 붙잡고 따라간 외갓집
골목 언저리 들어서면
고소한 냄새가 먼저 몸을 휘감는다.
겨우 넘어서는 대문 턱
뒤꼍 툇마루엔
대오리 채반 가득 제사음식 넘치고
가마솥, 쟁개비에 고깃국 펄펄 끓으면
눈치 없는 강아지는 신이 나서 투레질 한다.
달빛도 처연한 유월 그믐밤
냇내 그득한 대청마루 촛불이 켜지면
열 두 폭 병풍 앞엔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진들 놓여지고
정갈한 상차림에 향 타는 냄새 가득하다.
사변 중에 된서리 맞은 친정 생각에
출가외인 우리 엄마
애끓는 가슴
문설주 부여잡고 돌부처 되었네
피를 토한 곡소리에 담장도 무너지고
야속한 빨갱이들 하늘도 무심해라.
그렇게 댕돌같은 면장 댁 대문간엔
‘立春大吉’ 새겨진 누런 종잇장만
스산하게 너덜거렸다.
인연
남은례
오랫동안 기다렸다.
저녁 바람에 떨고
아침 바람에 녹고
서성이다가
돌아서다가
그렇게 겨울밤 같은 그리움으로
톡 톡 톡 기다림을 발로 차는 동안
키 작은 꽃들은 피고지고
바람은 들녘을 건너갔다 건너오고
긴 한숨소리 풀섶에 주저앉았다.
기다림에 지친 채
손등으로 눈물 한번 훔치고
돌부리도 힘껏 차보고
이제 그만 포기할까 생각을 닫으려할 때
따스한 손 하나 어깨를 스친다.
지나가던 눈발 몇 개 흩날려도 좋고
소낙비 쉼 없이 쏟아져도 좋다.
어느새 크고 억센 손등에
떨리는 내 손 포개 본다.
부유하던 시간
고통스런 순간들
내가 넘어지고 넘어질 때마다
오히려 손 내밀어 주었듯
이제는 이름만으로
따뜻한 위로가 되고
기억이 되어 보기로.
첨부파일 목록
약력
남 은 례
<창작수필등단 >
광주문인협회. 창작수필, 광주여류수필회원
광주문협이사, 광주여류수필회장 역임
수상: 교육부 학부모 교육 수기 대상
검찰청 청소년선도 편지공모 대상
광주문협 시민백일장 수필 장원.
제14회 전국연극제 시부 장원.
주소: 광주광역시 북구 양산제로 110
연제동 (연제주공 @ 106동 404호)
손전화~010-7413-8797
이메일~el195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