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문협 은학표 시인 ‘새는 날아 가고’
“보고픔이라는 숫자가 독버섯처럼...”
바퀴 달고 가는 세월 뒤엔 일편단심 해바라기였다
떼 무리를 잃고 저 하늘 헤매는 외로운 기러기였다
주인도 없는 허공에서 낮달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쩌면 이 순간까지 해결을 못한 숙제로 남았다
어제 쏜 눈먼 화살이 그리움만 관통해 버리고
고장이 난 세월 속에 임자 없는 무덤이 되어 버렸다
산사 풍경소리같이 물방울 같은 눈물이 흩어 진다
초저녁에 별똥별로 그 옛날 추억이 스쳐 지나 간다
세월은 이미 먼 발취에서 졸고 배가 고픈 떠돌이로
처마 및 고드름이 되어 매달린 채 벌벌벌 떨고 있다
불치병에 걸려 살아가는 것조차 너무 버거워 지고
동네 어귀 장승처럼 누군가를 기다리는 그림자가 되었다
한 페이지 보다 더 가까운 페이지가 내게는 없어졌다
물을 채울 수도 없는 깨진 독 안에 거미줄로 진을 치니
납기일조차 지난 고지서로 대문 안에서 뒹굴고 있으니
사랑의 뒷모습은 어느 날 갑자기 딴 주소가 되어 버렸다
내가 붙인 우편은 수취인이 없는 주소로 우체통에 있고
생전에 꼭 한 번만이라도 보고 싶다고 애원을 해봐도
이른 새벽 나팔꽃 보다 먼저 피었다 지는 외로운 신세
다가가기가 너무 먼 강 건너 등불이 아닌지 모르겠다
달려가면 갈수록 역주행이 되어 버리는 상 하행선
나는 이쪽에 있고 너는 언제나 저쪽에서 딴 짓을 하고
오라고 손짓한들 이미 수중에 없는 그림자 같은 사람아
별이 지는 밤이면 새벽이 올까 두려워 깃발처럼 펄럭인다
어쩌면 평생 들국화로 살아야 할 운명의 덫인지 팔자인지
보고픔이라는 숫자가 독버섯처럼 여기저기 우후죽순이다
칠월 칠석 오작교 징검다리 위에서 한 번이라도 만나봤으면
옛날은 내 눈앞에서 아른거리고 현재는 외로워서 죽었다
[은학표 시인] 약력
* 서울 동작구 문인협회 회장 엮임 현 고문
* 2020 대한민국 최고 문예 스타상
* ‘설파의 불꽃’ 10번째 개인 시집발간
* 개인시비 예천군 성평리 ‘유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