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문(祭文) : 조 화순(趙和順) 시중(時中)에 대한 제문.노 도사(盧都事) 한(瀚)에 대한 제문.이 서윤(李庶尹) 대순(大純)에 대한 제문

[파워맨]

제문(祭文)

조 화순(趙和順) 시중(時中)에 대한 제문 /조익(趙翼)

아, 우리 숙부는 나를 버리고 떠나셨나요. 조카인 나는 호우(湖右)에 있다가 숙부의 서거 소식을 듣고는 경악하며 비통한 나머지 북쪽 하늘을 향해 부르짖으며 호곡(號哭)하노라니 간담이 찢어지는 것만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번거로운 관청의 업무에 매인 몸이라서 즉시 달려와 곡(哭)을 하지도 못하다가 지금 달포가 지나서야 비로소 급히 찾아와서 감히 한마디 말로 영결을 고하려고 합니다.

아, 우리 집안은 평시에 낙양(洛陽)의 동중(洞中)에 모여 살았는데, 여러 종부(從父)와 종숙부(從叔父)들이 매우 많았으므로 동중의 사람들이 성족(盛族)이라고 일컬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엄군(嚴君 부친)이 가장 맏이이셨고 숙부가 가장 어렸던 까닭에, 숙부가 나보다 단지 4년 연상이었으므로 어린아이 때부터 함께 거하고 한집안에서 자라면서 마치 형제처럼 지냈으며, 점차 성장하는 동안에도 서로 따르며 서로 아껴 준 것이 친척 중에 특히 더하였습니다.

대개 우리 숙부는 자애롭고 선량하고 올곧고 정결하였으며 욕심이 적고 담박한 위에 의논이 정대하였으며 고금(古今)의 역사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으니, 실로 선인(善人)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숙부를 아는 자로 조카인 나만 한 이가 없었고, 숙부 역시 우둔한 나에게도 취할 만한 점이 있다고 인정해 주었으니, 가령 붕우로 지냈다 하더라도 마음을 알아주는 붕우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어려서부터 함께 자란 데다가 성장해서도 서로 알아주고 아껴 주면서 함께 백발이 되었다가 지금 영원히 헤어지게 되었으니, 나의 비통한 심정이 과연 어떠하겠습니까. 아, 슬플 따름입니다.

숙부는 단량(端良)하고 염담(恬淡)하였으니, 실로 높은 경지를 지닌 선사(善士)였습니다. 그런데 만년에 이르러서는 생활이 너무도 곤궁해서 그야말로 사람 중에서 가장 참혹했다고 할 만하였습니다. 하늘이 명(命)을 내려 주면서 어쩌면 한결같이 이토록 치우치게 할 수가 있단 말입니까. 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플 따름입니다.

조카인 나와 숙부의 나이가 모두 육십을 넘겼는데, 다른 숙부들과 종숙부들은 모두 이미 세상을 떠나고 유독 숙부만이 남아 계셨으니, 나의 마음에 어찌 하루라도 떨어져 있고 싶었겠습니까. 단지 어지러운 세상이 아직 안정되지 않아 입에 풀칠하기도 참으로 어려운 상황이라서 호우(湖右)에 그대로 머무른 채 벌써 5년이 되도록 고향 산천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을 따름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비록 떨어져 있어도 끝내는 북쪽으로 돌아갈 것이요, 그리하여 죽음을 맞게 될 때쯤에는 반드시 숙부와 함께 지내면서 어울릴 수 있을 것이라고 항상 생각하였습니다. 그리고 숙부의 골상(骨相)으로 보더라도 응당 오래 사실 것이라고 항상 여겨 왔는데, 이와 같이 크게 잘못될 줄이야 어찌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내가 뒷날 돌아간다 하더라도 외톨이 신세가 된 무료(無聊)한 심정이 또 어떻겠습니까. 숙부에 대한 가슴 아픈 느낌만 더욱 한없이 들 것입니다. 아, 쓰라린 이 심정을 어떻게 말로 다하겠습니까.

나는 요즈음 정신과 근력이 쇠하는 정도가 날이 갈수록 심해져서 달마다 다르고 계절마다 같지 않은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 세상에 머무는 기간이 앞으로 얼마나 되겠습니까. 내가 죽고 나면 조상의 선영(先塋)으로 응당 가게 될 것이니, 이승과 저승으로 헤어져 있는 것도 얼마 지나지 않아서 끝이 나고 숙부의 혼백을 따라 천추토록 서로 어울려 노닐게 될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이렇게 슬퍼하는 것도 오래가지 않을 것이요, 슬퍼하지 않는 시간이 앞으로 길이 이어질 것입니다. 아, 말은 다함이 있어도 이 심정은 다할 수가 없습니다. 숙부도 나의 이 말을 듣고서 내가 슬퍼하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 아니면 알지 못하십니까. 한마디 말로 영결을 고하려니 고금의 일이 망연하기만 합니다. 아, 슬플 따름입니다.

祭趙和順 時中 文

嗚呼。吾叔其捨我而去耶。姪在湖右。聞叔之逝。驚愕痛苦。北向呼號。肝膽如裂。而牽於宂故。不能卽奔走來哭。今至月餘。始克馳來。敢一言以訣耳。嗚呼。吾家平時在洛陽洞中。諸從父，諸從叔父頗衆。洞人謂之盛族。而吾嚴君爲最長。叔爲最少。以是。叔長吾四歲。兒時同處。相長於一家。有若同生。而長來相從相愛。於親戚中尤然。蓋叔慈良介潔。寡欲恬靜。議論平正。又能知古今。實是善人也。知叔者莫如姪也。而叔亦知鈍愚有可取者。雖在朋友。

亦可謂知心之友也。幼而相長。長而相知相愛。以俱至白首。今而失之。其傷痛爲如何哉。嗚呼。叔之端良恬淡。實是高人之善士。而晩年窮困之甚。乃最酷於人。天之賦命。一何奇偏之至此哉。痛哉痛哉。姪與叔俱過六十矣。諸叔父，從叔父皆已零落。唯獨叔在矣。其心豈欲一日相離也。惟以世亂未定。糊口良艱。滯在湖右。而不得歸故山。今五歲矣。常謂今雖離闊。終當北歸。至於垂死之年。必得合處而相從也。又常謂叔骨法宜久壽。豈知其大謬如是哉。異日得歸。其踽踽無聊爲如何。而傷感益無窮矣。苦哉苦哉。姪近覺精神筋力衰落日甚。似月異而時不同矣。在世能復幾何。死當從先祖之兆。計幽明之隔。亦不幾時。而魂魄當相從於千秋矣。其悲者亦不久。而不悲者長也。嗚呼。言有盡而情不可盡也。叔其亦聞此而知其悲也耶。抑不知也耶。一言告訣。茫然今古。嗚呼哀哉。

노 도사(盧都事) 한(瀚)에 대한 제문 /조익(趙翼)

아, 조카인 나와 숙부는 한집안의 친척인데도 숙부는 청주(淸州)에 계셨고 나는 경성에서 성장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임진년에 난리가 일어난 뒤로 공주(公州)의 외갓집 농가에 모여 살게 되었는데, 그때 나는 비로소 소년기에 접어들었고 숙부는 이미 어엿한 장부(丈夫)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1년쯤 살던 그 당시에 내가 《상서(尙書)》를 읽으면서 숙부로부터 가르침을 받곤 하였습니다.

그로부터 30여 년이 지나 나의 나이가 오십에 가까웠을 때에 조정의 직위를 얻게 되었는데, 숙부도 말관(末官)으로 재직하고 있었으므로 경성에서 다시 만나 몇 년을 또 보냈습니다. 그때 우리 모친이 더할 나위 없이 친근하게 대하면서 숙부를 마치 친동생처럼 여겼는데, 임종(臨終) 무렵에도 숙부를 잊지 못하고서 간절히 부탁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초상(初喪) 때에 관렴(棺斂)을 하는 일도 숙부가 실제로 몸소 하고는 매번 모친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곤 하였으니, 아, 슬픈 일입니다.

우리 숙부는 재망(才望)이 일찍부터 드러났습니다. 청주(淸州)는 예로부터 문재(文才)가 많았는데, 숙부는 이공 시발(李公時發)과 한때에 이름을 나란히 하였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운수가 기박(奇薄)해서 백발이 되어서야 미관(微官) 하나를 얻었고, 그것마저도 다시 이루지 못한 채 끝내는 현감(縣監) 자리 하나도 얻지 못하고서 그만 세상을 떠났단 말입니까. 하지만 이것도 어찌 운명이 아니겠습니까. 세간에서 부침(浮沈)하며 영욕(榮辱)이 교차하는 현상 중에도 이와 같은 것들이 원래 많으니, 이런 일이야 말할 것이 또 뭐가 있다고 하겠습니까.

내가 병자년과 정축년의 난리를 겪은 뒤로는 옛 농장인 이곳에 와서 거하게 되었는데, 숙부가 계신 곳과는 이틀 정도만 가면 닿을 거리에 있었으므로 가벼운 마음으로 한번 찾아뵙고서 오랫동안 헤어진 회포를 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였습니다. 그러나 생활이 굶주릴 정도로 곤궁해서 인마(人馬)를 항상 구비할 수가 없었고, 또 팔순이 되신 노친을 모시고 있기 때문에 뜻대로 출입하기도 어려운 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자그마한 소원도 풀지 못한 채 느닷없이 흉한 소식을 듣게 될 줄이야 어찌 알았겠습니까.

평소에 돌봐 주며 아껴 주신 은혜를 생각하고 이 세상에서는 영원히 이별하게 된 것을 슬퍼하면서, 동쪽 하늘을 바라보며 호곡(號哭)하노라니 애간장이 끊어지는 것만 같습니다. 그런데 부음(訃音)을 들은 지 이미 석 달이 지났는데도 다시 농사일이 한창 바쁠 때라서 영구(靈柩)에 나아가 작별 인사도 드리지 못하였으니, 슬프고 한스러운 이 심정을 또 어떻게 말로 다할 수 있겠습니까.

이번에 변변찮은 제 자식 복양(復陽)이 도내(道內)의 고을을 맡아 다스리면서 공무(公務)로 그곳에 가게 되었으므로 마침내 제전(祭奠)을 올리도록 하였는데, 우리 숙부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한편으로는 슬퍼하고 또 한편으로는 기뻐하시리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나도 이번 겨울이나 아니면 내년 봄쯤에 부득이한 일만 없다면 한 번 급히 달려가서 황량한 언덕 초목 사이의 숙부의 묘소를 찾아뵙고 실컷 통곡한 뒤에 돌아올 생각입니다. 이렇게 말씀을 드리려니 비통하기만 한데, 숙부는 나의 말을 듣고 계십니까, 듣지 못하고 계십니까. 아, 슬플 따름입니다.

祭盧都事 瀚 文

嗚呼。姪與叔是一家之親。而叔在淸州。姪生於洛下。至壬辰亂後。會于公州外家農舍。姪始成童。叔已仡然爲丈夫矣。同處且一年。其時讀尙書。從叔受也。其後三十餘年。年近五十而獲位于朝。叔亦得末官。會于京城又數年。吾母敦睦甚至。視叔如親弟。至於臨終。眷眷托叔。初喪棺斂。叔實親之。每思之流涕也。嗚呼。吾叔才望夙著。淸州自古多文才。而叔與李公時發。齊名於一時。奈何奇蹇。至白首始得薄官。又復不遂。終不得一縣而歸。豈非命也。世間升沈榮辱。如此者固多。亦何足言。姪丙丁亂後。居此舊莊。相距只兩日程。深欲翩然一往。以敍闊別之懷。而困於窮餓。人馬常不俱。又奉八十老親。出入亦難如意。豈知夫微忱未展而凶聞遽及。思平昔之眷愛。悵此生之長隔。東望號哭。肝膽如割。且聞訃旣出三月。而又以農務方劇。臨柩而訣。亦又不能。此心悼恨。又何可勝。今者迷兒復陽爲邑於道內。因公以往。令遂進奠。想吾叔且悲且喜於冥冥之中也。姪亦於冬間或明春。若無不得已之故。當一馳往。省叔於荒原草樹之中。呼慟而歸也。斯言悲矣。叔其聞也耶。不聞也耶。嗚呼哀哉

이 서윤(李庶尹) 대순(大純)에 대한 제문 /조익(趙翼)

아, 예전에 내가 광주(廣州) 시골집에 있을 적에 군의 집은 남양(南陽)에 있었다. 그 중간에 냇물 하나가 흘러 경계를 이룰 뿐, 남쪽 냇가와 북쪽 냇가 사이의 동산 숲이 마주 보이고 밥 짓는 연기가 서로 바라다보일 정도로 가까웠다. 그래서 우리 두 집안이 동향(同鄕)의 연분을 지니고서 친척과 다름없이 가깝게 지내었다.

그때 군이 나에게 와서 공부를 하였는데, 그것은 실로 군의 아동 시절부터였다. 나의 학문이 엉성해서 군에게 가르침을 베푼 것이 꼭 합당했다고 할 수 없었지만, 군의 재질이 워낙 특출해서 일취월장(日就月將)한 결과 몇 년 사이에 문의(文義)가 크게 발전했으므로 머지않아 성공할 것이라고 내가 기대하며 의심하지 않았다.

그 뒤에 나는 호서(湖西)로 옮겨 갔고 군도 경성으로 장가들었으므로 전일처럼 다시 상종(相從)할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군의 문재(文才)가 장족의 발전을 해서 이미 다른 사람들이 따라올 수가 없었으므로, 과거에 급제하는 것 역시 군에게는 마치 지푸라기를 줍는 것처럼 쉽기만 하였다.

그러다가 내가 경성에 있을 당시에는 군이 용산(龍山)에 거주하면서 어느 한 달도 거르지 않고 나를 만나러 찾아오곤 하였으며, 내가 용산에서 거상(居喪)할 때에도 오직 군이 나의 의지처가 되어 주었다. 그리고 난리를 겪고 나서 내가 향곡(鄕曲)에 물러나 숨어 살 적에는 군이 잇따라 군현(郡縣)을 맡아 다스리고 있었는데, 수천 리나 떨어진 먼 곳에 있을 때에도 서신으로 안부를 묻고 먹을 것을 보내 주는 일이 끊이지 않았다. 그대가 나를 사랑하는 마음은 참으로 부형(父兄)을 대하는 자제(子弟)의 그것과 같았다. 아, 슬프다.

내가 최근 2, 3년 사이에 아들과 딸과 사위와 손자 등 모두 여덟 사람을 잃었으니, 이는 참으로 내가 신명(神明)에게 죄를 진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또 군과 같은, 내가 사랑하는 나의 문하생을 잃고 말았다. 그리하여 안팎으로 참혹하고 비통한 일을 당하였으므로 간장(肝腸)이 이미 다 소진되고 말았다. 아, 슬프다.

군의 성품은 인자하고 선량하였으며 행실은 효성스럽고 우애가 있었으니, 이것만으로도 본시 보통 사람을 뛰어넘는 훌륭한 선비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군의 재질이 또 명민해서 백성을 돌보고 정사를 다스리는 일에 실력을 발휘하여 어디에 있든 공을 세우곤 하였다. 그래서 바야흐로 군의 명성이 뚜렷이 드러나는 가운데 세상에 높이 쓰여 길이 복을 향유하리라고 기대하였는데, 장년(壯年)의 나이에 병도 없이 갑자기 세상을 떠날 줄이야 어찌 생각이나 하였겠는가. 하늘이여, 하늘이여, 이것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아, 슬프다.

이제는 이미 고인이 되었으니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고 말았구나. 전일에 상종했던 좋은 인연과 서로 사랑했던 정분을 생각할 때마다, 그리고 참으로 아까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나 스스로 마음을 가누지 못한 채 상심하며 오열(嗚咽)을 금치 못하였다. 그러다가 지난번에 상경해서 궤연(几筵)에 한 번 곡을 하여 나의 슬픈 마음을 조금 풀긴 하였으나, 급히 시골로 돌아와야 했기에 술 한 잔도 올릴 겨를이 없었다. 지금 나의 아들이 서울로 가는 기회에 변변찮은 제물(祭物)이라도 마련해서 영결을 고하게 하였는데, 군은 이것을 알고 있는가. 아, 슬프다.

祭李庶尹 大純 文

嗚呼。昔我在廣村。君家南陽。中間一水。畫爲界限。南涯北涯。園林相對。煙火相望。兩家鄕井之分。無異親戚。而君從我學。實自童年。吾學疏迂。施敎未必合宜。而君才自穎異。日就月將。數年之間。文義大進。吾固期其不久而有成也。其後吾移去湖西。君亦娶于京城。不能復相從如前日。而君之文才長進。已出於群士。取科第如拾芥矣。及我在京城。君居龍山。君之來見我。無旬月之虛。及我守喪在龍山。唯君是依。至亂後退伏鄕曲。君連仕郡縣。遠者幾千里。而書問餽餉不絶。其愛我之情。誠如子弟之於父兄也。嗚呼。吾三兩年來。喪子女壻孫凡八人。誠由得罪神明。而又失及門之士相愛如君者。內外慘痛。肝腸已消盡矣。嗚呼。其慈良之性。孝悌之行。自是過人之佳士。而其明敏之才。施於臨民治事。所在有蹟。方期聲望著聞。顯用於世。以享遐遠之福。豈意壯年無疾。奄爾摧折。天乎天乎。此何爲哉。嗚呼。今已爲古人矣。不可復見矣。每思昔日相從之好。相愛之情。及其爲人之可惜。自不堪其傷心而嗚咽也。頃日上洛。嘗一哭於几筵。少瀉余哀。而悤悤下歸。未暇奠一杯也。今因兒子之往。令以薄奠告訣。君其知也耶。嗚呼哀哉。

김 의흥(金義興) 도(濤)에 대한 제문 /조익(趙翼)

아, 거원(巨源)이 가셨는가. 그동안 10여 년을 보지 못했는데,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구나. 거상(居喪) 중에 있는 사람은 예법상 말을 할 때 문채 나게 하지 않는 법이다. 그런데 지금 나의 벗이 죽어서 영결하는 한마디 말이 없을 수 없기에, 대략 평소의 정의(情誼)와 노년에 이르러 서로 헤어졌다가 영원히 이별하게 된 비통함을 말하여 혼령에게 고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나의 마음을 토로하는 것일 뿐이니, 어찌 말을 문채 나게 할 것이겠는가. 아, 슬프다.

형은 나보다 나이가 한 해 아래였는데, 영아(嬰兒) 때부터 서로 알고 지냈으니 우리는 참으로 죽마지우(竹馬之友)라고 할 것이다. 그러다가 임진년의 왜란(倭亂)으로 헤어진 것이 실로 아동 시절의 일이었는데, 그 뒤 정유재란(丁酉再亂)이 일어났을 때에 형이 남쪽 지방에서 올라와 우리 집에 의탁하였으므로 거의 10년 동안이나 구포(鷗浦)에서 함께 살게 되었다.

그때 내가 처음으로 《심경(心經)》과 《근사록(近思錄)》 등의 글을 읽기 시작하였는데 형이 이것을 보고 웃더니 그 뒤에 그 설을 익히 듣고는 좋아한 나머지, 마침내 그동안 공부해 왔던 것을 모두 버리고서 내가 읽고 있는 것을 읽기 시작하였다. 보통 사람들보다 자품(資稟)이 훨씬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면, 선(善)을 듣고서 제대로 따르는 일을 이와 같이 쉽게 할 수가 있었겠는가.

이로부터 심지(心志)와 사업(事業)을 서로 함께하면서 의기투합하였으니, 우리의 교분을 어떻게 세속의 교유와 비교할 수가 있겠는가. 무릇 사람들이 골육인 형제에 대해 친애하는 면에서는 지극한 점이 있다 해도, 그 심지와 사업 면에서는 서로 함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우리는 죽마지우로서 마음을 같이하는 벗이 되었으니, 그 정분이 골육인 형제와 다를 것이 뭐가 있겠는가.

내가 병자호란(丙子胡亂)을 겪고 나서 신창(新昌)에 내려와 거하였는데, 그 이전에도 서로 보지 못한 것이 이미 몇 년이나 되었다. 우리 둘 사이의 거리가 거의 5, 6백 리나 될 정도로 멀었을 뿐만 아니라, 그 사이에 또 험준한 대령(大嶺)이 가로막고 있어서 왕래하기가 매우 어려웠으므로 서찰 한 통을 얻는 일도 매우 드물기만 하였다. 그래서 다행히 서찰이라도 얻게 되면 그때마다 기쁨을 참지 못하였는데, 이는 형이나 나나 모두 마찬가지 심정이었다.

그리고는 항상 이승에서는 다시 만나 보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탄식을 하곤 하였는데, 지금 실제로 그렇게 되고 말았으니 내가 어떻게 목을 놓아 길이 호곡(號哭)하지 않을 수 있겠으며, 애도하며 비통하게 여기는 심정을 그만둘 수가 있겠는가. 비록 그렇긴 하지만 나의 나이도 금년에 이미 칠십이 되었으니, 이 세상에 살아 있을 날이 또 얼마나 되겠으며, 죽어서 형을 볼 날이 또 얼마나 멀기야 하겠는가. 이렇게 생각하면 그렇게 슬퍼할 것이 없을 듯도 하다.

내가 듣건대 형이 한가히 거하면서 글을 읽는 일을 그만두지 않았다고 하는데, 도에 대해서 터득한 점이 있지 않은 사람이라면 어떻게 이와 같이 늙도록 게으르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이는 이른바 다른 사람들이 맛보지 못한 것을 제대로 맛본 분이라는 말에 해당된다고 할 것이다. 왕년에 형이 저술한 역설(易說)을 보내 주었는데, 내가 비애(悲哀) 중에 있는 몸이라서 모두 살펴볼 겨를이 없기는 하였지만 형이 몇 년을 두고 이처럼 독실하게 공력을 기울인 것을 알 수 있었기에 마음속으로 깊이 경탄해 마지않았다.

대저 선량한 자질을 본래 갖추고 있는 데다가 일찌감치 이 학문에 대해 들은 바가 있어서 이처럼 늙도록 부지런히 공부하였고 보면, 그 학문의 소득과 그 덕성의 성취를 어찌 사람들이 따라갈 수가 있겠는가. 아, 한없이 많은 사람들 중에서 도를 듣고서 죽은 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그런 면에서는 형이야말로 유감이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아손(兒孫)이 영남(嶺南)으로 간다기에 그 길에 형의 영전(靈前)에 술 한 잔을 올리게 하면서 이렇게 고하게 되었는데, 형은 이 말을 듣고 계시는가. 아, 슬프다.

祭金義興 濤 文

嗚呼。巨源已矣。不見十有數年矣。今更不可見矣。草土中人。在禮言而不文。今吾友之亡。不可無一言之訣。故粗道平生情誼及暮年相離以至永隔之痛以告之。只寫吾此心而已。豈是文也。嗚呼。兄少我一年。相知自嬰兒之時。眞所謂竹馬交也。壬辰分散。實在童年。及丁酉亂。兄自南方而來依我家。鷗浦同處者幾十年。始吾讀心經，近思等書。兄見而笑之。其後習聞其說而悅之。遂盡棄其所學。而讀吾之所讀。非資稟之美過人遠者。其能聞善而從之。如是之易耶。自是。心志事業。相同相合。其相好之情。豈世俗交游之比也。凡人骨肉兄弟。親愛則至矣。然其心志事業。未能相同者多矣。夫以竹馬之友。爲同心之友。其情與骨肉兄弟何異也。

吾自亂後。來居新昌。其前不見者已數年矣。兩地相去。殆五六百里之遠。又間以大嶺之險。路殊便絶。得一札亦甚罕。幸而得之則輒欣然喜。兄與我皆然也。常以此生難得再見爲嘆。今果然矣。吾安得不失聲而長號。悼痛之不能已也。雖然。吾今年已七十矣。在世亦幾何。死而相見亦幾何。此可以不悲矣。聞兄閑居讀書不廢。非有得於道。安能老而不倦如是耶。所謂能味人之所不味也。頃年寄所著易說。余在悲哀中。不暇盡究觀。而可見其積年功力如是之篤也。深爲驚歎也。夫本以良善之資。早有聞於此學。孜孜至老如是。其學之所得。德之所造。豈人人所可及哉。嗚呼。茫茫衆萬之中。聞道而死者幾人。兄其可以無恨也。今兒孫適嶺南。因使進奠於靈筵。而告之以此。兄其聞此耶。嗚呼哀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