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스민을 좋아한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부룬펠지어 자스민을 사서 키웠다.
그런데 그건 이름만 자스민이었다.
보라꽃이 피었다가 나중에 흰꽃으로 바뀌었다.
뭔가 이상했다.
향기가 좋은 듯 했지만 뒷맛이 살짝 구렸다.
나중에 알고보니 자스민차로 마실 수 있는건
아라비안 자스민 뿐이었다.
'진짜' 자스민을 키워보고 싶어
조그만 화분으로 하나를 사서 몇 년간 키웠다.
꺽꽂이가 잘 되진 않는데 하나를 성공시켜 화분 두개가 되었다.
본래 아열대성 식물이라 따뜻하기만 하면
계절에 상관없이 계속 꽃이 핀다.
그러나 달달하고 향긋한 꽃이 펴서 그런지
벌레가 창궐하기 십상이다
한여름에는 달걀 노른자와 식용유를 1:1로 섞어 물 500ml에 서너 방울 떨어뜨린 다음
분무기에 넣어 꽃, 잎, 화분 흙에까지 흠뻑 뿌려주면 벌레가 퇴치된다.
하지만 효과는 고작 일주일뿐이라
생각날 때 마다 날이 추워질 때 까지 계속해야 한다.
고작 만 하루만 만개하고 미련없이 떨어지는
자스민 꽃은 기막힌 향기가 압권이지만 열매가 없다.
그래서 열매맺지 못하는 삶이라서 의미가 없을까?
떨어진 꽃잎을 모아서 냉동실에 넣어두었다가
가끔 외롭고 쓸쓸한날
꽃잎 몇 개를 덖어서 차로 마시면
향기가 내 등을 토닥여주며 위로해준다.
지난 3월 초에 '마다가스카르 자스민' 화분을
하나 구입했다.
여름에 피는 꽃이 향기롭다고 해서
구미가 당겼던 것이다.
배송된 포장을 열어보니
작은 화분에 덩굴이 대충 둘둘 감겨 있었고
잎에는 흙이 잔뜩 묻어 있었다.
잎에 묻은 흙을 닦아내고 창가에 두었다가
분갈이를 했다.
한 달 정도 지나니 새로 움이 트고 줄기와 잎이 자라났다.
한여름이 되니 대처가 불가능할 정도로 덩굴이 자라나 할 수 없이 서로의 줄기를 타게 만들었다.
가을이 되었다.
기다리던 꽃은 피지 않았다.
잎과 줄기는 무성해졌지만
올해 꽃은 피지 않을 것이다.
그럼 실패인가?
살아났으니, 그것도 무성하게 살아났으니
성공이다.
내일을 기약할 수 있으니 성공이다.
흔들리며 흔들리며 피는 꽃도
어렵고 어렵게 맺는 열매도
의미가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더 많은 삶들도
각자의 의미가 있다.
꽃피우지 못하는 삶도
다 의미가, 큰 의미가 있다.
첫댓글 정성 가득한 꽃나무~
저희 집 화분들은 모두 방목형으로 기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