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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여성의 목숨을 범칙금 5만원으로 취급한 경찰을 규탄한다
▪ 일시 : 2017년 8월 11일(금) 오후 3시~3시 반
▪ 장소 : 경찰청(서대문역 8번출구)
▪ 취지
- 8월 10일 새벽, BJ 김모씨는 ‘살인하겠다’며 여성 BJ의 집을 찾아가는 과정을 실시간 생방송으로 진행했습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추적 끝에 경기도 모처에서 김씨를 찾아냈고 그는 한 파출소로 임의동행 돼 아침까지 조사를 받았습니다. 경범죄처벌법상 '불안감 조성' 행위로 범칙금 5만원 통고처분을 받고 귀가했습니다. 파출소 관계자는 "형사과로 넘기기에는 사안이 경미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연합뉴스, “죽이러 간다" BJ 생방송에 경찰수사 소동…BJ에 범칙금 5만원”, 2017/08/10)
- 당시 생방송을 보던 시청자는 최대 7천 여 명까지 달했으며 가기 일주일 전부터 “00년아, 대갈빡을 갈겨버리겠다”는 말을 지속적으로 하는 영상을 중계하였습니다. 해당 여성BJ 뿐만 아니라 강남역 여성살인사건 시위에 참여한 여성들의 사진을 중계하며 한 명 한명 씩 찾아가는 과정이 유투브를 통해 고스란히 전달되었습니다. 이는 명백한 협박이며 살인행위였습니다. 2016년 5월,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살해한 강남역 여성살인사건과 불과 5일 전에 발생된 왁싱샵 살인사건 등 여성혐오범죄가 끊임없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경찰의 이러한 안일한 태도와 조치는 다수의 여성들이 느끼는 공포와 불안을 간과하는 것뿐만 아니라 명백한 범죄를 묵인하는 것입니다. 본 기자회견은 여성의 목숨을 범칙금 5만원으로 취급한 경찰을 규탄하며 온라인만이 아니라 오프라인으로 확산되는 혐오 범죄에 대한 경종을 알리고 제대로 된 처벌을 촉구하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 사회 : 최진협(한국여성민우회 사무처장)
▪ 참가자 발언
정하경주 ㅣ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소장
쎄러 ㅣ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
부추 ㅣ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
윤정주 ㅣ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
강혜란 ㅣ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
▪ 주최
부산여성단체연합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제주여성인권연대 제주여민회
젠더정치연구소‘여세연’ 평화여성회 포항여성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민우회 한국한부모연합
[발언 모음]
1. 정하경주 ㅣ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소장
이 사안 관련해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에 상담전화가 왔습니다. 한 여성 유투버를 저격하기 위해 나선 남성 유투버들이 해당 여성유투버의 신상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강남역여성살해사건에 대해 추모의 목소리를 냈던 여성등을 대상으로 신상털기와 추적을 생중계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남성유투버들이 여성들에 대한 신상털기, 살해협박 및 모의, 성적모욕,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등의 범죄를 저지르며 시청자들도 댓글을 통해 해당 여성유투버에 대한 살해를 부추기며 입금을 하는 등을 서슴치 않고 있습니다. 이는 해당 사안이 2016년 강남역여성살해사건 그리고 왁싱샵 여성 살해 사건이 연이어 일어났음에도 한국사회가 어떠한 성찰을 하지 않았음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해당 사안에서 협박과 실제 집으로 찾아가는 행위를 한 남성 유투버들에 대해 경범죄를 적용해 5만원 범칙금을 부과하고 돌려보냈다는 언론 보도를 접한 많은 여성들은 이 사회에 절망하고 있습니다. 신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에 대한 폭력을 여전히 사소하게 여기고 있음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 이전에도 온라인 상 범죄예고 사건들이 여러 차례 보도 되었습니다. 2017년 1월 2일 온라인 커뮤니티 '일베저장소'에 한 남성이 00예고 학생을 납치해 강간할 계획이라고 범죄 예고 글 게시했고 이때 경찰 해당 남성을 바로 검거했고, 법원은 8개월의 실형을 선고한 사례가 있습니다. 경찰은 여성대상범죄에 대한 사회적인 경각심이 높아짐에 따라 경찰도 몰카, 데이트폭력 등 여성대상 범죄에 대해서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는 경찰의 구호가 아니라 경찰 실무 현장에서 적용되어야 합니다. 여성을 표적으로 한 범죄가 더 이상 사소하게 다뤄지는 일은 중단되어야 합니다. |
2. 윤정주(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
이번 사건은 모두 아시다 시피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 되었습니다. 밤새 살해 할 여성을 찾아다니는 이 방송은 그 누구에 의해서도 제지 받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여기 있습니다. 이렇게 여성을 살해 하겠다고 찾아다니는 범죄 행위를 방송으로 버젓이 하고 있는데 아무도 관리 감독을 하지 않은 것은 큰 문제입니다. 사실 어제 일어난 사건 외에도 범죄 상황을 생중계 하거나 여성들을 타켓팅 하여 희롱하고 혐오 발언을 하는 일은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얼마전에는 BJ가 하는 방송에 출연한 여성이 살해되는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범죄 방송들이 수익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유튜브는 우리나라에서 광고비로 한해 수천억원을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불법, 범죄 방송이 판을 치고 있어도 이를 전혀 제지 하는 등의 관리 감독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한 목소리라도 나올라 치면 표현의 자유 운운하며 자신들은 책임이 없고 이러한 방송을 한 사람에게만 책임을 지웁니다. 이는 더 많은 뷰어 수를 올려 광고 수익을 더 많이 올리려는 유튜브의 또다른 전략일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유튜브도 공범입니다. 올해 페이스북에는 세명의 남성이 여성을 강간하는 장면이 생중계되었습니다. 또한 지나가는 사람에게 총을 쏘는 장면, 자신의 딸을 죽이고 자신도 자살을 하는 장면이 생중계 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페이스북 대표는 사과를 하고 모니터 요원을 더 많이 늘려 관리 감독을 더 철저히 하겠다고 하고 신고를 간편하게 할 수 있게 바꾸겠다는 대책을 내 놓았습니다. 유튜브도 광고 수익만을 올리려 혈안이 되지 말고 사업하기 위해서는 사업자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이제 표현의 자유 아래 숨지 말고 이러한 범죄 행위를 관리 감독하길 강력히 촉구합니다. 더불어 아프리카 TV 등 국내 사업자를 비롯한 이러한 범죄를 방관하는 사업자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 할 수 있도록 정부의 보다 강력한 대책 마련을 요구 합니다. |
3. 부추
어제 밤, 한 남성 유투버가 어떤 여성을 특정해 살해하러 가는 과정을 생중계 했다고 합니다. 저는 이 일을 오늘 아침 뉴스를 통해 접했습니다. 접했던 기사에 따르면 남성 유투버는 살해의 이유로 그 여성이 남성을 비하하는 발언이 담긴 방송을 했기 때문이라고 밝힌 것으로 압니다. 그 말을 듣고 처음 든 생각은, 만약 특정 집단을 비하하는 발언을 들었기 때문에 살해를 해야한다면, 이 세상 여성들, 십대들, '나이 어린 사람들'로 불릴 수 있는 모든 사람들, 장애인, 성소수자 등등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은 이미 살해범이 되어야 했던게 아닐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몇달전 지하철에서 소란에 휘말린 적이 있었습니다. 한 중년 남성 분이 술에 취해 큰 소리로 정치와 세상에 대해 논평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남성의 소란에 그 칸 탑승객들 대부분이 불편을 감수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소란이 계속되자 저는 그 중년 남성에게 다가가 정중하게 '목소리를 좀 낮춰주시면 좋겠다'고 요청했습니다. 그 남성은 고개를 끄덕이곤 잠시 말을 멈추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자리에 돌아와 앉자 그 남성은 다시 큰소리로 이렇게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요즘 젊은 것들은 자기 생각이랑 다르면 다 맘에 안든다고 난리지. 저것도 지 생각이랑 다르다고 지금 나한테 시끄럽다는 거 아니냐." 저는 공공장소에서 끼치고 있는 불편에 대해 자제를 요청했는데, 돌아온 반응은 '요즘 젊은 것들' 에 대한 비하 발언 이었습니다.
저는 그 중년 남성에게 살혜예고를 날리고, 그 남성의 신상을 털어 공개하고, 실제로 살해하러 나서면서 그 장면을 생중계 했어야 할까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요. 말이 안됩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는 어떤 이유로든, 사람을 살해해서는 안된다는 사회적 약속 속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죄가 일어나지만, 그러나 공권력이 그것을 범죄로 규정하고, 원칙이 지켜지도록 대처할 것이라는 믿음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최소한의 믿음, 가장 기본적인 안전감이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온라인 공간에서 이 행동을 포착한 다른 여성들이 성북 결찰서에 수차례 신고를 했고, 살해협박생중계 방송을 한 남성 유투버는 새벽에 경찰에 검거됐다고 했습니다. 아마 신고를 했던 여성들도 이 최소한의 믿음, 가장 기본적인 안전감이 지켜질 것에 대한 기대 속에서 신고라는 행동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사건의 내용이 여기까지 였다면, 저는 또다시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일어났다는 데에 분노했겠지만, 그래도 신고로 현명하게 대처했던 여성들의 행동을 보면서, 세상이 여성을 사회적 약자로 호출하고 범죄의 대상으로 삼아도, 여성들은 단지 위축되거나 공포에 질리지만은 않는 다는 것,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들의 존엄을 지켜나가고 있다는 데에 안심할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범죄가 허용되지 않는 사회에 대한 믿음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믿음이, 최소한의 안전감이 바로 어제 새벽에 무너졌습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검거 이후의 상황은 이렇다고 합니다. '경찰은 추적 끝에 경기도 모처에서 김씨를 찾아냈다. 그는 한 파출소로 임의동행돼 아침까지 조사를 받았고, 경범죄처벌법상 ‘불안감 조성’행위로 범칙금 5만원 통고처분을 받고 귀가했다. 파출소 관계자는 "형사과로 넘기기에는 사안이 경미하다고 판단했다"면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주의시킨 후 귀가시켰다"고 설명했다.‘ '범칙금 5만원, 형사과로 넘기기에는 사안이 경미.' 이런 말들은, 이런 말들을 낳은 경찰의 대처는 이제 한국이라는 곳을 누군가를 죽이겠다고 협박하고 실행하더라도 죽이지만 않았으면 5만원만 내면 되는 곳, 이런 일 정도는 경미한 사건인 곳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래도 좋습니까? 어쩔 수 없이 우리가 살아가야 될 이 사회라는 데가 그런 곳이어도, 경찰청장님, 정말 괜찮습니까?
사회적 약자를 폭력의 대상으로 삼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고, 그 약자의 자리에 여성이 호출되고 있는 시대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작년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부터, 올해 왁싱숍 여성 살해 사건 까지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많은 일들이 저에게 이런 사실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런 일들을 멈출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안심 택배를 신청해서 낯선 남성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남성들에 대해서는 아예 입을 다물고, 전기충격기라도 하나 사서 늘 상비하는 것일까요? 그러니까 결국은 저 개인이 조심하며 살면 될까요? 그래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그럴 수도 없습니다. 여성 개인이 조심한다고, 여성 개인이 좀 더 조심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 준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방법은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폭력이, 그런 폭력의 시도조차, 용남되지 않는 사회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원칙을 만들고 지킬 책임이 바로 경찰에, 국가에 있습니다. 그런 일을 하라고 우리가 위임해준 권리입니다. '헌법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남성 비하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여성을 살해하겠다고 예고하고, 실행하고, 생중계한 남성 유투버, 그리고 여성들의 신고를 '형사과에 넘기기에는 경미한 사안'이라 범칙금 5만원을 부과했다는 경찰. 이것은 명백한 위헌입니다. |
4. 쎄러 어제 남성 BJ 여럿이 유튜브 실시간 방송을 통해 특정인물을 신상공개하고 살인하겠다고 협박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여혐문화를 비판해왔던 여성 BJ에 대한 공격이었습니다. 갓건배로 불리는 여성BJ와 목소리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 시위에 참여했던 여성들의 얼굴과 핸드폰 번호, 집주소가 털리고 온라인 상에서 무단 배포 되었습니다. 김모BJ는 급기야 방송을 통해 “이 주소에 사는 사람이 갓건배가 아니더라도 여성이라면 죽인다”는 협박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김모BJ는 불안감 조성행위라는 명목으로 고작 5만원의 범칙금을 받고 풀려났습니다. 실시간 방송을 통해 여성들의 신상을 털며, 협박을 하고, 살인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말해도 처벌은 커녕 어떠한 제재 또한 없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어느 남성 BJ 한 사람의 행위가 아닙니다. 해당 방송을 보면서 살인예고 방송에 후원을 하는 남성들, 오락거리 쯤으로 여기며 살인을 공모, 방조한 사람들. 이는 다수에 의한 명백한 “여성”을 겨냥한 살인예고였습니다. 현재에도 다수의 여성들의 신상정보가 온라인을 통해 지속적으로 올라가고 있으며 성희롱을 비롯한 피해를 받고 있습니다. 페북에서는 ‘갓건배 애미 뒤진단체’라는 가상의 페이지까지 생겨 여러 여성들의 신상을 털고 있다고 하더군요.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 시위에 참여했던 여성들의 신상을 털며 협박사례들, 여성혐오에 대응하는 여성들을 ‘메갈’로 낙인찍고 사회적 활동을 제약하는 사건들, 온라인 상의 폭력과 협박, 개인들의 신상을 털며 생존까지 위협하는 사건들이 매일 같이... 꾸준히...(변함없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온라인 상에 남겨진 여혐 댓글에 반박하는 대댓글을 남겨 공격받는 일, 강남역 시위에 참여했다가 나의 신상이 탈탈 털리는 일들이 저는 남 일 같지 않습니다. 저에게는 ‘갓건배’로 살아가는 삶이 일상입니다. 언제까지 여성을 향한 범죄는 가볍게 여겨져야 합니까. 여성의 목숨은 당신에게 그저 오락거리 불과합니까? 저에게는 실질적 위협, 생존의 문제입니다. 여성을 향한 범죄를 가볍게 여기지 말아주십시오. |
5. 강혜란(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
10일 밤에 일어난 사건은 방송을 생중계한 BJ 뿐 아니라 다수가 함께 실행한 명백한 협박범죄이며 살인 실행행위였다. 이 사실은 사전에 인지한 여성들의 신고와 검거 과정이 없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모를 엄청난 사건이었다.
1. 명백한 범죄를 안일하게 처리함으로써 여성들을 향한 심각한 범죄를 묵인 방조하고 있는 경찰을 강력하게 규탄하며 범죄자에 대한 제대로 된 사법 절차를 밟을 것을 촉구한다.
2. 민우회는 경찰의 향후 대응과는 상관없이 방송을 한 BJ 뿐 아니라 이 사건에 연루된 모든 사람들에 대한 고소 등 법적 조치를 강력하게 추진하겠다. 이 과정은 이 번 일에 분노하고 우리사회의 변화를 만들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하기 위해 공동고소인단 모집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할 예정이다.
3. 또한 이런 엄청난 범죄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생중계되는 현실도 묵과하지 않겠다. 온라인 환경을 바꾸기 위해 가능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여 법적인 대응활동도 진행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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