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들의 소감을 들으니, 엉뚱하고 장난스러운 아버지를 바라보는 아들의 시선이 담긴 것 같았다.
삶을 견뎌나가는 것은 웃음과 상상력이다. 똑똑하고 논리적인 사고보다는 허무맹랑한 사고가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되는 것 같다.
나. 서지연 후기
1. “내가 바라는 건 이 마지막 순간에나마 그가 그 딱딱한 껍질 속의 연약하고 부드러운 부분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하면 아버지가 무척 그리웠던 것 같아요.” 아버지도 그러했겠지만, 아들도 아버지를 무척 사랑했던 것이다. 각별한 존재가 있을 때, 사람은 연약하고 부드러운 부분, 가시와도 같은 부분마저 품고 싶어하는구나. 이런 사람은 상처도 각오할 만한 다짐이 담긴 크기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제일은 사랑이라 했던가.
2. “아버지가 누군가 있는 방에 들어가기만 해도 그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들 했다. 태어날 때부터 그런 특별한 능력을 부여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겸손했다. 그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는 단지 사람들을 좋아했고, 사람들 또한 그를 좋아할 뿐이라고 했다. 그 이상 아무것도 아니라고 그는 말했다.” ‘단지 사람들을 좋아했고’ 언젠가 초능력이 생긴다면 어떤 능력을 얻고 싶은가 상상하고 스스로 묻고 답한 적이 있다. 여러 가지 중 추리고 추리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능력’과 ‘순간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싶다고 바랐다. 초능력이라고 생각했는데 ‘단지 사람들을 좋아했고’라는 아주 간단하고 진실하고 순수한 바람이 있다면 얻을 수 있다니 ‘야호!’ 싶었다. 서툴러서 실수할 수는 있으나, 때론(자주) 상처받을 수도 있겠으나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충만있게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모두 끝이 있는 삶을 살아갈 테니. 아버지께서 들려주신 많은 이야기 속에는 따뜻함이 있다. 현실을 살아가는 어른의 고단한 삶 속에서도 사람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 담긴 이야기가 위로가 된다. 아버지께서는 소중한 아들에게 삶을 견뎌 나가는 방법으로써 웃음과 상상력을 선물하고 싶었던 것이라는 해설의 이야기가 와 닿는 것도 우리는 모두 견뎌내는 시간을 지나왔거나 지나고 있거나 앞으로도 지날 것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러니 눈을 뜨며 마주하는 누군가에게 웃음을 주고받는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
3.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일부이다.” 책을 읽고 공감한다는 것은 이야기 속에서 나의 일부, 내가 살아온 삶과 그때 느낀 감정과 배움의 조각을 비슷하게 느끼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사람이 더욱 애틋해진다.
다. 정진호 후기
<사랑의 기술>, 에리히 프롬 그러나 아버지는 자연적 세계를 나타내지는 못하지만 인간 존재의 다른 극, 곧 사상, 인공적 사물, 법률과 질서, 훈련, 여행과 모험 등의 세계를 대표한다. 아버지는 어린아이를 가르치는 사람이고 어린아이에게 세계로 들어서는 길을 지시해주는 사람이다. (64쪽) 결국 성숙한 사람이 되려면 자신이 자신의 어머니가 되고 아버지가 되는 단계에 도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말하자면 그는 어머니다운, 그리고 아버지다운 양심을 갖게 되어야 한다. 어머니다운 양심은 '어떠한 악행이나 범죄도 너에 대한 나의 사랑, 너의 삶과 행복에 대한 나의 소망을 빼앗지는 못한다'고 말하고, 아버지다운 양심은 '네가 잘못을 저지르면 너는 네 잘못의 결과를 받아들여야만 하고 내 마음에 들고 싶다면 너는 너의 생활 방식을 크게 바꾸어야 한다'고 말한다. (66쪽) 성숙한 사람은 외부에 있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모습으로부터 해방되어 내면에 그 모습을 간직한 사람이다. 그러나 프로이트의 초자아(super-ego) 개념과는 달라서 어머니와 아버지를 편입시킴으로써 내면에 그들의 모습을 간직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사랑의 능력에 어머니다운 양심을 간직하고, 자신의 이성과 판단에 아버지다운 양심을 간직함으로써 그렇게 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성숙한 사람은 어머니다운 양심과 아버지다운 양심이 서로 모순되는 듯이 보이는데도 이러한 두 양심을 모두 가지고 사랑한다. (66-67쪽)
“누군가가 한 이야기를 기억해준다면 그는 영원히 죽지 않는 거란다. 그걸 알고 있니?”(35쪽)
결국 아버지가 아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었던 것, 그리고 아들이 아버지에게서 배운 것은 삶을 견뎌나가는 방법으로서의 웃음과 상상력이다.(260쪽)
이 세상에 고달프지 않은 직업은 없지만, 이 꼴 저 꼴 더러워도 꾹 참고 삼키고 짐짓 의연한 척 웃음으로 넘기는 아버지. 끝 없이 외롭고 울고 싶고, 포기해버린 꿈의 ‘찌꺼기’ 때문에 괴롭지만 아들에게는 허풍 떨고, 신화 속의 영웅 ‘위대한’ 아버지로 기억되기를 원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우리 모두에게 낯설지 않다.(263쪽)
마. 서무결 후기
은근슬쩍 재치 있게 말하는 재주, 짐짓 아닌 척하면서도 아주 사려 깊게 행동하는 요령 같은 것을 나눠보고 싶었습니다. 가끔 농담하거나 장난 섞인 말을 하고 싶을 때,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46쪽)
생명이 다른 사람에게 의존해 있다면, 스스로가 독립적인 존재가 될 수 없다면 그런 인생은 어떤 인생일까 싶습니다. 더욱 당사자의 자주성을 살리는 데에 힘쓰고 싶어졌습니다. (81쪽)
살다보면 때로 가면을 쓰게 되는데, 그 가면 밑으로 또 가면이 있고 더 아래에 자신조차도 이해하지 못 하는 어둠과 아픔이 있다는 대목에서 씁쓸함과, 모든 이의 삶이 그렇겠구나 싶어 오묘한 위로도 받았습니다. (165쪽)
저 멀리 아득한 곳을 바라보며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지나친다거나 가까이에서 마주할 수 있는 소중한 순간들을 놓치는 일은 없지 않아야겠냐는 생각을 했습니다. 급히, 서두르지 않고 주위를 잘 살피는 것이 먼 길을 가기 위한 지름길이 아닐까 합니다. (203쪽)
인생에서 길을 잃었다는 생각이 들 때나 잘못된 길로 들어섰다는 생각이 들 때, 결국에는 다른 길로 통하게 되어있고 그마저 그 길로 가기 위하였음을, 그래서 인생이 재미있다는 것을 기억하며 모든 여정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13쪽)
아버지로서 자식에게 줄 수 있는 인생 조언을 무겁지 않게 적당한 위트와 환상적인 이야기로 잘 풀어낸, 그래서 아버지의 아들임에 감사할 수 있음을 느끼게 해준 책이었습니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상황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줄곧 계속되는 점도 좋았습니다. 근사한 곳에서, 맛있는 식사와 좋은 책으로 선생님들과 첫 모임을 출발할 수 있어 기뻤어요. 책도 잘 간직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