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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번개.개인 산행기 스크랩 덕유산 원추리 - 20140629
감포 추천 0 조회 124 14.07.01 16:41 댓글 3
게시글 본문내용

한해도 반허리 접히기 직전의 6월 하순.

지난 봄 지리산 동부능선에 보았던 원추리의 새싹이 갑자기 떠올랐다.

무슨 생각에 원추리 꽃이 보고팠는지

무룡산 오름길의 넓다란 원추리 밭에 가보고 싶었다.

 

꽃이 절정기인 7월 중순은 보름이상 남았건만

마음은 벌써 삿갓재를 오르고 있었다.

 

 

경남 거창군 북상면 월성리 황점마을로 가는 길

 

이른 아침의 88고속도로를 달려

거창읍내에서 돼지국밥 한그릇 시켜놓고서는

아쉬움이 채 가시지 않은 한국의 성적을 안주삼아 월드컵 경기를 시청했다.

"국물이 보약이다."라는 나름 자신 있는 표어를 가게에 걸어두고

24시간 영업을 하는 곳인데

엊저녁 장사의 피로감 때문인지

손님이 제법 왔다갔다하는데도

주인 아줌마는 꼼짝을 하지 않고 바깥 양반 혼자서 부엌으로 홀로 왔다갔다한다.

순대국밥 한그릇을 뚝딱 해치우고는 밖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으니 동료들이 출발하잔다.

 

거창의 외곽순환도로를 돌아 수승대와 1박2일 촬영지라고 안내문을 달아 둔 펜션 밀집 지역인  월성계곡을 거쳐

황점마을에 도착을 한다.  

 

 

너른 주차장에 딸랑 1대만 주차가 되어있다.

샤워하지마라, 설겆이 하지마라. 담배피지마라. 문 꼭닫아라. 등등의 문구가 적힌 화장실은 독특하게도 남녀화장실 모두 공중에 들린 형태이다.

삿갓재를 향해서 출~ 발~

 

 

 

천천히 ~ 천천히 ~

삿갓재로 올랐다.

어느새인가 하늘은 운무로 덮혀버리고

불어오는 바람에도 습기가 묻어있었다.

 

삿갓재대피소 바로 아래 샘터에서 빈 물통을 채우고

나무계단을 올라섰다.

 

삿갓재대피소는 공사중.

매점 앞 공간을 넓히고 있었고 나무 벤치가 있는 공간에는 공사비품을 적재해 두었다.  

공사중인 인부를 피해 무룡산 쪽으로 올랐다.

바람이 싸늘하게 등뒤로 불어왔다.

 

 

 

 

 

 

 

 

 

 

 

 

 

 

 

 

 

 

왕원추리



어두운 장마철
붉은 등불 켜고
세상을 밝히는
왕원추리

나팔 불며
바람개비 돌리다가
밤에는 쥐불놀이도 하면서
흐렸다 개었다
하늘 가지고 논다

무심한 얼굴로 바라보지 말라며
흐린 마음 접었다 폈다 하면서
가슴 속으로
커다란 햇덩이 하나 밀어 넣고 간다

허공으로 번지는 파문
일렁이는 눈길

비 내리고 바람 부는 들판
한가운데 서서
잠시 고통을 잊는다

김승기

 

 

원추리는 백합과의 여러해살이 식물이다.

어린 순은 식용을 하고 

잎은 마주보면서 2줄로 난다.

활처럼 휘어지면서 자라는데 오뉴월 장마철을 지나면 노란색의 꽃을 피우게된다.

꽃말은 기다리는 마음이라고 하고,

어머님을 기리는 맘으로 심었다고해서 북당화라고도 부른다.

 

 *北堂 : 한집안의 주부가 거처하는 장소.

 

 

감포 집안에 천지삐가리로 많은 백합을 뒤로하고

이 높은 무룡산까지 원추리 보러 올라오다니

감포의 욕심이 너무 과한 것이었을까?

 

 

아직 철이 이르다.

일이주 정도 더 있어야겠다.

 

 

비비추도 여기저기서 온통 아우성이었다.

 

 

곧 피겠다. 예쁜 원추리, 비비추 가득한 능선길이 곧 열리겠다.

바다가 갈라지면서 열린 홍해의 기적보다 더한 덕유산 기적이 열리겠다.

 

 

 

 

 

 

 

삿갓재에서 황점마을로 돌아오단 길 옆 계곡에서 다리 쉼을 하였다.

 

 

 

 

빼재 아랫동네가 친정인 세실님의 안내로 찾은 곳이 건계정.

바위위로 물이 흐르고 한굽이 두굽이 물길이 돌아치는 것이

시인묵객들의 놀이터로서는 딱 그만이었겠다.

리포터가 열심히 가게 선전을 해주고 있는 사진을 걸어둔 건계정 식당 옆을 지나야만 건계정에 도착을 할 수 있다.

 

 

문화재 자료 457호

아무런 제지 없이 정자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건물 내부 천정 쪽에 걸린 나무 편액에는 거창 인근 지역의 묵객들이 지은 한시가 새겨져있다.

 

건계정 정자 바로 옆에 있는 식당에는 임시로 지은 가건물이 있는데

흐르는 계곡물을 내려다보면서 음식을 먹을수 있는 곳 이었다.

해물찜닭과 백숙을 시켜놓았다.

새우랑 지중해홍합, 쭈꾸미가 들어간 찜닭은 약간 터벅한 맛이 있었다.

백숙은 맛이 괜찮은 편.

몇병의 소주가 쓰러지도록 한잔하고

여름날의 긴 해가 넘어가기 한참 전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마신 술기운인지,내리쬐는 오후의 강한 햇살 때문인지

가벼운 두통이 일어났다.

 

깊게 심호흡을 한번하자

가슴에 숨어있던 근심도 풀~ 날아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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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4.07.02 09:50

    첫댓글 원추리 잘 감상했습니다.
    그래도 회원들의 웃는 모습이 훨 좋다.
    근데 감포도 날려버릴 근심이 있나요?

  • 15.03.20 19:40

    산행시작 :육십령 6월28일 20시40분
    산행종료 :6월29일 17시28분 서창 매표소

    나홀로 덕유산 종주 하는 날
    삿갓재 살금살금 지나다가 공사 자재 밟히는 소리에 국공에게 야간산행 금지라고 잡혀 무조건 빌어 통과하여 종주 내내 산객을 한명도 못만나 덕유를 전세 냈던 날 감포 선배님도 덕유에 계셨군요. 언제나 맛깔스런 산행기 즐감합니다.
    늘 안산 즐산 하세요

  • 작성자 15.03.21 08:28

    혼자서 덕유산 종주를 하시다니 대단하세요.
    볼 것 많고 즐길 것 많은 덕유산을 다시 떠올리니 벌써 마음은 그곳에서 산을 오르고 있는 기분입니다.
    덕분에 기분좋게 아침을 시작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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