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는 배나 버스 또는 기차와는 달리 여행을 떠나는 자의 감흥을 느끼기에는 적당하지 않다.
현실에 발을 걸치고 미끄러지듯 떠나야, 서서히 멀어지는 플랫폼이나 항구를 보며
‘잘 있어라 나는 간다.’
‘잘 있어야 돼 내가 돌아올 때까지’
든 뭔가 해볼 만하다.
그러나 닫힌 공간에 갇혀 언제 뜰지도 모르는 초조한 마음에 훌쩍 떠오르는
비행기에선 그런 감정이 생길 틈이 없다.
그렇더라도 그 육중한 몸이 가볍게 지상에서 이탈하여 하늘로 떠오르는 것은 언제나 경이롭다.
과학의 힘에 경외감이 드는 것도 중력을 이기고 하늘을 날아오르는 비행을 느낄 때다.
잠깐의 경외심과 놀라움의 뒤로 찾아오는 것은 나에게 주어진 0.3평도 안 되는 좁은 공간의 압박이다.
그나마 고객의 편의를 위한답시고 좌석마다 변기를 설치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다.
화장실까지 가는 산보의 자유마저 없었더라면 비행은 견디기 힘든 감옥살이에
징벌방에 갇혀 곱징역을 사는 일이 되었을 터이다.
인도 델리공항까지 바로 날아가는 비행은 값싼 배낭여행-
실제로는 거점이동은 묶음으로 하고 그 안에서는 자유여행인 팩키지 더하기 자유여행이다-
에는 사치다.
최대한 운송료-직항로와 운송료 차이가 8일 동안 인도 체류 시 쓸 모든 돈보다 더 크단다.- 를
줄이기 위해 몸은 좀 더 고생을 해야 하고, ‘시간이 돈’이라는 현대율법에 맞춰 시간은 더 써야한다.
그렇더라도 항상 잃어버린 손해를 벌충하려는 마음의 작용은 몇몇 논리를 만들어
아드레날린을 촉진한다.
좁고 답답한 징역살이에서 해방되는 가석방의 기회를 두 번이나 제공한다는 것,
그 때마다 덤으로 외국 공항의 면세점 구경이나 환승시설
그곳의 풍광을 즐길 수 있다는 위안이 그 하나다.
직항편과 경유편 모두 출발시각은 다르나 도착시각은 같다는 것이 또 하나다.
물론 떠나는 날의 낮 시간은 이미 짜투리 시간이라 소용가치가 없다는 것이 전제 돼야 하겠지만.
두 번의 갈아탐을 통해 두 번의 손님이 바뀐다는 것도 완행비행기가 주는 즐거움이다.
한 번에 날아가 바로 델리에 착륙하는 것보단 홍콩에서 방콕,
방콕에서 델리로 향해가는 승객들의 국적분포의 변화에
마음은 절로 도착지의 공기와 분위기를 탐지하고 준비한다.
방콕 공항에서 환승비행기를 기다리는 2시간 30분
아이쇼핑에 지친 일행은 일치감치 탑승대기실 앞으로 몰리지만
입구가 열리지 않아 의자가 부족한 통로 바닥에 앉아 기다린다.
인도 행답게 많은 인도인들이 주변에 있는데 갓 백일이 지났을까 인도 아이가 칭얼댄다.
조금 더웠나보다.
오지랖 넓은 팔색조님이 애 엄마에게서 아이를 빼앗아 안으니 칭얼댐을 멈춘다.
엄마보다 더 편했나 보다.
아이를 감싸고 있는 목도리를 벗겨주는 팔색조님과 편안함을 느끼는
아이를 보니 말보단 사랑의 감정이 우선인 것 같다.
그러나 이런 장점에도 장시간 비행에 지치고, 환승에 피곤해진 몸에
직항에 대한 열망이 비집고 들어온다.
“시작부터 진을 빼면 현지 여행을 즐기기 힘들지 않겠어.”
마음은 불평의 핑계거리를 찾으며 몸과 함께 좁은 좌석 속으로 움츠러든다.
세 번의 이륙과 세 번의 착륙은 세 번의 기내식 제공을 의미한다.
아침 점심 저녁 세 번 제공되는 기내식은 즐거움일수도 있지만 괴로움이기도 하다.
안전벨트에 묶인 몸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책보고 영화보고 음악 듣다 자기도 하는,
그러다 화장실 가는 것으로 하루의 운동을 다한다.
항공기내에서 제공되는 음식은 전채요리부터 디저트까지 일괄 제공되는 풀코스 정식이니
칼로리도 엄청나고 나름 맛도 괜찮아 사람을 끌어당긴다.
처음 한 끼는 그런대로 여행을 떠나는 자의 여유로움을 만끽하면서 사람 좋게 생긴
타이항공 승무원의 서비스를 받으면서 , 와인과 맥주를 곁들인다.
보라색 시트에 황금색 원피스를 우아하게 차려입은 승무원의 서비스를 받으면서
나름대로 일류레스토랑의 분위기를 상상하면서 즐기는 기내식도 항공여행의 즐거움이다.
그러나 두 번째 세 번째 기내식이 제공될 때는 마치 마블링을 좋게 하기 위하여
좁은 케이지에 갇혀 모차르트 음악을 들으며 사료를 먹는 소나 돼지와 뭐가 다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육 당한다는 느낌이 바로 그것이다.
기내에 타면 이륙하고 삼사십 분 있다 음료수 주고 조금 있다 밥 주고
조금 지나면 술이나 차 돌리고 그러다 자고 자다 깨고 나면 착륙하고,
다시 이륙하면 똑같은 일의 반복이다.
게다가 지금 맛보는 식사가 앞으로 있을 여행에서 먹을 음식보다 좋다는 말을 들으니
흥겨웠던 여행의 기분이 순간 가라앉는다.
여행의 삼락이 먹고 보고 즐기는(느끼는) 것인 데 삼락중에 하나가 붕괴되는 소리 아닌가?
도대체 인도인 너희들은 뭘 먹고살았기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문명을 가진
민족이 이런 소릴 들어야 하냐. - 물론 이것은 나중에 다 공갈이요 뻥이란 게 밝혀졌다.
천박한 기내식에 인도음식을 팔아넘기다니 누군지 정말 밉다.
오전 8시 인천 공항에 모인 일행은 10시 50분 공항 출발에 홍콩경유 방콕환승의
기나긴 일정을 마치고 다음날 01:25분(현지시각)에 도착하였다.
긴 하루는 말 그대로 날아갔다.
황해를 넘어 동지나해를 거쳐 남지나해 태평양 지나 인도양으로.
어쨌든 왔으니 No problem!
2007.11.24
첫댓글 청한님~!!! 무사히 인도까지 가심을 축하드려야 하나요??? 다음편도 기대를 해봅니다...
No problem! ^^ 사육당하는 느낌... 맞아요 정말 딱 그 느낌이었어요 청한님의 후기 점점 기대 됩니다^^
저도 비행기 탈때마다 늘 궁금해요! 이 크고 무거운 비행기가 어떻게 하늘을 날까! 과학적으로 아무리 설명해도 늘 궁금한걸요. 기내식 내가 제일 싫어하죠 데우는 냄새만 나도 속이 울렁거려요,어떤때는 빵과 콜라만 먹은적도 있어요
꼬리글로 반가움을 먼저 표시하고........... 좀 있다가 볼게요~~~~~~ㅎㅎㅎ
ㅎㅎㅎ 느낌은 비슷하나봐요 비행기라는 통조림통속에서 사육된다는 느낌..ㅎㅎㅎㅎ 청한님 계속 쓰실거죠? 기대합니다...^*^
여행은 한권의 엣세이를 쓰는 일이라고 했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청한님의 한편의 엣세이가 기다려 집니다. ^^
ㅎㅎ 인도땅 밟기가 진짜 이렇게나 힘드셨군요? 도착하셨으니 이제 구경도 시켜 주세요~
캬~ 그래도 비행기 안에서 나름대로 즐기셨군요...저는 양쪽에 앉아 있는 사람들 손만 꼭 잡고 있었는데요...푸하하하하~~~
청한님의 진지한 글로 출발 부터 다시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과학적인 글 입니다..글 마디마디가 새록 새록 그때 그자리가 생각나며 .입가에 미소가 머금음 니다..날이면 날마다..즐거움이 가득하시길..아 멘..
청한님의 진지한 후기가 시작 되는군요~~두근두근.....^^
청한님과 함께 하는 여행은 늘 많은 것을 만나게 되지요. 나~? 오지랖 넓었쓰...ㅎㅎ 바쁜중에도 글 쓰시느라 감솨~~!!
오호.. 드디어 드디어 기다리던 청한님의 후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리 좋을 수가.. 청한님의 후기 타고 한층 업그레이드된 인도여행이 시작된다.. 고고고고~
오호.. 드디어 드디어 기다리던 청한님의 후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리 좋을 수가.. 청한님의 후기 타고 한층 업그레이드된 인도여행이 시작된다.. 고고고고~
청한님의 생생한 느낌 후기~~~재밌슴다~~~~계속 이어주세요~~~ㅎㅎㅎ
느낌은 모두가 비슷비스한가봐요~..ㅎㅎ..그런데 이렇게 표현할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기에 청한님의 후기를 읽으며 맞아 맞아 하게 됩니다~..그랬어요~..모든 환경과 상황이 딱..이대로내요~~...ㅎㅎ 계속 풀어 주세요~~~제 속이 시원해요~~ㅎ
천천히 한줄 한줄 읽어야 맛이 나는 청한님의 후기....오후에 야금 야금 읽을랍니다,
돌아오는 날 까지 후기를 완성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틈나는 대로 한번 써보겠습니다.
재밌다.. 이런 후기와 인도인들의 모습이 궁금 햇어요... 유적지야 책에서도 보고 텔비에서도 보고.. 직접가보지 않은이상 비슷 비슷..ㅋ 전 그 마블링되는 뱅기안이 늠 적이되서 그런지... 잠도 잘자고..ㅋ 16시간도 거뜬.ㅋ
형님 제카페로 모셔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