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라니 이야기
1)마리정에서 고라니
2011년 여름날 마리정에 비가 오고 난 아침이다.아침에 텃밭에 나가보니 아니 이럴수가 밭에 커다란 고라니 하나가 죽어 있다.누군가 고라니죽은걸 우리밭에 유기한 것이다.이걸 어찌 해야 하나.동네사람들에게 갖다 먹으라고 해도 부정탄다고 안 먹는다.하는수 없이 죽은 고라니를 끌고 가까운산에 묻었다.그로부터 약 2주후 저녁 무렵 마리정에 가서 텃밭을 둘러 보는데 악취가 진동한다.근처를 살펴보니 아니 이럴 수가.먼저 죽은고라니가 있던 그 자리에 또 고라니 한 마리가 죽어 썩어가고 있다.망연자실 넋을 잃고 있는데 마침 옆집 남자가 이를 보고 까짓것 근처 아무데나 버리면 되지안느냐고 한다.그래 그렇게 하면 일은 간단하게 해결 된다.차마 그렇게는 못하겠고 마스크 쓰고 죽은 고라니를 끌고 산으로 가는데 날은 저물어 어두운데 마누라 한테는 그냥들어 가라고 일러도 그냥 따라온다.어둔밤에 죽은 고라니를 산속에서 삽으로 땅을 파고 묻는 광경을 상상해 보라.그날 마누라가 옆에 있어줘서 힘을 얻어 고라니를 묻어 줄수 있었다.2주간에 고라니 장사를 두 번이나 치렀다.다음날 아침 6시경 일어나 어제 창문으로 고라니사체가 있던곳을 바라보니 왼 남자가 와서 그곳을 유심히 처다본다.옳커니 하고 부리나케 달려가 “당신이 한짓이지”하고 다그치니 그렇다고 실토한다.범인은 잡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고소하면 동물 불법포획 및 동물사체유기죄 등 그를 괴롭힐수 있겠지만 그냥 야단만 치고 너그러이 용서해 줬다.그후 어느날 마누라가 마니산 등산을 하고 내려오다 먼저 고라니 묻어준곳을 가 보니 고라니 새끼 한 마리가 서성이는데 쫓아도 달아나지도 않는다.아마도 죽은 고라니의 새끼인듯하다.고라니 죽은걸 끌고 갔으니 어미의 냄새를 맡고 와서 발길을 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2)강화시내 남산기슭에서 고라니
고라니는 산에서 사는데 이것들이 마을에 내려와 동작물을 마구 먹어치운다. 야생의 풀이나 열매를 먹어야 하는데 이것들이 마을에 내려와 인간들이 심어놓은 농작물의 맛을 보고는 자주 출몰해 그 폐해가 막심하다.그래서 강화의 밭엔 누구나 막론하고 울타리를 처 고라니 침입을 방지 하니 그 비용도 만만치가 않다.작년 그러니까 2013년 여름 어느날 마누라와 같이 강화 남산에 올라 남장대와 성곽을 구경하고 내려오다 밭에 있는 농부에게 여기도 고라니가 있냐고 물으니 고라니가 많다며 얘기 하는데 내용인즉
“농부가 어느날 밭 근처 둑에 가 보니 고라니가 새끼를 여럿 낳았드란다.이를 본 농부는 삽으로 새끼를 모두 때려 죽였다.그 후론 고라니가 나타지 않는다고 한다”
내가 그런 상황을 맞았다면 아마 새끼들을 죽이기 까지는 안했겠지만 고라니 새끼 모두를 무참히 때려 죽인 그 농부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 할 것 같다.
TV를 보니 어느 낭만객이 하는말 “고라니 울음소리를 벗삼아...”이 소리를 강화 농부들이 들었으면 개X 같은 소리하지 말라고 버럭 성을 냈을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