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미친 년 널 뛰듯이 이 마음 저 마음으로 보냈던 스켈링 치료를 받던 6월 30일.
시린 이를 꽉 다물고 집으로 돌아 와 길게 누웠다.
핑계 김에 저녁도 하지 아니하고 티비를 켜고 뉴스를 평론을 시청하는데 지인이 찾아들겠다는 연락을 해왔다.
아니라도 조금 쉬었다가 보이차나 마셔야겠다 싶던 차에 함께 할 사람이 생기니 얼씨구나 다.
다 늦은 저녁에 일과를 마치고 찾아든 지인과 늦도록 긴 이야기를 나누며 웃다 보니 어느새 늦은 밤.
돌아가는 지인을 배웅하고 나서도 한참 뒤에 신선이 집으로 돌아와서는 저녁을 못 먹었디며
야식으로 라면을 끓여달란다...어쩌자구 끼니를 걸렀나며 핀잔을 주면서도 안된 마음에
주섬주섬 라면과 식은 밥을 챙겨다 주었더니- 알다시피 라면에는 찬밥이 찰떡궁합인지라-맛있게도 먹는다.
그런 와중에 들고 온 종이 가방을 가져와 보라며 실실 웃는 게 아닌가.
사실 차에서 내려 걸어들어올 때 "그건 뭔 봉투야" 라고 물었건만 "건드리지 말라"는 소리가 되돌아 와서
뭐 쥔장과는 상관 없는 물건인가 싶어 힐끗 넘겨보다가 그냥 놔두긴 했었던 그 봉투를 가져오라는 것.
신선이 밥을 먹는 사이에 종이 봉투를 헤집어 물건을 꺼내 보니 웬 카메라가 나오더란 말씀.
그것도 "라이카" 라니...렌즈 좋기로 소문난 라이카를 왜? "혹시 경수 아빠한테 사왔어?"라는 기습 질문에
신선이 놀라 당황하면서 "내가 전에 말했나? 경수 아빠가 라이카 카메라를 살 예정이라고?' 멋쩍게 웃는다.
그러더니 '아니 내가 벌써 말했단 말이야? 나는 비밀로 하려고 햇는데 어찌 된 거지?' 라며 혼잣말을 한다.
" 그게 아니고 전에도 당신이 경수 아빠가 캐논 렌즈를 판다고 하니까 이웃으로서 기꺼이 사주려고 했지만
내가 말렸잖아. 나 한테 다 있는데 왜 사냐고...성구씨 사정은 알지만 그건 아니지 라고 했던 거. 그래서 이번에도
당신이 그렇게 사온 것인가 미뤄 짐작한 거지"
"그랬구나. 맞긴 맞아. 헌데 이건 새 거야. 얼마 전에 경수 아빠가 구입하긴 했는데 본인이 원하던 카메라가 아니어서
도로 팔려고 사이트에 내놓는다고 해서 내가 구입해 왔어"
" 그럼, 당신이 쓰려고? 당신은 딸내미가 산준 성능 좋은 소형 카메라 있잖아. 의리 하나는 끝내준다니까 정말"
"아니, 내가 왜애? 당신 쓰라고 사 온 거지"
"그래? 정말? 야, 안 그래도 소형 디카 하나 갖고 싶었는데 자존심 상 작은 카메라를 들고 다니지 못했지만 말이야. 지난 번에 나오시마에서
밧데리 불량으로 카메라 소동이 일어난 다음에 어쩔 수 없이 구보다상 디카를 빌렸잖아. 그때 정말 긴급용 소형 카메라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긴 했었는데 정말 고마워. 알잖아, 나는 핸드폰으로도 사진 촬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참, 부부란 말로 하지 않아도 상대방의 속내를 알아주는 법인지 말은 안했어도 올린 글을 보고 심정을 미뤄 짐작했거나
아니라도 의리상 경수 아빠의 카메라를 사주고 싶기도 해서 누이 좋고 매부 좋고를 실행했겠지만 나는 야 횡재한 셈.
늘 카메라 때문에 큰 가방을 들고 다녀야 했던 처지라 -워낙 핸드백하고는 거리가 멀기도 하지만-소형 카메라 덕분에
작은 가방을 들고 다녀도 좋을 듯하고 언제 어디서나 수월하게 촬영할 기회를 갖게 되어서도 좋다는 말이다.
기본적으로 외출할 때는 언제 한 컷 날림 기회가 올지 몰라 카메라를 상비하여야 하나 나이가 들어서인지 느슨해진 심리 탓인지
자꾸 무겁다는 핑계로 카메라를 두고 다니다 보니 좋은 사진 소재를 만나도 속수무책이었던 상황이 종종 있었음을 생각해 보면
정말 신나고 즐거울 일이요 기분좋은 일이다.
그렇게 일년의 절반이 지나가는 6월 말일,
그 하루가 길기도 하였다 는.
첫댓글 와~! 우재 이글을 놓쳤을까나~?
바쁘긴 했는갑네~! 요즘에 내가...
소형 카메라가 케이스도 포스나고 게다가 렌즈가 그래 좋다면 금상첨화네요~! 따봉~!
ㅎㅎㅎㅎ 안 그래도 많이 바빠 보입니다.
라이카 덕분에 마음이 부자입니다.
이제 촬영을 시작하였고 윗 글의 해바라기는 라이카 작품입니다.
맘에 드는 사진기다 ^^
역시 그러하다는 ㅎㅎㅎㅎ
@햇살편지 좋으시겠어요.. 올해 벌써 새로이 함께 한 놈들이 두 개네요...
@jina ㅎㅎㅎㅎ 그러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촬영만을 위한 길을 나서지 못했으니 아쉽긴 하다.
7월 26일 부터 ,28일 까지 서해안과 남도로 촬영가려고 스케줄 잡긴 했지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