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字 隨筆 문득.1246 --- 어둠을 밝히는 달도 대낮엔 볼품없다
낮달이다. 정말 보잘것없는 구름 한 조각으로 희미하여 눈여겨보아야 겨우 헤아릴 수 있다. 달이 있을 자리가 아니다. 달은 어둠 속에서 빛이 난다. 그 넓은 하늘에 무수한 별들의 숲을 헤집고 여유 있게 서녘 하늘을 바라보며 서서히 움직인다. 불과 몇 시간 전 만 해도 하늘에 홀로 돋보이던 존재였다. 그러나 낮이 밝으면서 무력화되어 초라한 모습을 보인다. 밤의 어둠을 밝히며 뭇사람들이 우러러본 달이다. 하지만 달도 무대가 있다. 때를 놓치지 말고 제때 떠나야 했다. 미적거리다 그만 때를 놓치고 나면 사람들의 눈길은 언제 달이 있었나 싶게 스스럼없이 달을 떠나 더 강렬한 햇볕에 빨려든다. 그래서 인기 있을 때 모두 내려놓고 떠나야 한다고 한다. 섭섭함을 남겨두라고 한다. 미적미적 조금만 더 하다가 그동안 쌓아 올린 공이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질 수 있다고 한다. 한 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기회를 놓친다. 나 아니면 안 되는 것이 아니라 나 아니면 더 잘 잘되고 좋아질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욕심이 따로 없다. 나는 아무렇지 않아도 다른 쪽에서는 지나친 욕심으로 보일 수 있다. 나에게 주어진 임무를 충실하게 끝내고 칭찬까지 받을 수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한 것이다. 기다리고 있는 다음 차례로 기분 좋게 배턴을 넘기는 것이 보기 좋은 도리이면서 당연한 절차이다. 욕심은 욕심을 부른다. 떳떳하지 못한 욕심을 합리화하며 지켜내려고 하면 온갖 부작용에 부조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거짓까지 뛰어들어 끝내는 난장판을 방불하게 한다. 처음에는 억지를 부릴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은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게 된다. 입맛에 맞는다고 나만 먹을 수는 없듯이 그 자리가 좋다고 나만 그 자리를 지킬 수는 없다. 밝을 때는 존재조차 모르다가 어둠 속에서 그 진가를 드러내는 것이 많다. 어둠 속의 밤하늘에 휘영청 밝은 달이 그렇다. 그런가 하면 난세에 영웅이 나타난다고 한다. 상식적이면서 상식을 뛰어넘어 많은 사람에게 존경 받는 인물로 우뚝 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