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전령사 - 하동 벚굴 & 통영 도다리 쑥국
에피큐어(미식가, 식도락가)들 사이에 봄 한 철에만 맛볼 수 있는 별미가 있다. 겨울별미인 조개의 귀족 '새조개'가 3월이면 끝나고 4월이 가면 이 별미도 더 이상 맛볼 수 없다. 이름하여 '벚굴과 도다리 쑥국'이다. 봄의 전령사로 통하는 별미로 서울에서는 고급 일식집과 통영식 향토음식점에서만 맛볼 수 있을 뿐 아직 일반인의 식탁에서는 볼 수가 없다.
섬진강 하구에서만 나는 특별한 별미이자, 그 마저도 이른 봄에 시작해 4월 까지만 식용으로 허락이 되는 이 것의 원래 이름은 '벙굴'로, 강물과 바닷물이 교차하는 강 하구에서만 볼 수 있다고 하여 별칭으로 '강굴'로 부르기도 했다. 1980년대 중반 당시 잠수부 이태훈 씨가 수중에서 굴이 입을 벌린 채 서로를 의지하며 몰려 사는 그 모습이 활짝 핀 벚꽃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하여 '벚굴'이라는 예쁜 이름을 붙였는 데, 지금까지 다들 그렇게 부르면서 에피큐어들 사이에서 하동의 명물이자 섬진강 하구의 별미로 통하게 되었다.
벚꽃이 지고 4월 말 산란기에 접어들면 독성이 생겨 더 이상 식용으로 사용할 수 없기에 섬진강의 봄과 함께 더 더욱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스쿠버 혹은 머구리 다이빙으로 강바닥을 훑으면서 채취하는 데, 어른 손바닥 정도의 크기에서 일반 굴과는 크기에서 확연히 구분이 된다. 매실과 감식초로 만든 초장에 찍어 먹거나 무침, 튀김, 구이로 맛볼 수 있으며, 월진저수지 인근의 벚굴식당에서 일반인에게 처음 계절메뉴로 선보이면서 전국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몰론 서울의 츠키지 같은 유명 일식집의 세련된 벚굴요리는 아니지만 소박한 섬진강의 봄을 느끼기엔 충분하다.
통영의 봄은 '도다리 쑥국'으로 시작이 된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식도락의 천국으로 불리는 지역인 만큼이나 여러가지 별미도 많지만 봄을 대표하는 통영의 향토음식은 단연 도다리 쑥국이다. 해풍을 맞으며 겨우내 언 땅을 비집고 올라 온 해쑥과 봄에 산란과 함께 새살이 올라 가장 맛이 있다는 도다리를 넣고 끓여 낸 통영의 향토음식인 도다리 쑥국은 봄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생각나게 하는 남쪽의 음식으로 이미 서울의 식도락가들 사이에 정평이 난 상태다.
2월 중순에서 4월 초까지만 맛볼 수 있는 계절음식이자 통영의 향토 생선국인 도다리 쑥국을 현지인들은 쌀뜨물 혹은 된장을 맑게 푼 물에 무를 넣어 끓이다가 도다리와 해쑥, 실파, 다진 마늘을 넣고 소금으로 간을 하여 담백하고 시원하게 숙취해소용으로 즐긴다고 한다.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수정식당, 현지인 중심의 분소식당, 매운탕 내공의 한산섬식당 등 식도락가들 사이에 손꼽히는 식당들을 순례하는 재미도 솔솔하다. 이 집들이 자랑하는 여러가지 별미들을 열거하는 것은 나중으로 미루고, 통영에서도 손꼽히는 세 집의 맛을 비교해 보면 어떨지 싶다. 아침은 분소식당, 점심은 수정식당, 저녁은 한산섬식당, 야식은 봄 도다리회와 봄 멸치회... 생선회는 저녁 7~8시 경 중앙시장에서 떨이 활어로 저렴하게 구매가 가능하므로 시장에서 회를 떠 바다를 바라보며 소주 한 잔을 곁들여도 좋다.
[여행 팁] 하동과 통영을 여행하기 전 구례를 지난다면 반드시 소내장탕 맛을 보고 하동을 여행하면 좋다. 그 만큼 소내장탕을 제대로 메뉴로 내는 곳이 드물다. 하동에서 벚굴식당의 벚굴 외 에피큐어들 사이에 단연 첫 손에 꼽히는 동백식당의 참게매운탕과 은어회도 놓칠 수 없는 별미다. 통영에서는 도다리쑥국 외 졸복국, 멍게비빔밥, 볼락매운탕, 오미사꿀빵을 빠뜨리면 썹썹하다. 정보의 바다 인터넷에서는 미미한 정도에 불과한 진짜 정보(제대로 된 맛집)를 가릴 줄 아는 지혜가 반드시 필요하다.
미식의 별을 맛보다 - 프리미엄 레스토랑 가이드 에피큐어(www.epicure.co.kr)
수정식당 http://epicure.co.kr/shop/introduce_detail.html?no=689
벚굴식당 http://epicure.co.kr/shop/introduce_detail.html?no=1520
첫댓글 도다리 쑥국먹으로 통영으로 가야 할텐데....
좋은 정보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