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지게차 사고 부상자 6월까지 36명 공사장 대부분 보행자 통로 없어 위험...
적발해도 ‘솜방망이 처분’ 중부노동청 “안전수칙 점검·개선할 것"
“오늘도 작업 중에 지게차에 치일 뻔했어요.”
11일 오후 2시께 인천 미추홀구 도화동의 한 오피스텔 공사 현장. 3t급 지게차가 철근 등의 공사 자재를 담은 마대자루를 들어 덤프트럭으로 옮기는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불과 2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작업자가 마대자루에 철근을 담고 있었다. 지게차가 포크를 들어 올리자 포크가 근처 작업자들의 머리 근처를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는 상황도 포착됐다.
자세히 살펴보니 이 곳은 지게차 통행로와 작업자 보행로 조차 나눠지지 않은 상황. 지게차가 후진과 전진을 할 때마다 인근 작업자들은 지게차를 피해가며 긴장감 속에서 업무를 수행해 나갔다.
지게차 운전자 이모씨(40)는 “지게차를 운전할 때면 사각지대가 있어 뒤가 잘 보이지 않는다”며 “인근 작업자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지게차 운전자들 역시 초긴장 상태에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같은 날 동구 송림동의 택배 물류 창고도 상황은 마찬가지. 3t급 지게차 2대가 빠른 속도로 택배 상자를 옮기는 현장 바로 옆에서 제대로 된 보호장비도 없이 맨몸인 작업자들이 택배 상자를 분류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작업 반장 김모씨(45)는 “물류 창고는 396㎡(120평)로, 너무 좁아 지게차 통행로와 작업자 보행로를 나눌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인천지역의 공사현장 곳곳에서 지게차로 인한 사고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지만, 소규모 작업현장 대부분이 지게차 관련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1일 중부지방고용노동청에 따르면 인천지역 지게차 사고 부상자는 2020년 82명, 2021년 116명, 지난해 94명, 올해 6월까지 36명 등으로 끊이지 않고 있다. 사망자도 2021년부터 올해까지 해마다 1명씩 나오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지게차 사용 업체의 경우 보행로와 지게차 전용통로를 구분하고, 제한속도 표지판을 설치해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지게차에 전조·후미등을 달고, 작업지휘자 및 유도자 배치 등의 안전수칙을 지켜야 한다. 이를 어길 시 고용노동부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그러나 현장을 점검해야 할 고용노동부는 업체의 안전수칙 위반사항을 적발해도 시정 지시에 그치고, 업체는 작업속도에 치중해 안전수칙을 소홀히 하고 있다.
조현지 노무법인 가경 노무사는 “지게차 관련 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고용노동부는 관련 교육을 강화하고 지도·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며 “노동 현장에서도 지게차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작업반경 근처에 가지 않는 등의 문화를 현장에 정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중부노동청 관계자는 “개별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수칙을 점검하고, 위험요인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