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양역/민병옥
대구 지하철 2호선의 종점, 문양역이다ㆍ
역을 나서면 메기 매운탕집과 유황오리집이 줄지어 있고, 모임과 나들이에 나선 노년의 인파로 늘 북적이는 곳이다.
이른 아침, 나는 라우어에서 서둘러 이동하여 열차에 몸을 실었다. 시골 중학교 동기회에 참석하기 위해 사백 리 길을 달려갔다. 유황오리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잔치가 무르익어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악수를 나누고 자리에 앉으니, 막걸리 한 사발이 의례처럼 따라준다 ㆍ단숨에 들이키자 세월의 간격이 스르르 녹아내렸다.
새 임원진이 꾸려지고, 회장은 병오년의 붉은 말처럼 힘차게 달려가자며 모두발언을 했다. 웃음과 건배가 오가는 사이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ㆍ 우리는 또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자리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나의 발길은 곧장 역으로 향하지 않았다. 역에서 점점 멀어지며 마천산 아래 서부실로 향했다. 그곳에는 외가 쪽 조카가 식당을 하고 있다. 부산에서 살다 고향으로 와서 터를 잡은 지 여러 해가 지났다.
조카와의 인연은 오십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 시절 방학이면 부산 그의 집에 머물며 공부를 가르치곤 했다. 그래서 문양에 오면 으레 들르게 된다. 인지상정의 발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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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서브쓰리를 달성한 마라토너이기도 하다. 풀코스를 백 회 넘게 완주했고, 일흔을 넘긴 지금도 대구마라톤에서 3시간 30분에 완주했다고 한다. 나 역시 여러 차례 풀코스를 뛰어본 터라, 그의 꾸준함과 땀의 무게를 짐작한다. 대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건강이 염려되어 이제는 조금 줄이라고 말해 주었다.
“걸어가겠다”는 내 말에도 그는 끝내 구지 역까지 차로 배웅해 주었다.
육십여 년 전 학교를 다니던 길을 다시 걸으며, 나는 오래된 시간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하루가 저물 무렵, 추억은 더욱 또렷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