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11일자
삶의 이야기에 올린 길고양이
후기를 올려 볼까 한다.
길고양이를 데려온지 4개월이다.
2022년 10월 9일 애들과 경북 영덕
여행 중 산길에서 울고 있는 이 녀석을
업어 왔다.
오자마자 검사하고 주사 맞히는데
19만 원 병원비다.
그리고 2주에 한 번씩 3번 주사 5만 원씩.
이렇게 피 같은 돈을 잡아먹은 세상 빛을
본 지 3개월짜리 고양이는
이제 내 집을 자기 집처럼 온 거실을,
각방을 활개 치고 다닌다.
거실, 방 방충망이 너무 오래되어 낡아서 나갈까봐 직접 교체해 보기로 했다.
유리창이 8개니까
방충망이 10미터가 필요하다.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모두 외출하고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방충망을 뜯어 거실에서 교체하는데
오래된 철망이 흙처럼 부서진다.
손가락만 데면 구멍이 뚫리는..
뜯어내고 자르고 끼우기를 서너 시간 했나.
온 거실이 먼지투성이다.
저 녀석이 왜 우리 눈에 띄어
데려오게 만들고 돈 들이고
이렇게 고생하게 하는지..
크면 발톱이 강해 이것도 못 믿어
다이소 가서 유리창에 맞는
철망을 사다가 막았다.
일하고 문 열고 들어오면 야옹 하고
반겨 주고 하더니 한 달이 되어가니
사고를 치기 시작한다.
거실에 작은 다육식물 화분부터 큰
화분까지 줄지어 있는데 한 번씩 엎어 먹고
발로 밟고 올라가고 난리 블루스다.
강아지 같으면 하지 말라하면 말도 알아듣는데 고양이는 천방지축이다.
소리를 질러도, 하지 말라 해도
쳐다보지도 않고 막무가내다.
도저히 해결할 수가 없어서 다육식물
화분을 치웠다.
장흥 누나네서 하나하나 가져왔는데
다시 갖다 드렸다.
폭탄 맞은 거처럼 고양이가 망가뜨려서
가져왔다고…. ㅠㅠ
이제 넉줄고사리 3개 하고 몬스테라하고
알로카시아하고 스킨답서스만 남았다.
아들, 딸은 식물에 관심이 없으니 고양이만 예쁘다고 모든 장난감을 사다 날린다.
배변통부터 모래흙까지...
내 방에 어항이 3개 있는데 고기들이 유영하면 서서 잡겠다고 껑충 뛴다.
어항 위에는 아직 점프를 못 하니
침대에 배 깔고 앉아 쳐다만 본다.
어항 뚜껑도 없는데 크면 어항 위에
올라가서 빠지고 어항 물도 먹는다는데.,.
작은 화분들을 치우니 이제는 스킨답서스
화분을 못살게 군다.
유독 이 화분만 올라가고 흙을 파고
약한 식물을 휘저어 놓는다.
화장실에 화분을 피신시키고 보니
알로카시아를 잡고 흔든다.
하나 치우면 옆의 것을 못살게 군다.
두 개를 치웠더니 아직은 고사리와
몬스테라는 덜 만진다.
간혹 곁에서 만지지만..
싱크대도 간혹 올라가고 김치냉장고로 점프해서 냉장고 위에도
한 번씩 올라간다.
그래도 물건을 떨어뜨리지는 않고
조심성은 있다 ㅋㅋ.
강아지는 배변을 밖에 나가야 하고
혼자 두면 울고 운동도 시켜야 하는데
집안 모든 물건은 안녕이다.
고양이는 배변을 알아서 하니 한 번씩 치우기만 하면 되고 혼자 두고도
나갈 수 있는데 제일 문제가 집안 물건들이 남아 있질 안 한다는 거다.
선물 받은 거실 소파도 발톱으로 긁어서
여기저기 상처가 나기 시작한다.
간혹 할퀴어서 딸 손등에 상처도 났다.
잠잘 때는 방마다 다니며 같이 침대에서 실컷 자고 귀신이 업어 가도 모르게
곯아떨어진다.
화장실 갔다 두었던 화분을 다시 가져다 두어 봤다. 며칠 조용하더니 다시 파헤친다.
또 갖다 두기로..
2월이 되어가니 불안해진다.
데려올 때 의사가 태어난지 3개월쯤 됐다고 했으니
6개월쯤 되면 발정기가 시작될 거라고
중성화 수술하라고 했단다.
원래 봄 계절에 많이 한다는데 울음소리가
조금 달라지고 자주 운다.
2월 첫째 주에 데려가서 시키라고 했더니
아들, 딸 약속이 있고 바쁘다고 다음 주에 하잔다. 주일이 지나고 화요일부터
퇴근하고 오니 시도 때도 없이 울어 댄다.
아직은 어리니 소리는 작아서 옆집엔
들리지 않지만, 그것도 소음이다.
내가 잠시 자고 일어났는데 새벽 1시가 넘었는데도 여기저기 다니며 운다.
서로 자는 데 방해 될까봐 방문을 닫고
데리고 있었더니 2시가 넘으니 잠든다.
앙칼지게 울지는 않지만 행동이나 우는 거 보니 발정기가 온 거 같다.
이번 주말엔 무슨 일이 있어도 병원 데려가라고 했다.
둘이 기르겠다고 업어 왔으니 책임지라고..
그동안 돈도 아들, 딸 둘이 반반씩
꽤 쓴 거 같다.
수술하면 3일 동안은 데리고 있으며
눈여겨봐야 한다니까 토요일은 둘이 쉬니까
금요일 한시간 반 늦게 아들 출근하며
병원에 맡기고 퇴근에 데려오기로..
수술비 얼마냐고 물으니 그때 40만 원이라고 했단다.
암컷은 더 비싸다고.
둘이 20 만 원씩 보태서 시킨다고 했는데
아빠가 40만 원 줄까 ? 아들한테
넌시시 말을 건네니 핸드폰만 쳐다보고
아무 말이 없다.
달라는 소리 아냐 ㅠㅠ
2023년 2월10일 금요일.
아들이 출근하며 병원에 맡기고
퇴근 때는 딸이 데리고 왔다.
배쪽에 털을 깎고 수술을 했다.
딸이 데려오면서 55만 원 들었다고 한다.
목 카라 값, 주사, 수액 등등
추가가 되었다고..
자고로 동물병원은 부르는 게 돈이고
보험도 안 되지만 5만 원 얘기했는데
막상 가보면 15만 원이다.
수술 부위 입으로 핥트면 안되니까
넥카라 2주하고 실밥 빼러
오라고 하더란다.
집에 데려 왔는데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정신이 없다.
카라까지 끼우니 불편한지 짜증 얼굴이고..
하루가 지나니 조금 조용해졌다.
이제 울지도 않고 잠만 잔다.
먹는 것도 불편하게 보여 옷을 주문했다.
6천 원짜리 2개.
입혀보니 서서 걷질 못하고 쓰러진다.
강아지와 달리 고양이는 유연해서
걸어가도 등이 위로 휘고 하는데 옷을 입히니까 등, 허리를 못 쓰니 걷지를 못한다.
일명 고양이가 고장 났다고 한단다.
다시 벗겨서 넥카라 씌워 주었다.
강아지나 고양이를 처음 기르고 싶은
분들은 먼저 귀찮다고 밖에 버리지 않을
자신과 큰돈을 들여 수술과 한 번씩
병원에 데려갈 자신이 있으시면 길러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검사비,수술비, 장난감,사료 100여만 원은 들어간 거 같다. 이제는 돈 들어 갈 일이 없다.
사실 이렇게 많은 돈이 들어갈
생각을 못했다.
누나네도 길고양이를 데려와 기르다가
수술을 못 시켜서 탈출해서 며칠 후 들어와 집에서 새끼를 낳은 일이 있었다.
집에 개나 고양이가 있으면 불편한 것도 많지만 더불어 가족 간에 분위기가 살아난다.
이제 25일이면 실밥 빼고 그전처럼 자유로운 운동 신경이 돌아와
냉장고 위까지 한번에 점프하는 걸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