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독서
<누가 이 죽음에 빠진 몸에서 나를 구해 줄 수 있습니까?>
▥ 사도 바오로의 로마서 말씀입니다.7,18-25ㄱ
형제 여러분,
18 내 안에, 곧 내 육 안에 선이 자리 잡고 있지 않음을 나는 압니다.
나에게 원의가 있기는 하지만 그 좋은 것을 하지는 못합니다.
19 선을 바라면서도 하지 못하고, 악을 바라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하고 맙니다.
20 그래서 내가 바라지 않는 것을 하면,
그 일을 하는 것은 더 이상 내가 아니라 내 안에 자리 잡은 죄입니다.
21 여기에서 나는 법칙을 발견합니다.
내가 좋은 것을 하기를 바라는데도 악이 바로 내 곁에 있다는 것입니다.
22 나의 내적 인간은 하느님의 법을 두고 기뻐합니다.
23 그러나 내 지체 안에는 다른 법이 있어
내 이성의 법과 대결하고 있음을 나는 봅니다.
그 다른 법이 나를 내 지체 안에 있는 죄의 법에 사로잡히게 합니다.
24 나는 과연 비참한 인간입니다.
누가 이 죽음에 빠진 몸에서 나를 구해 줄 수 있습니까?
25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나를 구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너희는 땅과 하늘의 징조는 풀이할 줄 알면서 이 시대는 어찌하여 풀이할 줄 모르느냐?>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2,54-59
그때에 54 예수님께서 군중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구름이 서쪽에서 올라오는 것을 보면 곧
‘비가 오겠다.’ 하고 말한다. 과연 그대로 된다.
55 또 남풍이 불면 ‘더워지겠다.’ 하고 말한다. 과연 그대로 된다.
56 위선자들아, 너희는 땅과 하늘의 징조는 풀이할 줄 알면서,
이 시대는 어찌하여 풀이할 줄 모르느냐?
57 너희는 왜 올바른 일을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느냐?
58 너를 고소한 자와 함께 재판관에게 갈 때, 도중에 그와 합의를 보도록 힘써라.
그러지 않으면 그가 너를 재판관에게 끌고 가,
재판관은 너를 옥리에게 넘기고 옥리는 너를 감옥에 가둘 것이다.
59 내가 너에게 말한다.
네가 마지막 한 닢까지 갚기 전에는 결코 거기에서 나오지 못할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어릴 때 한국고전문학 전집을 읽었습니다. 지금도 기억나 는 이야기가 하나있습니다. 신라의 삼국통일에 큰 공헌을 하였던 ‘김유신 장군’의 이야기입니다. “김유신은 젊은 날 화류계에서 명성이 자자했던 절세미인 천관(天官)이 운영하 는 술집에 자주 드나들면서 주색에 탐닉하며 깊은 사랑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일을 알게 된 김유신 의 어머니 만명 부인이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를 꿈꾸는 사람이 항상 주색에 빠져서 어찌 큰 뜻을 이룰 수 있겠느 냐?’고 호된 꾸지람을 하자 그는 천관녀의 집에 발길을 끊 기로 다짐했습니다. 어머니와의 약속은 지켜져서 그 이후 천관녀의 집에 발길을 끊고 무예와 책을 읽는 데만 열중했 습니다. 그러다 하루는 김유신이 전쟁에 승리하고 돌아오 던 중 말위에서 졸고 있는 사이 그의 영특한 애마가 그를 태운 채 이전에 늘 다니던 옛길을 따라 습관적으로 천관녀 의 집으로 데려간 것이었습니다.
천관녀는 원망하던 김유 신이 찾아오자 맨발로 달려 나와 그를 반갑게 맞이했습니 다. 말위에서 놀라 잠이 깬 김유신은 ‘이놈, 네가 비록 짐 승이긴 하지만 어찌 주인의 뜻을 그토록 거스른 것이냐’하 면서 순식간에 애마의 목을 내리치고 뚜벅뚜벅 걸어 왔다 는 것입니다.” 이를 유신참마(庾信斬馬)라고 합니다. 김유 신 장군이 소중하게 아끼던 말까지 베어버린 것은 다시는 유곽에 가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나쁜 습관을 고 치는 것이 정말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교훈입니다.
사제가 되었을 때입니다. 어머니도 전화를 하면 제게 늘 하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머니의 눈에는 사제가 된 자식 도 물가에 내어놓은 어린아이처럼 늘 걱정스럽게 보이는 것 같습니다. 김유신 장군의 모친처럼 ‘치국평천하’를 대의 를 이야기하지는 않았습니다. 어머니는 3가지를 이야기하 였습니다. 첫째는 ‘자주 씻으라.’고 하였습니다. 사제는 혼 자 살기에 늘 몸가짐을 깨끗하게 하라고 하였습니다. 사실 혼자 지내기에 때로는 제대로 씻지 않고 잘 때가 있었습니 다. 어린 시절 밖에서 돌아오면 지금처럼 자주 씻지 않았 고, 그것이 제게 습관처럼 남아 있었습니다. 둘째는 ‘말을 조심하라.’고 하였습니다.
특히 어르신들에게 말을 겸손하 게 하라고 하였습니다. 한국은 유교사상이 있고, 사제를 존 중하기에, 사제의 직무가 소중하기에 신자들이 말을 높여 부른다고 하였습니다. 그럴수록 사제는 더욱 겸손하게 말 을 하라고 하였습니다. 어머니는 말을 함부로 하는 사제가 되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셋째는 ‘술을 절제하라.’고 하였 습니다. 사람이 술을 마시는 것은 좋은데 술이 과하면 술 이 사람을 마시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약주를 좋아하셨던 아버지도 자식들을 위해서 돌아가실 때까지 금주하였습니 다. 어머니는 제가 몸이 청결한 사제, 언행이 겸손한 사제, 정신이 맑은 사제가 되길 바랐습니다. 돌아보면 ‘재형참마 (在衡斬馬)’의 삶은 못 되었습니다. 늘 흔들리는 갈대의 삶 이었습니다.
오늘 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선을 바라면서도 하지 못하고, 악을 바라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하고 맙니다. 그래서 내가 바라지 않는 것을 하면, 그 일을 하는 것은 더 이상 내가 아니라 내 안에 자리 잡은 죄입니 다. 나는 과연 비참한 인간입니다. 누가 이 죽음에 빠진 몸 에서 나를 구해 줄 수 있습니까?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나를 구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바오로 사도는 율법에 능통했던 바리사이였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예수님의 음성을 듣고 회개하였습니다. 율법에 능통했고, 영적으로 충만했던 바오로 사도는 때로 자신이 선과 악의 갈림길에서 방황하고 있다고 고백합니다.
그런 자신을 구 원해주는 것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이라고 고 백합니다.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이제는 내 가 사는 것이 아니고,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십니다. 그 리스도만이 내 생의 전부입니다.” 그렇습니다. 악의 유혹은 성직자이기에 비껴가지 않습니다. 어쩌면 성직자이기에 더 욱 거세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악의 유혹은 지식인이기 에 비껴가지 않습니다. 어쩌면 지식인이가에 더욱 거세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이 이야기 했던 것처럼 하느님 앞에 편히 쉴 때까지 늘 영적으로 깨어 있 어야 합니다.
“위선자들아, 너희는 땅과 하늘의 징조는 풀이할 줄 알면 서, 이 시대는 어찌하여 풀이할 줄 모르느냐? 너희는 왜 올바른 일을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