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가 상강(霜降)
긴 폭염으로 아침마다 송도해수욕장을 찾아 망망대해 푸른 물속 인어와의 대화로 고독을 잊었고
계절이 바뀌어 이제 찬서리가 내리니 모처럼 부부동반 뒷산을 올랐다
수정산(315) 초입 등산로 따라 송림 아래 오솔길을 걷다 보니 부산 북항이 보인다
눈 아래 허치슨 부두에 힘센 기중기가 편안히 섰고 북항대교 넘어 조도에는 해양대학이 아련히 보이고
좌측으로 감만 부두에 상선들이 줄지어 정박하였네,
우측으로는 멀리 영도(影島) 태종대가 있고 봉래산 9부 능선에 통신철탑이 우뚝 솟아있다
그 아래에 청학동 신선동 영선동이 펼쳐져 큰 동네를 이루고 산 넘어 유명한 오륙도가 있다
영도와 충무동 송도를 잇는 남항대교가 그 옛날 나룻배를 대신해 교통을 원활히 한다
수정산에서 바라보이는 바다 풍경을 눈에 담고 숲길을 내려가니
정수회(廷水會) 약수터다
인적 없는 약수터에서 물 한 바가지 들이키고 좁은 공간에 운동 시설 몇 점이 외롭게 섰네
화단에는 호랑이 발톱 나무는 은은한 향기로 우리를 반긴다
등산로 따라 걷다 보니 산 구절초가 피어 등산객의 귀염을 받고 무너진 산성이 있다
이 성은 목장성으로 조선시대부터 말을 방목하여 도망가지 못하게 외성을 축조되었다네
오랜 역사 속의 애환을 간직한 채 묵묵부답이다,
이제 허물어진 성위로 스산한 가을바람이 스쳐 지나간다
수림장 도착하여 편백나무 아래 외로운 벤치에 앉아 수림의 고요함에 몸을 맡기니
피톤치드 향기가 몸속의 찌꺼기를 정화 시키고 무아지경에 이른다
들숨 날숨이 고르고 단전에 기 (氣)가 모이니
세상사 망각되어 잠시 신선이 되었네
이제 하산의 길
터벅터벅 부부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무욕의 경지를 넘나들며 아침 햇살을 받으며 내려오니
길섶에 핀 야생국화 한 송이
걸음을 멈추고 바라보니
싱그러운 꽃잎에 저절로 터져 나오는 탄성
너를 보고 옛 선비들은 오상고절(傲霜孤節)이라 노래하였지
한참을 벗하며 가을 정취에 촌각의 흐름을 잊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