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옛 길이 생각나 플락 초행길을 다시 추억해 본다.
벌써 십여년,, "플락"도 "팀박동굴"도 천지개벽이더라...
플락 도로를 따라 오르다 / 첫날 밤 레인저 하우스
날이 밝으니
이제 발아래 운해가 펼처진다.
운해를 바라보며 플락의 산장에서 천상의 아침을 맞는다.
이 운해, 아,,지리산 어느 능선이던가..
6시 50분 도로를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발아래 구름의 물결을 보며 호젓이 걷는 길이다.
정상과 고도차는 500M 거리는 8 KM 완만한 경사길이다.
오늘은 정상에 오른 후 이곳 사람들이 죽음의 코스라 부르는
"아키키" 트레일로 내려간다.
20분 정도 도로를 따라오르니 이제 등산로로 들어선다.
머리 위로 플락 정상이 한눈에 들어온다.
숲은 필리핀 다른 곳과 달리 우리처럼 온대림 지역이다.
소나무가 대종을 이루고 중간 중간 철쭉꽃도 보인다.
8시 20분 이 산의 주 캠핑장 "그라스랜드"에 도착한다.
3시간 거리라는데 1시간 반만에 왔다.
제법 많은 텐트들이 있고 한창 아침 준비중 바쁘다.
고도감도 있도 멀리 전망이 좋은 곳이다.
"그라스랜드"를 지나 올라가니 이제 나무는 없고
오로지 잔디풀 만 무성한 고원의 초원지대가 정상까지 연결된다.
계속 구름의 향연을 바라보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천천히 오른다.
오르는 길 에델바이스가 보인다.
9시 30분 정상에 도착한다.
이곳도 "아포"산처럼 정상에 아무것도 없다.
여기서 사진 한장을 얻는다. 자유로웠던 날이다.
내일은 저 흰구름아래 까지 걸어가게 된다.
가저간 라이스와인으로 사방 제배하고 정상주를 마신다.
동서남북 천지가 뚫렸고 산과 하늘. 구름만 흐른다.
한참을 놀다 10시 20분 서쪽 "아키키"코스로 하산을 시작한다.
3000에서 1300까지 계속 내려가는 길이다.
지리산 반야봉에서 달궁으로 내려가는 스타일이다.
경사는 급해도 내리막이라 부담없이 내려간다.
반가운 철쭉을 보고
정겨운 소나무를 보고 숲속에선 난을 만난다.
계속되는 소나무 숲 길이다.
고사리가 도르르, 올라오고
길숲엔 고사리
길 옆엔 오리나무 소나무가 어우러진 우리네 남쪽길 봄날 길이다.
배낭은 "알머"에게 지우고, 후루루룩 신나게 달려서 내려온 길
오후 1시 드디어 계곡을 만난다.
그대로 지리산 계곡이다.
산동마을의 산수유 꽃이 보일듯 하다
구름다리가 걸처있다.
다시 산을 올라 긴 길 돌고 돌아서 내려가니
오후 2시 50분
신작로를 만난다.
1박2일의 "플락" 산행이 끝난다.
고생한 가이드 "알머"를 보낸다.
바기오로 나가는 버스도 없고
걸어서 30분거리
터벅터벅 신작로를 따라 "카바얀"으로 들어간다.
내일은 일찍 "카바얀" 미이라 동굴을 구경하고 바기오로 간다.
"카바얀"
산속 드라마틱하게 펼쳐지는 계단식 논 한가운데 위치하며
그 위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라들이 있는
때 묻지 않은 보석과도 같은곳...... "론니"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곳 유일한 숙소인 아담한 "쿠프"롯지에서 200페소에 하룻밤을 자고
아침 7시 식당에서 어제 약속한 가이드 "알버트"를 만난다.
바기오 가는 버스가 12시 마지막이어서 오전에 미이라 동굴을 보려했는데
알버트가 하이웨이까지 데려다 준다 한다.
다시 2200까지 올라야 한다.
그래 가보자.
아침 8시 식당을 나서 출발한다.
조금 지나 당산 나무를 끼고 돌아가니 조그만 박물관이 있다.
미라 2구와 옛 부족들 유물이 전시된 카바얀 국립박물관이다.
박물관 구경 후 "티농출" 매장 암벽을 보러간다.
깊은 계곡을 끼고 산길을 돌아간다.
9시 30분 "티농출" 암벽에 도착한다.
커다란 화강암 바위벽을 뚫고 미이라 관들을 모셔놨다.
다시 5시간 거리 팀박동굴을 보러 간다.
길은 계속 도로로 연결되어 있고 가끔 지름길로 소나무 숲을 오른다.
날씨는 화창한데 배낭도 무겁고 몸도 무겁다.
오르고 또 올라도 끝없는 길이다.
이런곳 까지 도로를 만든 필리핀의 저력이 느껴지는 길이다.
드디어 "팀박" 동굴에 도착한다. 1시 반이다.
참, 꽤나 높은 곳에 메뚱을 써놨다. 2000 고지다.
아, 동굴 옆에 함박꽃이 피어있다.
무슨 인연인가
여기서 함박꽃을 보다니
정말 절묘한 자리에 피어있는 함박꽃이다...
라이스 와인 한 잔 올리고
미라 문을 연다.
700년 된 생명들이다.
이짚트와 페루와 달리 이 곳 미라들은
무릎을 구부리고 있다.
무슨 뜻인가??
2시 오늘 동행한 독일인 친구들과 가이드를 내려보내고
혼자 하이웨이를 향한다.
그냥 이국의 낫선길을 후적후적 걷는다.
얼마를 걸어야 할 지 나도 모른다
사흘 좋았던 날씨가 흐려지고 비가 내린다.
안갯속 뿌연길. 돌고 돌아 그냥 걷는다.
3시 50분 "바기오" "본톡" 하이웨이가 나온다.
사흘간의 긴 행군이 끝난다.
다시 올 수 없는길, 외지인은 누구도 걷지 못 할 길이다
어디를 다녀 왔는가?
그냥 우리 봄 산을 홀로 헤매다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