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긴 왜 울어 -6-
화장실 수납장에는 프로액티브 토너가 박스째 쌓여 있었다. 뻣뻣한 클라리소닉 클렌징 브러시가 거의 손도 안 댄 상태로 처박혀 있었다. 나는 인내심이 없어서 엄마가 강권하다시피 한 그 과정 중 어느 단계도 꾸준히 따르지 못했고, 그것은 사춘기 시절 끝없이 심각해져만 가던 우리 언쟁의 한 원인이 되었다.
엄마의 완벽함은 짜증이날 정도였고 그 빈틈없음은 내겐 완전히 수수께끼였다. 대체 어떻게 관리를 한 건지,엄마의 10년 된 옷은 개시도 안 한 새 옷처럼 보였다. 코트와 수웨터는 보풀 하나 없었고, 에나멜 구두에는 긁힌 자국 하나 없었다. 나는 내가 가장 아끼는 물건조차 망가뜨리거나 느닷없이 잃어버리는 통에 만날 혼나기 바빴는데 말이다.
엄마는 집안 일에도 똑같이 결벽증이 있어서 집을 빈틈없이 관리했다. 매일 청소기를 돌렸고,일주일에 한 번씩 걸레받이에 묻은 먼지를 먼지떨이로 닦아 내리고 내게 시키고 엄마는 나무 바닥에 기름을 바르고 걸렐로 훔쳐 바닥을 반들반들하게 만들었다. 아마 엄마는 아빠와 나를 데리고 사는 것이, 자신의 완벽한 세상을 파괴하기로 작정한 몸집 큰 두 어린이와 함게 사는 느낌이었을 것이다.
무언가가 조금만 어긋나도 엄마는 벌컥 화를 냈고, 그러면 우리 두 사람은 나란히 저 먼 곳을 바라보면서 이번엔 또 오염되고 제자리를 벗어났는지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우리 중 하나가 카펫에 뭘 쏟기라도 하면 엄마는 집에 불이라도 난 양 법석을 피웠댔다. 엄마는 즉각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면서 후다닥 싱크대로 달려가 QVC에서 산 카펫 청소용 스프레이을 가져와서는,행여 우리가 얼룩일 더 번지게 할까봐 우리를 현장에서 잽싸게 밀쳐냈다.
우리는 어쩔 줄을 모르고 엄마 주위만 맴돌며 엄마가 우리의 실수를 벅벅 문질렀다가 스프레이를 뿌렸다가 하는 모습을 멍청히 바라만 보았다. 엄마가 값비싸고 정교한 물건을 수집하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더 조심해야 했다. 집안에는 물건마다 종류별로 가지런히 진열해놓은 지정 공간이 있었다.
이를테면 엥겔브레이트 세밀화가 그려진 찻주전자들은 거실 복도 책장에, 발레리나 도자기인형 세트는 현관 진열장에 나란히 놓여 있었다. 특히 세번째 발레리나의 사라진 손가락 두 개는 내 미련함의 결과를 하루도 빠짐없이 상기시켰다. 푸른색과 흰색으로 칠한 네덜란드집 모양 장식품들은 진gin 병들과 함께 부엌 창턱을 채우고 있었는데,
진 병 중 두세 개는 늘 마개가 비뚜름하게 닫혀 있어서 그건 또 술병 마개 하나 제대로 못 닫을 정도로 인사불성이 되 아빠의 미련함을 상기시켰다. 스와루브스키 크리스털은 거실 장식장 유리 선반에 안전하게 놓여 있었다. 생일과 크리스마스가 되면 반짝거리는 백조, 고슴도치, 거북이가 하나씩 하나씩 새로 들어왔고, 이른 아침이면 녀석들이 거실을 향해 더욱 영롱한 빛을 뿜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