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상주.예천
수행가풍 뛰어난 ‘불교텃밭’…포교도 탄탄
문경 상주 예천 지역은 불자들의 인구가 70%에 육박하는 탄탄한 토대를 갖추고 헌신적인 지역 불교지도자들의 포교활동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사진은 조계종 종립선원인 태고선원이 자리하고 있는 문경 봉암사 전경.
#문경
종립특별선원 봉암사 큰자랑
문경불교대학은 포교 구심점
#상주
남장사 투명경영으로 이름나
상낙사는 불교대학 개설 추진
#예천
사암연이 47개 사찰 이끌어
지역공무원 신행단체 활기
문경 상주 예천지역은 종교인구 10명중 6~7명은 불교인구가 차지할 만큼 불심(佛心)이 강한 지역이다. 경북도청이 지난해 조사한 의식조사결과에서도 밝혀졌듯 이 지역 종교인구중 불교가 차지하는 비중은 예천이 77.1%, 상주가 67.5%, 문경이 65.9%를 차지하고 있다. ‘어떻게든 사찰만 차리면 신도가 몰려든다’는 농담 같은 진담도 나돌 정도이다. 하지만 3개 지역이 불교세가 강한 데는 조건도 조건이지만 그에 따른 해당 사찰의 노력도 중요했다. 3개 지역의 불교 현황을 살펴본다.
# 문경
경상북도 ‘문경’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탄광’과 ‘봉암사’이다. 산이 많은 지리적 특성을 가진 문경은 일찍부터 탄광산업이 발달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던 곳이었다. 이와 함께 신라말 구산선문 중 하나였던 희양산문 봉암사는 치열한 수행가풍을 가진 사찰로 지역민들의 자긍심도 이끌어 내고 있다. 봉암사 외에도 대승사, 묘적암, 윤필암, 운암사 등 이름만 들어도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유명한 수행처와 암자가 많은 곳이다.
문경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구산선문 중 하나였던 희양산문 봉암사. 일반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된 조계종립 특별선원이다. 봉암사는 특히 1947년 성철스님을 필두로 청담, 자운, 우봉스님 등 4분의 스님이 개인적, 임시적 이익을 떠나 무엇이든 잘못된 것은 고치고 부처님 법대로 한 번 살아보자고 결의를 맺은 ‘봉암사 결사’로도 유명하다. 향곡 서옹 서암 스님 등 근대 한국의 대표적 선승들이 조실을 역임하며 수행정진했고, 현재는 정광스님이 선원장을 맡고 있다.
봉암사와 함께 수행도량의 가풍이 살아있고 불교정화의 씨앗이 움텄던 도량인 대승사도 매년 40여명의 스님들이 가행정진, 용맹정진을 통해 고승대덕의 선맥을 이어가기 위해 여념이 없다.
복지 및 사회활동도 활발하다. 문경지역 21개 사찰 중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곳은 단연 불정동 운암사이다. 운암사 주지 범초스님은 문경모전사회복지관, 자활후견기관, 연꽃유치원 등 맡고 있는 굵직한 직책만 해도 5개 이상이다. 불교정신이 습합된 다채로운 행사와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어 지역민들에게 신망받는 사찰로 알려져 있다.
문경 봉암사의 또 다른 한 축은 현재 7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지역불자들의 관심을 촉발시키고 있는 문경불교대학이다. 김용사 회주 자광스님이 1999년 초 문경대학을 시내에 개설했는데 해를 거듭하며 인기가 더해가고 있다. 올해 7기 신입생 모집에는 정원 130명을 훨씬 넘기는 이들이 신청을 해 부득불 정원을 초과해 신입생을 받는 이변까지 속출했다. 문경지역 대표급 지도자들이 이곳에서 교육을 받고 있으며 기수별로 신행회가 조직되어 다양한 지역내 봉사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 상주
상주지역은 지난 4월25일 70여개 회원사찰을 아우르는 사암연합회장으로 북장사 주지 서담스님을 선출하며 구심점을 잡았고, 다양한 포교활동을 기획하며 등 옛날의 저력있는 활동을 예고하고 있다.
상주 사암련은 21년 전인 1984년 전국에서 가장 먼저 지역사찰의 힘을 모아 유치원을 설립했으며, 교사불자회와 청소년불교단체인 파라미타 분회도 발 빠르게 창립해 직장 및 청소년 포교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왔던 곳이다. 97년에는 냉림사회복지관을 위탁받아 각종 지역포교활동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상주지역 대표사찰인 남장사는 스님과 신도가 함께 사찰의 중요 대소사와 재정을 논의하는 공개운영으로 유명하다. 조계종 지정 전법도량답게 다양한 포교활동과 불사를 통해 지역 내에서 여전히 입지를 굳히고 있다. 남장사와 함께 현재 실질적으로 상주불교를 이끄는 상낙사는 신도들의 체계적 신행활동을 돕기 위해 최근 상주불교대학 개설을 추진하며, 차별화된 불교활동으로 상주지역 불심을 떠받치고 있다. 이외에도 비구니 사찰인 상주 용흥사와 동해사도 차별화된 포교활동으로 상주지역 불교에 활기를 보태고 있다.
상주지역의 불교인구는 여타 시도에 비해 시가지가 좁아 차량의 이동이 적고 주로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시내 외곽 멀리까지 자전거 도로가 있고 사찰로의 이동도 자전거로 이뤄진다. 위탁 운영하는 냉림복지관이 자전거 학교를 개교하고 면허증을 발급하는 이벤트를 마련해 화제를 모은 것은 지역불교에 대한 적극적 참여를 보여준 사례이다.
# 예천
‘물 맑고 인정 많은’ 예천지역은 예천불교사암연합회가 이끌어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사암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용문사 주지 청안스님은 예천지역 각 사암들이 포교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합의를 이끌어 내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안동과 함께 조선시대 대표적인 사대부들이 많이 살았던 지역인 예천은 비교적 보수적인 곳으로 쉽게 마음을 열거나 쉬이 변화를 추구하지 못하는 특성을 갖고 있지만 수많은 대화와 협의를 통해 방향 선회를 이끌고 있다. 사암연합회의 모임이 자주 열리는 것도 한 이유이다.
사암연의 활동이 활발한 이유는 회장을 보좌하는 스님들의 노력도 한몫 한다. 용문사 주지와 함께 사암연을 이끄는 이는 수석부회장인 보문사 주지 도문스님과 총무 명봉사 주지 희광스님은 회장스님이 챙기지 못하는 부분을 메워주며 47개 회원사찰의 활동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이로 인해 1년에 관광버스 1~2대가 올까말까 하던 예천지역 사찰에 이제는 매년 수십 대의 관광버스가 밀려들고 있을 정도이다.
예천불교의 특색은 지역 공무원을 중심으로 하는 신행단체의 왕성한 활동도 눈에 띤다. 군청불자회인 염불회, 관음회 등이 그것이다. 특히 9년 전에 결성된 예천불교연합신도회는 최근 사암연의 추대를 받아 선출된 현 예천군수 김수남 거사가 회장을 맡으며 적극적인 활동이 예고되고 있다.
문경ㆍ상주ㆍ예천=배재수 기자
청안스님 예천 용문사 주지
용문사 사격 회복…청년불교 활력도
“또 다른 세상을 만날 땐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영화배우 한석규와 모 핸드폰 TV광고에 출연해 화제를 낳았던 스님이 바로 예천 용문사 주지 청안(淸岸)스님이다. 뜻하지 않게 유명세를 탄 스님은 이를 피해 1998년부터 용문사로 숨어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용문사와 예천불교의 활성화에 없어서는 안 될 주역이 됐다. 스님은 “용문사의 옛 사격(寺格)을 되찾는 것이 예천불교 활성화의 첫 번째 과제”라고 생각하고 이를 위해 스님은 ‘가장 오래되고 유일한 윤장대(輪藏臺)’의 존재부터 널리 알렸다. 매년 음력 3월3일 삼짇날과 9월9일 중양절에 ‘윤장대 돌리기 법회’를 열어 전국에 용문사를 존재를 부각시켰다. 또 대장전, 자운루 등 전각 9동을 주춧돌까지 들어내 원형 복원했다. 예천사암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스님은 5월중으로 예천불교대학을 개설하며, 지난 1일에는 30대 중심의 불교청년회도 발족시켰다. 또 유물전시관과 제2윤장대, 템플스테이를 위한 수련원도 곧 착공한다.
함현스님 문경 봉암사 주지
훌륭한 수행자 양성에 혼신의 노력
조계종 종립선원 문경 봉암사에 최근 주지로 부임한 함현(涵玄)스님은 “훌륭한 고승들을 배출했던 특별 수련원 사찰답게 앞으로도 더욱 뛰어난 수행자들을 배출하는데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스님은 이를 위해 부득불 일반인들의 봉암사 출입을 최대한 제한하는 조치도 취했다. 부처님오신날에만 사찰을 개방하던 것을 이제는 불자에 한해 개방하기로 한 것. 그동안 일반인을 대상으로 사찰을 개방했더니 영리 목적의 여행사들이 끼어들어 수행에 방해되는 여행코스를 개발하는 가하면 등산객들의 무분별한 행동도 많았기 때문이다. “일부 갈등도 있긴 하지만 여전히 지역의 많은 주민들은 봉암사가 한국불교의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는 자긍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동안 인근 중학교의 불우학생들에게 남몰래 전달해온 장학금도 계속 전달하며, 법회나 행사 때 쓰는 과일과 떡도 관내 복지관과 경로당에 전달하기로 했다.
범초스님 문경 운암사 주지
“극락도 함께”…가족불자화 운동
문경 운암사 주지 범초(凡超)스님은 문경모전사회복지관장, 문경자활후견기관장, 연꽃유치원장, 보리수어린이집 원장, 장수어르신대학장 등 맡고 있는 많은 직책이 말해주듯 문경지역포교를 이야기 할 때 절대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스님이다. 2003년 3월 주지로 부임한 스님은 복지 교육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면서 지역사회에 불교 위상을 강화하고 있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환자들과 저소득층 주민들 그리고 지역 유지에 이르기까지 스님이 운영하는 복지시설을 거쳐 가지 않은 이가 없을 정도이다.
스님은 얼마 전부터 ‘가족 불자화 운동’도 추진하고 있다. “극락에 가는데 혼자서 가야 되겠어요. 내가 사랑하는 가족도 함께 가야지요” 그래서 스님은 정기법회 때 혼자서 법회에 참석하는 것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얼마안가 홀로 사는 이들 빼고는 남편과 아들, 친구들이 함께 사찰에 오는 습관을 들이게 됐다.
광조스님 상주 상낙사 주지
비새는 가람 번듯하게 복원시켜
상주 상낙사 주지 광조(光照) 스님은 상주지역 불교계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스님이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부지런함과 앞서가는 정보습득력을 바탕으로 하는 ‘빠른 판단’이 스님의 활발한 포교활동의 유일한 무기라면 무기이다. 2001년 상주 상낙사 주지로 부임한 스님에게 던져진 화두는 흉물스럽게 방치되어 있는 유치원 건물이었다. 대웅전은 노후되어 비만 오면 곳곳에 물받이통을 가져다 놓아야 할 정도였다. 관공서를 문턱이 닳도록 다니며 보수를 요청했고 결국 국가보조와 주변의 도움을 받아 대웅전과 기타 건물들을 현재의 번듯한 가람으로 만들어 놓기에 이르렀다.
스님은 이제 탄탄하게 구축된 포교기반을 바탕으로 상주지역불교활성화를 위한 2가지 포부를 갖고 있다. 우선 사암연합회를 통해 의지와 뜻을 결집시키고 또 하나는 체계적인 교육을 위한 도량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스님은 ‘상주불교대학’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
도문스님 예천 보문사 주지
농사함께 지으며 농심 다져
백장스님의 ‘일일부작 일일불식(一日不作 一日不食)’ 청규를 실천하며 직접 농사를 지어 절 살림을 마련하고 주위 이웃들과 함께 나누는 스님이다. 도문(道門)스님이 경북 예천 보문사 주지로 부임한 것은 1981년. 염불당과 극락보전만 덩그러니 남아있을 뿐 거의 폐사나 다름없는 보문사를 보고 처음에 스님은 막막했다. 이때부터 스님의 농사는 시작됐다. 사찰의 8000평 토지에서 직접 채소와 곡식을 지어 절 살림을 돕고 틈틈이 경운기를 직접 몰며 돌을 날라 불사를 시작했다. 결국 염불당과 극락보전을 개보수하고 적묵당, 나한전, 삼성각 등 6개 건물을 다시 지었다.
관도스님 상주 남장사 주지
전법도량답게 지역포교 일익
올해 2월 상주 남장사 주지로 부임한 관도(寬度)스님은 “은사인 현 직지사 주지 성웅스님의 뜻을 이어 지역포교 활동에 매진할 뜻”을 밝혔다. 스님은 특히 “지난 1997년 조계종 총무원으로부터 전국 2230개 사암 중 전법도량으로 지정 받은 남장사인만큼 지역사회에 부처님의 법을 전하고 대표사찰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각별히 노력하겠다”고도 덧붙였다.
남장사의 특징은 신도들과 사찰이 함께 협의체를 구성해 사찰을 운영하고 있으며 복지관.자활후견기관을 수탁 받아 부처님 자비를 실천하는 기도와 수행의 대표적 가람이다.
철산스님 문경 대승사 주지
茶 농사로 결식아동 지원
문경 대승사 주지 철산(鐵山)스님은 문경사암연합회장을 맡으며 문경지역 각 사암들의 화합과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일제 암울한 역사 속에서도 성철ㆍ월산ㆍ청담스님이 주석하며 선풍을 일으켰고 불교정화의 씨앗이 움튼 곳이 대승사이기에 그 선맥을 잇기 위해 여전히 정진에 힘쓰고 있다. 선원인 대승선원에는 매년 안거 때마다 40여명의 스님들이 찾아와 수행정진하며 이들의 수행에 장애가 없도록 뒷바라지 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사암련을 중심으로 재가자들의 올바른 불교공부를 위해 문경불교대학도 개설해 운여하고 있다.
중원스님 문경 김용사 주지
신도회와 함께 사찰운영
사찰 재정을 신도들과 함께 투명하게 공개 운영하며 무소유를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스님이 문경 김용사 주지 중원(中元)스님이다. 스님은 지난 2003년 6월경 주지로 부임한 이후 사찰의 모든 재정문제를 신도회에 위임했고 사찰의 모든 중대사안도 공동으로 결정하는 협의 체제를 구축했다. 평소 ‘무소유’를 스님의 최고 덕목으로 알고 실천하는 것이다. 누가 아프다고 하면 들어온 보약을 가져다 주라하고 누가 그림액자가 필요하다면 가져가라고 전화까지 한다. 말이 없지만 실천으로 모든 것을 말하는 중원스님의 모습에 김용사는 조용히 움직이는 사찰로 평가받고 있다.
희광스님 예천 명봉사 주지
불자들 생일까지 꼭 챙겨
스님의 개인 달력에는 항상 신도들의 기념일을 챙기기 위해 표시해둔 빨간 동그라미로 빼곡하다. 생일 결혼 등 수많은 기념일을 챙기는 예천 명봉사 주지 희광(希光)스님은 그만큼 지역신도들과 가장 가까운 스님으로 통한다. 여기에는 스님 특유의 적극적이고 부지런한 성품도 뒷받침 됐다. 문화재청과 지역 관공서 문턱을 수없이 오르내리며 예산을 확보해 2002년부터 대웅전 개보수 공사를 시작했다. ‘차 한잔과 함께하는 신행상담’도 매일 진행한다. 특히 500여 신도들의 생일과 기념일을 달력에 기입해놓고 휴대폰을 이용한 문자메시지나 전화통화로 일일이 축하해주고 있다.
정법스님 상주 용흥사 주지
소년소녀가장에 김장보시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과 젊은이들에게 포교하는 것을 즐거움으로 아는 스님이 상주 용흥사 주지 정법(正法)스님이다. 스님은 매년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불우이웃들을 위해 동사무소와 협조해 80가구에 김장김치를 담아주고 있다. 부처님오신날에는 인근 100여 가구에 생필품을 마련해 나눠준다. 또 사찰 텃밭에 무공해 채소를 재배하고 된장, 고추장, 청국장도 직접 만들어 사찰을 찾는 이들에게 판매해 그 수익금을 불우이웃돕기로 쓰고 있다. 부처님의 법음을 쉽고 가장 빠르게 전하는 스님은 지난 2002년에는 젊은 주부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합창단도 만들었다.
<불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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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