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격서와 기만, 귀는 동쪽 소리를, 눈은 서쪽 언덕을… 역발상 전략을 경계하라
눈이 녹아 비가 된다는 우수를 앞두고 있다. 이때 얼음 깨지는 소리에
놀라 언덕이 무너지는 것을 보지 못할 수 있다. 귀는 동쪽 소리를 듣고 눈으로는 서쪽 언덕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聲·소리 성 東·동녘 동 擊·칠 격 西·서녘 서: 동쪽에 소리치고 서쪽을 공격하다
승전계 6계 성동격서는 동쪽에 소리치고(聲東) 서쪽을 공격(擊西)한다는 뜻이다. 적을 교란하기 위해 동쪽에서 싸울
뜻이 있는 것처럼 하다가 실제로는 서쪽에서 공격한다는 의미다. 聲은 악기를 손으로 쳐서 귀로 들을 수 있는 소리를 뜻한다. 東은 알곡을 가득
담아 양 끝을 묶어 놓은 자루 모양을 형상화한 글자로 본뜻은 자루다. 擊은 다양한 수단을 손으로 던지는 행위다. 西는 대바구니를 엮은 바구니
모양을 그렸다.
성동격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전쟁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므로 출처도 다양하다. 이 계는 당나라 재상 두우의
『통전(通典)』 병육(兵六)에 나오는 ‘말로는 동쪽을 공격하고 실제로는 서쪽을 공격한다(聲言擊東 其實擊西)’에서 유래됐다. 명나라 초 유기의
『백전기략』 81번째 성전(聲戰)에도 나온다. ‘전쟁에 있어 聲이라 함은 허장성세를 의미한다. 동쪽을 공격하는 듯이 하면서 서쪽을
공격하고(聲東擊西), 이쪽을 공격하는 듯하면서 저쪽을 공격해, 적으로 하여금 도무지 어느 곳을 방어해야 할지 모르게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아군이 공격하고자 하는 지점은 적이 미처 수비하지 못하는 곳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
명말청초 게훤은 『병경백자(兵經百字)』
84번째 聲(소리 이용하기)에서 구체적 활용 방법을 말했다. ‘적이 밤중에 병영 밖에서 자고 있을 때 멀리서 횃불과 북소리로 적을 속이고
실제로는 징과 포격으로 적을 압박한다. 적 전방과 퇴로를 억압하고 좌우 양쪽 길에 병사를 매복시켜 적으로 하여금 달아나게 하고서 그들을 섬멸하는
것이다.’ 이를 잘 구현했던 사례가 관도전투다.
여러 계로 조조군 관도전투 승리
『칼을 품은 미소』는 후한 말(200년) 조조와 원소의 관도전투 사례를 들었다. 조조는 삼십육계가 나오기 오래전에
36계의 여러 계책을 사용했다. 한 왕조 쇠퇴 후 원소와 조조가 중원의 패권을 차지하려고 황하 관도 일대에서 대결했다. 원소의 10만 대군은
본거지인 업성(업城)에서 남하해 여양에 도착했다. 원소군 선봉 안양은 황하를 건너 조조의 전진 기지인 백마성을 공격했다. 이에 조조는 하남 북부
관도에 주력을 두고 연진에서 황하를 도하하는 것처럼 꾸몄다. 만천과해다. 원소가 이에 속아 연진을 공격하자 조조는 이 틈을 타 백마성을 포위한
안양군을 격멸했다. 조조군이 다시 백마에서 연진으로 패한 것처럼 철수하자 이를 뒤쫓던 원소군은 기습을 당해 큰 피해를 봤다.
이일대로다.
다시 원소 주력이 관도의 조조군을 향해 총공세를 펼쳤다. 조조군 5000명은 밤을 틈타 원소군 보급기지 오소를 기습해
군량미를 모두 불태워 버렸다. 진화타겁이다. 사기가 저하된 원소군은 관도 전투에서 7만 명을 잃었다. 기만과 기습 및 양동작전이 어우러진
성동격서였다. 조조는 7년 동안 원소 잔여 세력을 멸하고 중국 북방을 통일했다.
승전계로 남산을
공격
지금까지 1부 승전계를 알아보았다. 독자들이 한 번에 6계 모두를 기억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각각의 계를
가상현실(VR) 속에서 한 장면으로 그려보자. 남산 팔각정 일대에 적 1개 대대 규모가 방어하고 있다. 이를 목표로 1개 연대가 반포한강공원
남단에서 공격을 개시한다. 주공은 반포대교에서 녹사평역 방향이며 조공은 우측 매봉산을 향한다. 먼저 1계 만천과해로 주공은 도하 수단을 이용해
한강을 건너간다. 이때 주공이 한강 대안상 적의 강력한 방어로 한남동 일대에서 진출이 지연된다. 그러자 조공이 투입돼 주공을 돕는 2계
위위구조, 3계 차도살인으로 조공 목표 매봉산을 공격함으로써 주공 방향을 기만한다.
조공이 동쪽에 있는 국립극장 방향으로 공격을
계속해 방어부대를 피로하게 만드는 것은 4계 이일대로다. 이때 주공 일부는 5계 진화타겁으로 남산도서관 일대에 화공을 펼침으로써 방자의 시선을
끌어 기만한다. 이 틈에 주공은 6계 성동격서로 팔각정 서쪽 능선으로 신속하게 공격해 최종 목표 남산을 점령한다. 각각의 계를 전장 상황에 따라
상호 연결하면서 목표를 탈취할 수 있다.
<오홍국 전쟁과 평화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