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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 자연과 글을 사랑하는 사람들 | |
누구를 위한 법정 공휴일 폐지였는가?
우리나라 5대 국경일은 제헌절을 포함해 3·1절, 광복절, 한글날, 개천절이다. 그러나 지난17일 제60회 제헌절이 법정공휴일에서 제외되면서 대다수 국민들은 국경일이면서도 태극기를 내걸 지 않았다. 국가의 초석이 된 헌법의 공포를 기념하는 제헌절 의미마저 점점 퇴색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과거정부는 주5일제 시행 확대와 더불어 쉬는 날이 많아 국가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제헌절, 식목일, 국군의 날, 한글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등을 공휴일에서 제외시켰다. 성탄절과 석가탄신일 등 국민전체가 관여되지 않은 날들은 손도 대지 못한채 말이다.
실제로 현재 우리나라 공휴일은 3·1절, 광복절, 개천절과 대통령령에 따른 현충일, 어린이날 등을 포함해 연간 14일이다. 대만(19일), 일본(15일), 보다는 적지만 스페인(14일), 오스트리아(13일), 핀란드·노르웨이·포르투갈(이상 12일), 프랑스·스웨덴·싱가포르(이상 11일), 벨기에·독일·이태리 미국(이상 10일) 보다는 2∼7일이 많다. 우리의 고유 명절인 설날과 한가위 때문으로 보이지만 어쨌든 수치로는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외국의 법정 공휴일은 일요일과 겹친 경우 다음날인 월요일에 그 공휴일의 효력 연장 인정되지만 우리나라는 그 효력이 자동으로 소멸된다는데 있다. 예를 들어 일본과 싱가포르는 공휴일과 주휴일(토, 일)이 겹치면 다음날 즉 월요일이 유급 공휴일이 된다. 그러나 우리의 공휴일은 연간 평균 4~5일 정도가 토요일과 일요일에 중복 되여 있어 있으나 마나한 공휴일이 된다는 것이다. 반면 미국은 연간 공휴일이 10일이지만 현충일은 5월 마지막 월요일, 노동절은 9월 첫째 월요일, 추수감사절은 11월 넷째 목요일인 데서 알 수 있듯이 아예 공휴일이 겹치지 않게 배려했고, 주마다 적용되는 공휴일이 따로 있어 공휴일이 많은 주(州)는 17일에 이른다. 심지어 공휴일과 토. 일요일 사이에 끼어 있는 '샌드위치 데이'도 연속휴일을 보장해 휴식과 휴가를 장려하는 나라도 여럿 있다. 그러나 우리는 '샌드위치 데이'는 고사하고 겹치는 공휴일도 찾아 쉴 수 없게 돼 있다.
지난정부와 국회는 주5일 근무제 (주당 노동시간이 40시간 이상을 초과할 수 없는 제도)를 도입하면서 2004년 7월 1000인 이상 사업장부터 시작해 2005년 7월 300인, 2006년 7월 100인, 2007년 7월 50인, 2008년 7월 20인 이상 사업장에서 각각 실시하되, 20인 미만 영세사업장은 2011년까지 대통령령으로 정하기로 하였다. 이에 따라 현재 주5일 근무제는 공공부문과 20인 이상 사업장에 실시 중이며 20인 이하의 노동자들은 주 5일제를 하지 않고 있어 전체 노동시간이 단축됐다는 것은 객관적인 사실이 아니다. 그렇다면 소규모 영세업체에 다니는 다수의 근로자는 주5일 혜택도 보기 전에 법정 공휴일부터 철저하게 빼앗겨 온 셈이다. 또 노조가 없는 중소 사업장의 경우는 국경일이나 관공서 휴일을 취업규칙에 유급휴일로 지정 해놓지 않으면 공휴일조차 찾아먹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따라서 현재 주5일 근무제의 혜택을 보지 못하는 대다수의 영세 업 종사 근로자들을 위한 구제 대책이 없이 그동안 일괄적으로 법정공휴일만 축소하여온 정부정책은 형평에도 어긋났다. 일견 공휴일을 줄여 열심히 일하자는 취지는 이해가 되지만 청년 실업 등 일자리 창출 등 더 시급한 현안을 제 껴 두고 법정 공휴일부터 축소하여 왔던 것은 여전한 후진국 형 정책이었던 것 이다. 한마디로 근로 여건에 관한한 사회적 약자편이 아니라 사회적 강자만을 위한 정책이었다.
또한 기업의 국제 경쟁력에 문제가 있는지의 여부를 살펴보려면 공휴일수를 비교하는 것보다 실제 근로자들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일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타당하다. 2007년 기준 우리나라의 년 간 노동시간은 2354시간 이다. 이에 비하여 미국은 1777시간, 프랑스의 1393시간(2002년 기준), 독일의 1362시간, 체코가1800시간 정도다. 일본의 경우에는 연간 1846시간을 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는 우리나라의 평균 근로시간에 비해 508 시간이나 적은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일본에 비해 하루 8시간 근무를 가정했을 때 연간 65일이나 더 일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의 근로자는 세계적으로 일벌레라는 비아냥 소리를 들어왔다. 아직도 우리의 연간 평균 노동시간이 OECD가입 국 가운데 가장 길며 200여개 나라 가운데 일곱 번째로 길다. 최근 미, 경제지 “포브스"는 "한국에서 오후 6시 퇴근은 승진을 포기했다는 것을 의미 한다" 고 꼬집었다. 반면 긴 근무시간과 노동의 강도에 비해 생산성과 근로 소득은 OECD가입국 중 하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과거 경제가 어려우면 정부와 재계는 으레 공휴일수를 끄집어냈고 또 실제로 공휴일을 줄여왔다. 공휴일 1∼5일 줄이는 것이 뭐 대수냐고 할지 모르지만 이 일은 직장에 다니는 1400만 노동자와 그 가족을 포함한 3000만 노동가족의 여가생활과 밀접히 관련된 문제이다. 또한 공휴일을 줄여 우리의 경제가 나아졌다는 통계나 지표는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 따라서 그동안 국민정서와는 반대로 국경일과 국가지정공휴일을 축소해온 정책은 전면 재검토되어야 한다. 최근 18대 국회가 한글날과 제헌절을 쉬는 국경일로 환원하는 법안을 추진키로 했다고 한다. 차제에 식목일, 국군의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등도 공휴일로 환원해서 국민들이 여가를 통한 각각의 기념일의 의미를 되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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