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내내 황사 때문에 세상이 희뿌옇게 됐다고 투정했는데, 아무래도 제 마음의 눈이 흐려져 세상이 희미하게만 보였던 것 같습니다. 고등학생인 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 앞의 현실이 참 암담하고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다가오는 봄도 여름도 모두 느끼지 못할 만큼 불행하다고 느꼈지요. 인도의 태권도 선수 뿌람을 알기 전까지는요.
인도 델리에서는 태권도가 한창 인기입니다. ‘뿌람’은 그 바람을 타고 알려진 태권도 선수입니다. 그는 인도의 많은 태권도 대회에서 최우수 선수로 뽑힐 만큼 실력 있는 선수였지만, 오른쪽 다리를 잃은 장애인입니다. 나무 목발을 오른쪽 다리 삼아 태권도를 하는 거죠. 하지만 우리가 뿌람을 보고 놀라는 건 ‘장애인이 어떻게?’라는 동정 섞인 감탄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그의 열정
때문입니다.
인도에서는 태권도가 부의 상징으로 여겨질 만큼 배우는 데 돈이 많이 듭니다. 하지만 뿌람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저렴한 교습비를 받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당신은 어렵게 배웠으면서 이렇게 싸게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게 아깝지 않느냐는 물음에, ‘노력조차 하지 않는 것은 결국 장애를 인정하는 것이며, 그것을 딛고 일어섰지만 가난 때문에 기회조차 얻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제공해 주고 싶은 것뿐!’이라며 아주 흐뭇한 웃음을 보여 주었습니다.
저는 뿌람의 얘기를 들으면서 몸이 건강한 것과 마음이 건강한 것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힘들지도 않은 학교 생활에 불만을 가졌던 제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나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노력한다면, 세상에 핀 예쁜 꽃을 보고 감탄하는 데서 나아가
이젠 내 안에 있는 단 하나뿐인 나라는 꽃을 찾아 꽃피울 수 있을 것입니다.
박혜정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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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청지기님 다시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