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덕

[이준황n]

김만덕(1739~1812)은 10살 때 풍랑으로 부친을 잃고 그 충격으로 모친마저 숨지면서 먼 친척 집에

들어가 종처럼 일하며 자랐다. 오래지 않아 친척 집의 가세가 기울자 그 친척은 만덕을 어느 노기(老

妓)의 몸종으로 팔아먹었다. 노기는 만덕이 집안일을 하는 틈틈이 가무를 가르쳐 동기(童妓)로 입적

시켰다. 기녀생활을 하던 만덕은 양녀(良女)로서 기생이 되었다는 사실이 억울하여 제주목사 신광익

에게 재판을 청구했다. 목사는 면밀한 조사 끝에 만덕의 진술이 사실임이 확인되자 그녀를 기적(妓

籍)에서 삭제하고 양녀 신분을 회복시켜주었다.

만덕은 한때 기적에 올랐던 몸이라 제주 바닥에서 평범한 가정을 이루고 살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돈을 벌어 불쌍한 이웃을 도우며 값지게 살기로 결심했다. 만덕이 양녀 신분을 되찾았을 때

는 직파(直播) 대신 이앙(移秧)으로 벼 소출을 늘리는 농사법이 시작되어 산업 전반이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영조 46년(1770) 신경준이 펴낸 「도로考」에 의하면, 한양-의주, 한양-함흥, 한양-동래, 한

양-창원, 한양-강경, 한양-나주 등 전국에 6개의 대로가 개설되어 있고 각 대로에서 갈라져나간 별로

와 지로가 각 포구와 지역으로 이어져 있었다. 전국에 개설되어 있는 1073개의 5일장이 활기를 띠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만덕은 제주포구에 객주를 차렸다. 제주항은 뱃길로 나주와 연결되어 있어 육지 내왕이 빈번했다. 객

주의 본래 소임은 나그네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는 것이었지만, 만덕은 육지에서 온 상인들의 물건을

도매로 사두었다가 제주 상인들에게 중간도매를 하고, 제주 상인들의 물건을 도매로 사두었다가 육

지로 돌아가는 상인들에게 중간도매를 하는 역할이 주업으로 삼았다. 제주 상인들은 육지에서 오는

옷감‧장신구‧화장품 등을 선호했고, 육지 상인들은 제주 특산품인 말린 해산물‧녹용‧귤 등을 주로 사

갔다. 경험이 쌓이자 만덕은 제주목사로부터 객주권을 획득하여 제주의 모든 관가에서 사용하는 물

품들을 독점공급하게 되었다.

양인 신분으로 기녀 경험을 가진 만덕의 특별한 이력은 객주 사업에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되었다. 만

덕은 제주의 모든 포구에 지점을 개설하여 지속적으로 거래품목을 확장했으며, 선박을 사들여 제주

근해는 물론 나주‧강경‧동래까지 내왕하며 직거래를 텄다. 먼저 사업을 시작했던 제주상인들이 하나

둘 휘하로 들어와 상권 확대에 가속도가 붙었다. 그런데도 워낙 경우가 바르고 용인술이 뛰어나 누구

에게도 피해를 끼치지 않았으므로 반감을 가진 상인이 없었다. 제주도 재물의 절반을 쓸어담고 있다

는 소문에도 불구하고 만덕의 생활은 검소하기 짝이 없었다.

만덕이 제주 제일의 부호로 자리잡은 정조 17년(1793)을 전후하여 제주도에 흉년이 들더니 날이 갈수

록 점점 더 악화되었다. 1년 동안 제주에서 굶어죽은 사람이 600명이 넘었다. 재위 18년 3월, 정조는

제주목사 이철운을 소환하고 심낙수를 내려보냈다. 그러나 그해 8월에 닥친 태풍으로 제주에는 사상

최악의 흉년이 들었다. 심낙수는 정조에게 장계를 올려 2천 섬의 구휼미를 요구했다. 정조는 재위 19

년 윤2월이 되어서야 구휼미를 내려보냈는데, 수송선박 중 다섯 척이 풍랑에 침몰하면서 제주도에

참혹한 아사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전국적으로 워낙 광범위하게 흉년이 들어 조정에는 제주에만

특별히 더 보낼 구휼미도 없었다.

전후 사정을 전해들은 만덕은 자신이 나설 때라고 판단했다. 그는 육지에서 쌀 500석을 사들여 50석

을 친족들에게 나눠주고 450석을 도민 구휼에 써달라며 제주목사에게 기탁했다. 그런데 『정조실

록』 재위 19년 5월 11일 조에 보면 대정현감 고한록 곡식 300석, 장교 홍삼필과 유학 양성범이 합쳐

서 곡식 100석을 구휼미로 기탁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에 따라 정조는 대정현을 대정군으로 승격

시켜 고한록을 군수에 제수했으며, 홍삼필‧양성범은 순장으로 승차시켰다. 심낙수에 이어 부임한 제

주목사 이우현이 정조에게 장계를 올리면서 무슨 까닭인지 만덕이 기탁한 내용은 제외했던 것이다.

아마도 이방을 비롯한 제주도 토박이 나전들로부터 만덕이 기녀 출신이라는 얘기를 듣고 고의로 누

락시켰던 게 아닌가 싶다.

만덕의 얘기는 『정조실록』 재위 20년 11월 25일 조에 가서야 등장한다. 정조가 제주목사 이우현에

게 ‘만덕의 소원을 물어보고 보고하라’고 한 내용이다. 만덕의 답변도 함께 나온다.

‘한양에 가서 임금님 사시는 대궐을 우러러보는 것과 금강산을 구경하는 것입니다.’

조선의 법도는 섬에 사는 여인은 출도(出島)를 금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정조는 만덕의 소

원을 가납하여 제주목사에게 좋은 말을 골라 한 필 내어주라고 명하는 한편, 연도의 모든 지방관들에

게는 별도로 파발을 띄워 만덕에게 모든 편의를 제공하라는 어명을 내렸다.

만덕이 상경했다는 보고를 받은 정조는 그녀를 내의원 의녀반수(醫女班首)에 제수했다. 벼슬이 없는

자는 입궐할 수 없다는 금령을 해결해주기 위한 편법조치였다. 이 특별배려에 따라 만덕은 의녀의 복

색을 갖춘 뒤 입궐하여 정조와 효의왕후를 알현할 수 있었다.

“너는 일개 아녀자의 몸으로 기아자 천 백여 명을 구휼했으니 가상한 일이로다.”

만덕은 정조의 칭찬과 함께 두둑한 노자까지 받아 궐을 나왔다. 소원대로 금강산 구경을 하고 다시

입궐하여 보고하라는 어명과 함께. 만덕은 정조가 내린 노자로 한양에서 겨울을 난 뒤, 이듬해 봄 꿈

에만 그리던 금강산을 찾아가 일만이천봉을 두루 구경한 뒤 한양으로 돌아왔다.

다시 입궐하여 정조와 왕비에게 하직인사를 올리고 나온 만덕은 명재상 채제공을 찾아갔다. 처음 상

경하여 인사를 올렸을 때 채제공이 다시 들리라 당부했던 것이다. 체제공은 그새 지어두었던 <萬德

傳>을 건네주었다. ‘傳’이란 국가에 큰 공적을 끼친 인물에게 지어 내리는 칭송의 글로, 조선에서 여

자의 몸으로 ‘傳’을 내려받은 인물은 만덕이 유일하다. <萬德傳>은 채제공의 문집인 『번암집(樊巖

集)』에도 수록되어 있다. 지면관계상 내용은 생략한다.

만덕은 제주로 돌아온 뒤에도 선행을 계속하다가 순조 12년(1812) 10월 73세를 일기로 눈을 감았다.

성차별, 신분차별이 자심하던 시대에 반평생 이웃을 도우며 살다 간 참으로 장한 발자취였다. 헌종 6

년(1840) 대정군으로 유배를 온 추사 김정희는 만덕의 얘기를 전해 듣고 크게 감동하여 만덕의 양손

(養孫)인 김종주를 불러 편액을 써주었다. 만덕의 선행과 대궐로 불려가 벼슬을 얻고 금강산 구경까

지 한 내용을 칭송한 글이다. 이후 제주에는 김만덕을 기리는 기념관과 수많은 송덕비가 들어서 제주

도민들에게 전범(典範)이 되고 있다.                                           이덕일 「여인열전」 소개 끝

출처:문중13  남성원님 글

[서우철]

분당 정자동 도서관에 들려 빌릴책도 선별하며 몇시간 책도 읽었는데 일요일 역시도 고시생으로 가득할 자리가 텅텅비어 있어 안면이 있는 직원에게 물어보니 공부하는 고시생이 줄어서 였다고 합니다. 스타벅스 비싼 커피 마시며 헬조선을 탓하는 젊은이들이 고생해서 취업하는것 보다는 쉽게 공기업 알바로 들어가 정규직을 넘겨보는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대호]

이 정권이 너무 쉽게 정규직화 하도록 했다가, 친인척을 알바로 일하게 하여 정규직으로 전한 하였으니, 기막힌 기만술에 어안이 벙벙합니다. 세금을 축내는 공무원을 증원 시키고••• 이렇게 나라를 끌고가는 rule을 어긴 죄는 누가 받을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