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포근이님의 고향다녀온 이야기를 읽다가
제 고향은 어디일까 ? 잠시 생각해보았습니다
저는 고향이 어디냐고 물어보면 선뜻 대답을 못합니다
고향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마는 저 같은 경우는 아주 애매하기 때문입니다
흔히들 고향이라 하면 진달래 먹고 물장구치고 다람쥐 쫒던 어린시절이나 아니면 동무들과 뒷동산에 올라가
메기의 추억이라도 한번쯤 불렀어야 하는데 저는 그런것이 전혀 없기때문입니다
서울에 살던 부모님이 전쟁발발후 어머니 친정으로 두살짜리 누나 데리고
논산으로 피난갔다가 전쟁 끝난후에도 한동안 그곳에 계셨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시골에서 제가 4살때까지 산것같은데 그후 서울로 다시 올라왔습니다
따라서 태어난 곳에서 추억이라곤 누나와 작은 개울가에서 미꾸라지 잡았던 기억하나 뿐입니다
지금으로부터 20년전 집사람과 딸내미와 함께 제가 태어난 그곳을 다녀온적이 있습니다
물론 친척 어른들은 대개 돌아가시고 그 자식들은 서울로 대전으로 유학및 결혼하여 살고 있었기때문에
저를 아는분은 연로하신 먼친척 두어분 밖에 없었습니다
그것도 제가 누구의 아들이라고 얘기해야 알아 보실정도 였습니다
저의 부모님께서도 국내가 아닌 해외에 계시니 어른들 끼리도 왕래가 없는데다
자식들까지 외국에서 살거나 해외근무를 자주하다보니 자연적으로 왕래가 드문탓도 있었겠죠
하여간 제가 태어난곳을 제 능력으로 직접 찾아 간다는것은 쉽지않았습니다
당시엔 내비게이션이 없었고...
지도 하나보고 물어물어 찾아갔지만 막상 도착해보니 웬지 낯설기 짝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곳이 제가 태어난곳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했던것은 사실이었습니다
이미 세월이 많이흘렀고 고향 분위기는 달라졌겠지만 마을뒷산과 실개천 그리고 땅과 하늘은 동일할것이기 때문입니다
강산애가 부른 “라구요” 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그 노래는 지금은 갈 수 없는 이북에 고향을 두신 어르신들을 위해 부른 노래입니다
가사 중에 “눈물로 지세우던 내 아버지 이렇게 얘기했죠.
죽기 전에 꼭 한번만 이라도 가봤으면 좋겠구나.
가고 싶지만 갈 수 없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이북에 고향을 둔 부모님의 애절한 마음이 전해져 오는가사입니다
저의 할아버지는 제가 태어나기전에 돌아가셨습니다
해방전 만주에 계시다 히로시마로 가셨다는데..
이산가족 찾기때 한국에서 일본에서 그렇게 찾았건만
결국 포기했습니다 아마 원폭으로 인하여 돌아가신것같습니다
하지만 할머님은 만주에 있을때를 무척 그리워하셨습니다
언젠가 그 곳에 저를 데리고 가서 할머니가 살던 집도 알려주고 다녔던 학교 그리고
친구들과 이웃들 이야기도 하며 가르쳐주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할머니는 제가 장손이라고 무척 귀여워 해주셨습니다
당시 할머니는 서대문에 있는 성당에 갈때 초등학생도 안된 나이어린 저를 항상 데리고 다니셨습니다
그때는 우리나라가 너무 못살았고 북한보다 필리핀보다 GNP가 낮을때 라고 합니다
그래서 각 성당이나 구세군 교회에서는 끼니 때우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외국에서 원조받은 옥수수 가루를 분유넣고 설탕( 사카린 이겠죠? ) 넣어 옥수수 죽을 쑤어서 배급해 주었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제가 할머니 손을 잡고 성당에 놀러가면 그곳에 계신 수녀님들이 저에게 살며시 쥐어주는
분유가루로 찐 딱딱하고 노란색의 덩어리가 있었기 때문에 불평없이 할머니 손에 이끌려 갔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할머니 역시 제가 초등학교 3학년쯤 돌아가셨는데..
저에겐 논산에서 미꾸라지 잡던 기억과 서대문 성당에서 준 노란색의 분유덩어리 말고는
특별한 어릴적 추억이없기때문에...
누가 고향이 어디냐고 물으면 언제나 자신있게 대답을 못합니다
꿈속에 그려보는 머나먼 고향아
옛모습 변치않고 지금도 잘있느냐 사랑하는 부모 형제 어릴때 같이놀던 친구
타향살이 서러워도 꿈속에 그려보는고향
앞마을 냇가에 물레방앗소리 뒷동산 종달새 지저귀는 노래소리
아~ 꿈속에 들려오는 어머님의 자장노래소리 그립고 그리운 고향의 잔디야
사람은 누구나 고향을 그리워합니다
자신이 태어난 곳
혹은 자신이 살아온 추억이 있는 곳
아름다운 기억과 추억속의 사람들이 있는 곳을 그리워합니다.
특히 지금처럼 한살 한살 나이가 더 먹을수록 말입니다
여러분의 고향은 어디입니까?
너무 늦기전에 자식들 손잡고 한번 더 다녀오시는것은 어떠 하실련지요?
첫댓글 애잔합니다.
잘읽고 갑니다.
기역할께요. 감사합니다..
네 좋은밤되세요~
비록 글을 통해서지만 같은 시기를 살아온 분을 만난다는 게 이렇게 반가울 수가요~ !
서울 종암동의 초등학교를 다닐 때
학교에서 미국에서 구호품으로 받은 옥수수로 만든 누르스름하고 기름기가 자르르 흐르던 타원기둥 모양의 빵과 고소한 옥수수죽,
커다란 분유덩이를 망치로 깨트려 나누어 주면 집에 가져와 더 잘게 부숴 먹던 기억..
지금 어떤 음식도 그 맛을 따라오지 못하지요
어느 날 친구네를 갔더니 종암동 산에 굴을 파고 흙바닥에 종이상자같은 걸 깔고 입구엔 커다란 천을 늘어뜨려 대문으로....너무 놀라 말도 안나왔는데 정갈하게 비질된 앞마당엔 예쁜 꽃들이...
지금도 선명히 떠오릅니다~
ㅎㅎ 그 옥수수빵을 기억 하시네요
시골은 어떠했는지 모르지만 아마 그 빵도 도시에만 공급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댓글 감사드리며 좋은밤 되세요
제 고향은 서울, 그것도 청량리 1동입니다. ^^*
그래서 저도 고향하면 시골의 한 풍경과 시골에서 자연과 어울리며 노는 모습을 떠올리는
시골 출신인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고향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지요.
그래도 그때는 서울도 시골과 크게 다를 것이 없어서 자연속에서 실컨 뛰어놀았던 기억이 많습니다.
당시 청량리면 행정구역상은
서울이고. 위치는 외곽이라 도농이
공존하는곳이었나봅니다
재밌는 추억 많으셨을것같습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네. 고향에 자주가볼수있어서
다행입니다
오늘하루도 즐겁게 지내시길 바랍니다
샤모니님의 글이, 그리운 고향이겠습니다.
글을 읽노라니, 마음이 찡해 옵니다.
저는 태어나서, 성장하고 교육받고 결혼 때까지 한 곳에서 살았습니다.
피난도 몰랐고, 다른 곳으로 이사도, 전학이란 것도....
부모형제와 비교적 안정된 성장기를 보냈죠.
경상도 말로, 가리늦까사~ 자식들과 함께 있기 위하여
서울로 이사를 했답니다. 다른 것은 그냥 살아 가겠는데,
친구들이 곁에 없어서, 그게 힘들더군요.
그래서 아름다운 5060 에 폭 빠져 들었습니다.^*^
그렇군요
친구나 지인들이 모두 고향에 계시군요 힘들다는 말씀 이해갑니다
서울에 고향친구나 동문모임이 있으면 좋을텐데 말입니다
하여간 지혜롭게 타지 생활하시면서
즐겁게 지내시길 바랍니다
저도 자식들때문 늦깍이 서울입성족입니다 아직도 대구다녀 올때 건너는 한강철교는 가슴이 울컥해질때가 있습니다
즐겁게 건강하세요
동심의 어린시절 애환이 많았군요~
먹고살기조차 어려웠던 보리고개란 용어도 생겨나고
1950년도 전후 어떻게 살아왔는지 제 자신도 가슴이 울먹 합니다.
50대 중반이후면. 다 비슷한 시절을 겪었겠지요
지금의 우리나라를 이정도로 일으킨세대인데. 힘들어하시는 분들이많은것을볼때. 안타까웁습니다
좋은하루 보내세요
50년후반에 태어나서
보릿고개는 몰라요
아~~~이 세대차? ㅎ
지금잘살고 있으니 잘살아내셨습니다
@정 아 젊다고 약올리는거져~
@낭주 젊게살면서
젊음에 질투하시지 않자나유 ㅎ
언능 추스리기하셔요
그이의 고향은 청도
결국 저도 제2의고향이 되어서
청도국도변을 눈감고도 달릴정도가 되었지요
그고향에 아직도 아흔하나 아버님이
지키고계시기에 자주 가는 고향길
저희에게 고향은 향수도 아니고 그리운곳도 아닌 아버님계신곳
그리고 노동을 필요로 하는 곳이기도 하지요
며칠전 다녀온 청도에 감이 주렁주렁ㅠ
바라만 보는 이에게는 한폭의그림
그걸 따야하는 사람들에게도 한숨짓게하는 노동ㅠ
그래도 정정하게 고향지켜주시는 아버님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네 청도는 감이유명하지요
보는 사람이야.그림같고 낭만적으로 보일지모르지만 수확하는 사람들에겐
노동이 될수도 있겠네요
정정하신 아버님을 찾아뵐수있는것이것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정아님 댓글감사하고요
좋은 오후 보내세요~~
@샤모니 청도서가져온 청도반시가 냉장고가득
전해드릴 방법이 없어
냄새만 폴 날려드립니다
받으셔요@@@@@@@
@정 아 ㅎㅎ 냄새라도 감사합니다
단감 또는 홍시보다
반시는 제가 더좋아하는데~
ㅋㅋ
더구나 청도는 씨없는감이 유명하지요?
홍시는 냉동실에 얼려놓았다가
겨울에 껍질만 벗겨 아이스크림처럼 먹으면 참좋더군요
샤모니님의 마음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참 행복하신 분 것 같으며,
부모님도 아직 계시고
참 많은 것을 가진 복받으신 분 같아 보입니다..
따듯한 글 잘 읽었습니다~~~~
고향의 푸른 잔디 불러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