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볼 슈퍼때문에 전세계가 뜨겁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20년만에 진행되는 정사에 엄청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성인팬들의 기대가 무척이나 크다. 학창시절, 자신의 인생과 함께해왔던 당대 최고의 만화가 오랜만에 정식으로 연재되는데 흥분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마 다들 드래곤볼을 보면서 학창시절로 돌아간듯한 느낌이 들 것이다. 성인팬을 위시한 전세계인들의 드래곤볼에 대한 열광적인 관심은 최근에 티비에서 연재 종료된 드래곤볼 카이의 시청률에서 간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드래곤볼 카이는 기존에 연재된 드래곤볼 애니판을 축소시킨 것에 불과하다. 때문에 새로운 스토리를 갈망하던 기존의 팬들과 옛추억을 다시 되살리고 싶어하는 팬들에게 드래곤볼 슈퍼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을 것이다.
(드래곤볼 슈퍼5화의 작화와 드래곤볼 Z의 작화. 퀄리티가 확연히 다르지 않는가? )
한편, 드래곤볼 슈퍼가 항상 환대만 받는 것은 아니다. 여러 이유로 욕먹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하나 꼽아보자면 바로 작화다. 과거 드래곤볼 만화판, 애니판, 극장판의 작화를 살펴보라. 그리고 최근에 연재되는 드래곤볼 슈퍼 애니판의 작화를 살펴보라. 작화의 퀄리티가 차원이 다르다. 캐릭터들의 외모에서부터 전투씬, 기타 디테일에 이르기까지 모든면에서 과거의 작화가 오늘날의 그것을 압도한다. 또한 전투씬의 스케일에 있어서도 과거의 드래곤볼이 압도적이다. 다소 유아틱해진 작화와 심심한 전투씬등은 어린시절부터 드래곤볼을 시청하던 성인팬들을 분노케하고 있다. 혹자는 차라리 이럴거면 드래곤볼 슈퍼를 정사로 인정해선 안된다고 주장하기까지 한다.
(슈퍼사이어인1 이상의 전투력을 가지고 있는 피콜로를 압도하고 있는 타고마. 대체 무슨 수련을 받았길래?? 그리고 작화 역시 유아틱하다. 옛날같았으면 잘려진 피콜로의 팔에선 피가 뿜어져 나왔을 것이다)
다소 터무니없는 설정 역시 팬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가령, 기뉴급의 전투력(전투력 12만)을 가지고 있던 타고마가 프리더와 4개월간 수련했다는 이유만으로 손오반, 피콜로를 압도했다. 모두 알다시피 손오반과 피콜로는 최소 슈퍼사이어인3, 슈퍼사이어인1을 상회하는 전투력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전투력의 인플레이션이 너무 극심하다. 슈퍼사이어인3로 변신한 손오공을 단 두번의 공격으로 압살한 파괴의 신 비루스의 등장은 기존 팬들입장에선 터무니없기까지 하다. 작가에 의하면 비루스가 슈퍼사이어인3 손오공보다 10배 이상 강하다는데, 전투력 인플레이션이 심하도 여간 심한게 아니다. 그리고 전투력 139밖에 되지 않는 무천도사가 최소 전투력 1000이상 되는 프리더의 부하 여러명을 손쉽게 제압하는 장면 역시 어거지다. 이외에도 수많은 설정 오류들이 있는데, 일일히 나열하기 힘들 지경이다. 기존 팬들 입장에선 어이없지 않겠는가?
필자 역시 기존 팬들의 입장과 별로 다를 바 없다. 다소 유아틱해진 작화와 터무니 없는 설정 그리고 밋밋한 스토리 전개구성은 만화를 보는 필자를 다소 힘빠지게 만든다. 매주마다 슈퍼를 시청하는 이유는 어쩌면 드래곤볼 그 자체에 대한 애정과 올드팬의 의무감에서 나오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드래곤볼 슈퍼 애니를 담당하고 있는 토에이사와 드래곤볼 슈퍼의 스토리 초안을 토에이사에 제공한 토리야마 아키라의 심정이 필자는 십분 이해가 간다. 드래곤볼 작가 토리야마 아키라는 슈퍼가 나올 당시 이런말을 했다고 한다. "드래곤볼은 어린이 만화다. 과거처럼 끔찍하고 그로테스크한 장면은 이제 없을 것이다. 복잡한 스토리 구성 역시 어린이들을 위한 것은 아니다"
(드래곤볼 오리지널의 그림체. 꽤 유아틱하다. 드래곤볼 Z로 넘어가서야 그림체가 성인틱해졌다. 토리야마 아키라는 이런 그림체를 슈퍼에서 재현하고 싶었던것은 아닐까?)
물론 이 말에 수많은 드래곤볼 성인팬들의 심사가 뒤틀릴 것이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드래곤볼이 맨 처음에 세상에 나올때 어땠는지를 상상해보라. 당시의 작화를 살펴보자. 드래곤볼Z처럼 캐릭터들이 각지고 그로테스크했는가? 전투장면이 잔인했는가? 아니다. 드래곤볼 오리지널의 캐릭터들은 오늘날과 같은 둥글둥글한 그림체로 그려졌다. 이후 드래곤볼이 Z로 넘어가고 점차 인기를 끌면서 그림체가 성인틱해졌을 뿐이다. 이런면에서 드래곤볼 슈퍼는 드래곤볼 오리지널로 회귀했다고 볼 수 있다. 스토리 역시 마찬가지다. 드래곤볼 Z에 있었던 수많은 복잡한 설정들은 당시 어린아이들 입장에선 난해했다. 토리야마 아키라는 드래곤볼을 어린아이들에게 되돌려주기 위해 작화와 스토리를 유아화했다. 우리같은 성인팬들은 어쩔 수 없지만 참아야한다. 그게 작가의 뜻이니까.
물론 작가가 작화와 스토리를 단순화 시킨것은 단순히 어린이 만화였던 과거를 추억해서가 아니다. 실제로 현재 일본 만화시장의 수요는 주로 어린아이들에게서 나온다. 즉 어린아이들을 잡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게 되버렸다. 만약에 과거 드래곤볼Z나 드래곤볼 카이처럼 드래곤볼 슈퍼에서도 성인틱한 작화와 스토리를 보인다면? 어린아이들은 큰 공감을 하지 못할 것이다. 옛 향수에 젖어있던 어른들만 신날 것이 뻔하다. 자, 설정 문제를 다시 끄집어보자. 프리더와 4개월간 수행했다는 이유만으로 기뉴급의 전투력을 갖고 있던 타고마가 슈퍼사이어인 급의 전투력을 갖게 된 설정은 재차 말하지만 오류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린아이들이 그런걸 신경 쓰겠는가? 어린아이들이 옛날 만화를 분석하면서 '어? 뭔가 이상하네. 왜 초사이어인3 이상의 전투력을 가지고 있던 손오반이 이렇게 약해졌지? 타고마는 왜이렇게 강하지? 무천도사가 갑자기 왜이렇게 강해졌지?' 라고 생각하겠는가? 아니다. 이런 식으로 사고하는 부류는 대개 성인팬이다. 물론 작가인 토리야마 아키라가 설정을 자주 까먹는다는 얘기도 심심치않게 들려오고 있다. 하지만 그가 설정을 까먹지 않았다면 분명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설정따윈 별로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어린아이들이 스토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가다".
필자는 드래곤볼 슈퍼가 참 아쉽다. 필자 역시 성인이기에 당연히 기존의 설정을 무시한 드래곤볼 슈퍼가 성에 찰리는 없다. 또한 너무 유아틱한 그림체 역시 불만이다. 하지만 작가의 의도와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해봤을때 그들이 드래곤볼 슈퍼에 취한 조치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냥 이렇게 이상과 현실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내가 싫을 뿐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드래곤볼은 20년만에 슈퍼로서 재탄생했다. '인조인간 17호가 강해? 신과 융합한 피콜로가 강해?' 라는 식의 전투력 분석을 논하던 시대는 지났다. 과거에 집착해봤자 그들이 내린 선택은 번복되지 않을 것이다. 필자는 성인팬들과 드래곤볼 슈퍼 제작진 모두에게 한마디씩 하고 싶다. 먼저 성인팬들에게. "예전과 작화가 너무 다르다고 해서 실망하지 말라. 그리고 설정 붕괴가 있다고 해서 드래곤볼 자체를 욕하진 말라. 과거의 드래곤볼과 지금의 드래곤볼을 비교하기보다 그냥 현재를 즐기는게 어떻겠는가?" 그리고 드래곤볼 슈퍼 제작진에게. "아무리 그래도 작화가 너무 엉망이다. 어린아이들의 기호에 맞는 그림체를 그리려는 의도는 잘 알겠는데 솔직히 드래곤볼 슈퍼 애니 5화같은 참사는 막아야하지 않겠는가? 최소한 성의는 있게 그려달라. 그리고 스토리도 예전만큼은 아니더라도 좀 예측 불가능하고 약간 복잡하게 그려달라. 즉 성인팬들도 생각해달라는 얘기다"
첫댓글 글 잘읽었습니다! 추천합니다!
두 진영의 관점을 다뤄봤습니다..갠적으로 성인쪽으로 기울긴 하지만 토리야마의 의도도 이해가 가더군요 ㅎㅎ 감사합니다 골프님!
잘읽었습니다...작화 스토리 이런것들을 떠나 드래곤볼이라는것은 제인생을 바꿔놓은 작품이자 추억 그리고 말로표현하기 힘든 소중한것이라 어떤식으로든 스토리가 진행되는거 자체가 감동입니다.
여담이지만 저희 동네 드래곤볼팀(?) 은 레슬링 그리고 격투왕 맹호팀(바키)팀 은 유도 이러식으로 나눠져서 선수생활 내내 영향이 갔었습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드래곤볼 슈퍼를 보고는 있는데 날이 갈수록 보다가 꺼버리게 되더라구요
애들도 자고 연휴라 맘편하게 책보다가 글남겨요
예전의 향수를 느끼게 해준다고나 할까요. 학창 시절과 함께 했던 작품인지라 정말 정감이 갑니다...솔직히 슈퍼를 보면 실망이 가는게 사실입니다. 그래도 그나마 스토리는 봐줄만한데 작화가 ㅜㅜㅜㅜ
감사합니다~!!!
글 잘읽었어요 좋네요
ㅎㅎㅎㅎ 감사합니다!!
음식 퀄리티는 슈퍼가 Z보다 더 좋아보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