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가즈오 이시구로
2017년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유명한 가즈오 이시구로 님의 책을 읽었단다.
2017년 당시 노벨 문학상 소식을 뉴스로 접하고,
아빠는 들어보지 못한 일본 사람이 노벨 문학상을 탔네,
이런 생각을 하고 기사를 읽어본 기억이 있구나.
기사를 읽어보니 어렸을 때 영국으로 이민 간 영국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
노벨 문학상 수상을 하게 되면,
출판계에서는 그 작가에 대한 노벨상 특수로 매출이 올라가곤 하는데,
가즈오 이시구로 님의 책들도 그렇게 한 동안 베스트셀러 코너에 있었던 기억도 있구나.
아빠는 딱히 끌리지 않아서 읽지는 않았어.
그런데 얼마 전에 아빠가 자주 보는 북플이라는 알라딘 책 어플에서,
가즈오 이시구로 님의 <나를 보내지 마>라는 책이 자주 언급이 되었고,
좋은 평이 있어서 뒤늦게 읽어보게 되었단다.
평이 좋고, 재미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지,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서 리뷰나 책 소개는 거의 읽지 않았단다.
지금 생각해보니 리뷰나 책 내용을 아마 읽었을 수도 있겠다 싶더구나.
다만 아빠의 순삭 기억력으로
책을 읽기 시작할 때는 다 지워져서 기억을 못하고 있는 것일 수도...
아무튼 무엇이든, 아빠가 책을 읽기 시작할 때는 책의 내용을 전혀 몰랐어.
그래서 책 중간 정도에서 나오는 반전의 재미가 더했던 것 같구나.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냐고?
조금 있다가 알려줄게.
1. 헤일셤
주인공이자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이는 캐시. H라는 서른 한 살 여자였어.
11년 넘게 간병사라는 직업으로 일하고 있었고,
혜일셤 출신으로 다른 사람들이 좀 다른 시선으로 캐시를 바라보기도 했어.
캐시는 혜일셤 시절을 떠올릴 때가 많았는데,
소설은 캐시가 13살 학창 시절로 돌아가 이야기를 해주는 것으로 본격적으로 시작한단다.
토미라는 아이가 있었는데, 학습능력과 체력이 다소 떨어져서 왕따를 당하곤 했는데,
캐시는 그에게 동정을 표시하면서 친하게 되었단다.
그런데 얼마 뒤 다른 애들에 비해 뒤처지지 않는 모습으로 보였어.
그래서 캐시가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보자,
토미는 루시 선생님과 면담을 하고 나서 괜찮았다는 거야.
루시 선생님이 이야기하시기를, 창의적으로 되려고 애쓰지 말라는 거였어.
루시 선생님의 조언이 좀 이상하긴 하지?
그것뿐만 아니라, 캐시가 다니는 학교에서 사용하는 용어들 중에는 낯선 말들이 있고,
아이들의 행동도 조금 이상하고 평범한 학교는 아니라는 것을 알게 돼.
혜일셤에 있는 아이들은 어떤 목적을 위해 함께 생활하면서 지내는 것이라는 깨닫게 되는데,
조금 더 읽다 보면 그 목적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더구나.
그것이 아빠가 앞서 이야기했던,
책의 내용을 모르고 읽으면 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그런 내용이야.
결론부터 이야기를 하면 헤일셤에 다니는 아이들은 평범한 아이들이 아니고,
모두 유전 기술로 태어난 복제 인간들이었단다.
그들은 혜이셤을 졸업하게 되면,
'기증'이라는 일을 하게 되는데,
그것은 그들의 장기를 보통 사람들에게 이식해 주는 것이야.
그들은 그것을 당연히 여기고 있었어.
그렇게 교육을 받은 것이지..
이쯤 되니 아빠가 예전에 본 영화 <아일랜드>가 생각이 나는구나.
아빠가 좋아는 배우들인 이완 맥그리거와 스칼렛 요한슨이 나와서 봤던 영화인데,
자신들이 복제인간인 것으로 모르고
집단생활을 하면서 일어나는 일을 그린 영화였어.
영화 <아일랜드>처럼 소설 <나를 보내지 마>도 그런 복제인간들이 겪는 이야기를 해주고 있단다.
장르는 전혀 다르지만 말이야.
아무튼, 헤일셤의 아이들은 나중에 '기증'을 목표로 학교 생활을 하고 있었지.
그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평범한 사람들이었단다.
그래서 아이들의 미래를 알고 있기 때문에
심적 갈등을 겪으면서 힘들어하는 선생님도 있었단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선생님이 루시였어.
루시 선생님은 안타까움에 그들에게 그들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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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119)
"다른 누군가가 너희한테 얘기해 주지 않는다면, 내가 말해 주마. 전에 말한 것처럼 문제는 너희가 들었으되 듣지 못했다는 거야. 너희는 사태가 어떻게 될 건지 듣긴 했지만, 아무도 진짜 분명하게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감히 말하건대 사태가 이런 식으로 흘러가는 데 무척 만족하는 이들도 있지. 하지만 난 그렇지 않아. 너희가 앞으로 삶을 제대로 살아 내려면, 당연히 필요한 사항을 알고 있어야 해. 너희 중 아무도 미국에 갈 수 없고, 너희 중 아무도 영화배우가 될 수 없다. 또 일전에 누군가가 슈퍼마켓에서 일하겠다고 얘기하는 걸 들었는데, 너희 중 아무도 그럴 수 없어. 너희 삶은 이미 정해져 있단다. 성인이 되면, 심지어는 중년이 되기 전에 장기 기증을 시작하게 된다. 그거야말로 너희 각자가 태어난 이유지. 너희는 비디오에 나오는 배우들과 같은 인간이 아니야. 나랑도 다른 존재들이다. 너희는 하나의 목적을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고, 한 사람도 예외 없이 미래가 정해져 있지. 그러니까 더 이상 그런 얘기를 해서는 안 된다. 너희는 얼마 안 있어 헤일셤을 떠나야 하고 머지않아 첫 기증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해. 그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너희가 앞으로 삶을 제대로 살아 내려면, 너희 자신이 누구인지 각자 앞에 어떤 삶이 놓여 있는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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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아이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어.
그들은 그런 목적을 위해 사는 것을 당연시 하는 것 같았고,
그런 삶에 맞춰 교육을 받았고, 몸도 그렇게 관리되어 있었단다.
2. 기증
16살까지만 헤일셤에서 지냈고,
그 이후에는 다른 곳에 가게 되었단다.
헤일셤에서 여러 친구들을 만났지만,
캐시에게 가장 친한 친구는 루스와 토미 둘뿐이었단다.
그리고 루스와 토미는 서로 사랑하는 연인 사이였어.
헤일셤에서 공부를 마치고, 코티지라는 곳에 갔단다.
코티지라는 곳은 '기증'을 할 때까지 대기하면서 생활하는 곳이야.
그곳에는 먼저 졸업한 선임들도 있었어.
헤일셤 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 온 사람들도 있었어.
가까운 곳으로 외출을 다녀올 수도 있었는데,
선임들이 외출을 다녀오더니, 루스의 근원자를 본 것 같다고 했어.
근원자... 그러니까 루스를 만들어낸 세포의 주인...
기분이 이상할 것 같으면서 궁금할 것 같구나.
자신을 만들어낸 사람. 어떤 사람일까.
캐시, 루스, 토미는 그 사람을 보기 위해 외출을 했어.
루스의 근원자라고 한 사람은 평범한 50대 회사원이었단다.
그런 사실에 약간 충격을 받았단다.
그들이 알기로는 근원자들은 부랑자나 하층민이라고 생각했거든..
생활이 어려운 자들이 복제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평범한 사랑이라니...
하나하나 모르는 사실을 알게 되어도 그들은 바뀌는 것이 없었어.
...
헤일셤을 졸업하고 기증을 하기 전에 코티지에 대기한다고 했는데,
기증을 하기 전에 또 하나 거치는 것이 있는데 간병사란다.
기증자를 보살피는 일이었어.
먼저 기증자를 보살피다가 자신의 차례가 오면,
기증을 하고 기증을 하고 나서는 한동안 회복 센터에서 몸을 회복하고,
다시 기증을 하고 다시 회복 센터에서 회복을 하고...
그런 기증은 많아야 두세 번이었단다.
그런 기증을 마치고 나면 그들은 죽게 되는데,
그들은 이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했어.
...
그런데 캐시는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간병사 일을 남들보다 길게 하고 있었단다.
간병사 일을 잘 해서 그렇다고는 하지만,
캐시의 근원자가 아직 그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 싶더구나.
캐시는 간병사 일을 잘 해서,
자신이 간병할 기증자를 직접 선택할 수도 있었는데,
두 번 기증을 마친 루스를 간병하기로 했단다.
코티지에 머물고 있으면서 마지막에 루스와 말다툼을 하고 헤어진 이후에
그들은 제대로 된 화해를 하지 못했단다.
루스와 다시 만난 캐시는 화해를 했고,
근처 회복센터에 있는 토미를 만나러 가기도 했어.
화해를 하긴 했는데,
루스는 기증을 두 번이 해서 그런지 기력도 없고 죽음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았어.
루스는 미안하다고 하면서
자신이 죽으면, 캐시와 토미에게 집행 연기를 신청하고 했단다.
집행 연기 신청이 뭐냐고?
그런 게 있다고 들었어.
두 사람이 진정으로 사랑하고 그것이 확인이 되면,
기증이라는 집행을 연기할 수 있다고 말이야.
루스와 토미가 연인 관계라고 했지만,
오래 전부터 캐시와 토미가 속으로만 서로 좋아하고 있었어.
그것을 루스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죽기 전에 그렇게 이야기를 한 거야.
그렇게 루스는 두 번째 기증의 후유증으로 그만 죽고 말았단다.
3. 그런 건 없어
캐시는 이제 토미의 간병사가 되기로 했어.
그리고 그들은 집행 연기를 신청하기로 했어.
그렇기 위해서는 '마담'이라는 직책을 가진 사람을 만나야 했지.
마담은 그들이 헤일셤에 있을 때부터 그들을 관리하는 사람이었어.
캐시와 토미는 마담이 살고 있는 곳을 알아내어 그를 찾아갔는데,
마담은 그들의 방문을 당황했고,
그들이 이야기하는 집행 연기라는 것은 없다고 했단다.
그러면서 같이 살고 있는 한 분을 데리고 왔는데,
그 사람은 다름 아닌 헤일셤의 교장 선생님이었던 에밀리 선생님이었단다.
에밀리 선생님은 헤일셤과 그곳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의 모든 진실을 이야기해주었어.
헤일셤이 있기 전까지 복제인간들은 가축들과 마찬가지로 '사육'되었다고 했어.
비인간적으로 다루고 그랬다고 했어.
복제인간들이 살아 있는 동안만이라도 최소한이라도 인간적인 대우를 받게 하고자 만든 것이
바로 헤일셤이었다고 했어.
하지만 그런 곳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문제였지...
캐시가 졸업하고 나서 얼마 뒤 헤일셤에 대한 후원이 줄어들면서,
문을 닫았다고 했어.
다시 비인간적인 기관들에서 복제인간이 사육되는 것이었어.
....
캐시와 토미의 희망이었던 집행 연기는 하지 못했고,
사실 그런 것은 전혀 없었으니까 말이야.
그리고 토미는 네 번째 기증을 하고,(정말 드물게 많이 기증을 한 것임)
그만 죽고 말았단다.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단다.
현대의 기술로 복제 인간은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단다.
다만, 윤리적인 문제로 실현될 수 없는 것이지.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것은 모든 사람들의 욕망이기 때문에,
누군가는 복제인간에 대한 욕망을 가지고 있을 것 같구나.
그리고 먼 미래에는 그 윤리적인 문제를 회피해가면서, 그러니까 적당한 핑계를 만들어
복제인간을 합법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렇다면 이 소설이나 영화 <아일랜드>에서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말라 법이 없을 것 같아.
아참, 이 소설 <나를 보내지 마>를 원제로 한 영화도 있다고 하더구나.
아빠도 기회가 되면 보고 싶긴 하구나.
소설 속의 암울한 세상을 어떻게 영상으로 담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
가즈오 이시구로라는 작가가 어떤 소설들을 썼는지 아빠는 잘 모른단다.
이런 SF를 주로 쓰신 것인가?
다른 장르의 소설도 썼나? 썼겠지?
최근에 출간한 <클라라와 태양>도 인공 지능을 가진 로봇에 관한 SF리고 하던데,
그 책도 기회 되면 한번 읽어봐야겠구나.
PS:
책의 첫 문장 : 내 이름은 캐시 H. 서른한 살이고 11년 이상 간병사 일을 해 왔다.
책의 끝 문장 : 다만 잠시 그렇게 서 있다가 차로 돌아가 가야 할 곳을 향해 출발했을 뿐이다.
책제목 : 나를 보내지 마
지은이 : 가즈오 이시구로
옮긴이 : 김남주
펴낸곳 : 민음사
페이지 : 399 page
책무게 : 559 g
펴낸날 : 2009년 11월 20일
책정가 : 13,000원
읽은날 : 2021.04.18~2021.04.20
글쓴날 : 2021.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