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하반기 완전히 거래가 실종됐던 서울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는 올해 초 강한 매수세가 몰려들면서 가파르게 올랐다.
헤럴드경제가 강남3구 주요 재건축ㆍ재개발 아파트 단지의 1~5월 매수자 주소지를 분석한 결과 약 60% 정도가 해당구에 살지 않는 외지인인 것으로 조사돼 ‘실수요형’ 매수보다는 ‘투자형’이 주요 매수세력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에 분석대상이 된 단지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송파구 잠실동 주공 5단지, 서초구 반포동 경남아파트와 노원구 상계동 주공(10ㆍ12ㆍ14단지) 등 4개 단지로, 이 기간동안 총 359건의 거래가 발생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외지인들이 60% 이상에 달한다는 것은 이번 매수세가 실수요형이라기보다 투자형 매수, 유동성 랠리였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강남 3구의 경우 전국구형 투자수요를 갖고 있음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강남3구 부동산 3:3:3 법칙=올 초 강남3구 부동산 매수자를 분석한 결과 해당구민(30%):버블세븐 거주민(30%):지방 또는 해외 거주민(30%)으로 나뉘는 30:30:30 법칙이 관찰됐다.
즉 강남3구의 재건축ㆍ재개발 아파트의 경우 주변에 살고 있는 같은 구 주민들이 사들이는 경우가 대략 30~40% 정도에 달하고, 이를 제외한 버블세븐 지역에 주소지를 갖고 있는 매수자가 또 약 30~40%를 차지했다는 얘기다. 나머지 30%는 지방거주자 및 해외 거주자들이 상경투자 또는 해외투자를 하는 패턴이었다.
이같은 30:30:30 비율은 대표적 재건축ㆍ재개발 아파트인 대치 은마아파트와 잠실 주공 5단지에서 똑같이 나타났다. 하지만 이들에 비해 전국적인 지명도가 떨어지는 반포 경남아파트는 이 비율이 45:10:0으로 차이가 났다. 또 노원구 상계동 주공아파트의 경우는 이 비율이 50:5:10의 비율로 나타나 인근지역 주민이 사들인 비율이 높은 반면, 상경ㆍ원정 투자 비율은 낮았다.
아파트 단지별로 보면 대치 은마아파트의 경우 강남구 주민이 사들인 건수가 총 50건(33%)을 차지했으며, 강남을 제외한 버블세븐 지역내 주소지를 갖고 있는 매수자가 총 49건(36%)에 달했다. 은마아파트의 경우 국외자가 총 7명으로 캐나다 거주인이 2명, 미국 거주자가 5명이었다. 특히 지방 상경 투자자중에는 △부산광역시 5명 △경기도 고양시 3명 △전남 강진군 2명 △전북 부안군 2명 그밖에 경남 하동, 충남 예산, 전남 광양시, 전남 여수시 등이 1명이었다.
한편 송파 잠실 5단지의 경우도 송파주민과 버블세븐지역 매수자에서 이같은 패턴이 그대로 유지됐다. 국외 매입자는 3건으로 미국(2건), 브라질(1건) 등이었으며, 지방 원정 투자자는 △경기 김포시 2 △남양주시 2 △경기 이천시 2 △ 부산남구 용호동 2 △경남 마산시 2명 등이었다.
▶상계 주공, 해당구민 비율 월등히 높아=상계주공아파트10ㆍ12ㆍ14 단지의 경우 해당구 거주자가 34건(49%)에 달했고, 여기에다 노원구에 인접한 구리시(1명), 의정부시(4명)까지 포함할 경우 39명(56%)에 달했다. 또 버블세븐 거주자는 3건(4%)에 불과했다. 이는 강남3구의 경우 해당구 거주자 약 30%에 달하고, 버블세븐 거주자가 30%를 차지하는 것과 큰 차이를 보인 것이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강남3구의 경우 여유자금을 갖고 있는 버블세븐 지역의 투자형 매수로 볼 수 있는 반면, 그 외지역은 동네주민들이 매수자로 나서는 실수요형 매입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상계주공아파트의 경우도 지방 매수자가 7건(10%)에 달해 지방에서 상경투자도 적잖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상계주공아파트의 경우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자금으로 매입이 가능하고, 지난해 정점 대비 낙폭이 컸기때문으로 분석된다.
▶부동산 매입 계기는 무엇일까?=그렇다면 올해초부터 시작된 전국적인 부동산 매수세를 자극한 것은 무엇일까.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강남3구의 부동산이 전국구 투자처를 갖고 있다는 것은 주거를 위한 것이라기보다 투자용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라며 “올해초~5월까지의 부동산 매수는 유동성 랠리로 보면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같은 투자형 매수의 배경에는 △낙폭과대에 따른 시세차익 △저금리에 따른 부동자금 유입 △규제완화에 따란 기대수익 등이 주요한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김용진 부동산뱅크 이사도 “부동산 규제완화 대책과 저금리에 따른 풍부한 시중 유동성 등이 주요한 원인이 강력한 시그널이 됐다”고 분석했다. 지난 11~12월에 걸쳐 나왔던 다양한 부동산 규제완화책들이 매수세력들을 투자를 유도했다는 것이다. 김 이사는 “현재는 구매력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고 판단할 때 이번 부동산 매수 세력은 투기성 자금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 팀장은 “지난해말 종부세 완화로 보유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었다는 점과 재건축규제완화 등으로 용적률 상승으로 인한 투자가치 향상, 그리고 강남 투기지역해제 가능성 등이 주요한 변수가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