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놈의 3장 6구 45자
시조부흥론자들은 가창과 낭독의 차이를 생성하면서, 음악성
을 제거한 고시조가 현대시조의 형식을 제시해줄 것으로 생각했습
니다. 그러나 고시조(시조창)에서 악곡을 제외했을 때 남은 것이라
고는 ’음수율‘뿐이었는데, 이를 근대적 또는 과학적으로 제시해야
하는 문제에 직면했죠. 이에 따라 이들은 ’서둘러‘ 시조의 리듬(율)
을 나름대로 분석하여 이론을 제시하기 시작합니다. 그 유명한 ‘3
장 6구 45자’라는 규칙이 바로 이때 만들어졌습니다.
가장 먼저 이광수는 1928년 시조 형식의 기본을 12구(句)
로 보면서 기본형 초장 3/4/4/4 15음, 중장 3/4/4/4 15음, 종장
3/5/4/3 15음 전체 45음으로 규정하되, 음수에만 집착하지 않고 다
양한 변칙과 여러방식의 시조 리듬이 발생 가능하다는 것을 주장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이광수의 기본형을 그대로 ‘복-붙’한 자가
있었으니, 바로 조윤제!
1931년 조윤제는 최남선이 소장하고 있었던 시조가집 『가곡원류』
(1876)를 가지고 고시조 중 단시조 2,759수를 3장 12구로 나
누는 전제하에 각 구의 음절수를 통계적으로 분석하였습니다. 마
침내 그는 초중장을 3/4/4(3)/4, 종장을 3/5/4/3으로 보고, 초중장
제4구와 종장 제3구를 4음으로, 종장 첫 구를 3음으로 고정시켰습
니다. 이는 이광수가 제시한 기본형과 다를 바 없는데, 단지 시조
노래집 『가곡원류』라는 텍스트를 대상으로 통계 냈다는 것에 보다
신뢰성을 획득했을 뿐이죠.
그러나 후대에 이르러 실제 고시조를 분석했을 때, 초장
이 조윤제의 기본형에 일치하는 작품음 47%(1,298수), 중장은
40.6%(1,121수), 종장은 21.1%(789수)에 불과했습니다. 더욱이 작
품 전체가 기본형 기준에 일치하는 경우는 4%에 불과 해, 결과적
으로 조윤제는 고시조의 신축적인 형식을 축소하고 제약한 기본형
을 제시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조윤제는 식민지 시대 조선어문학을 전공한 유일무이
한 경성제국대학 문학 전공자였습니다. 당연히 그의 영향력은 엄
청났을 터, 자연스럽게 이광수의 기본형을 가져와 자신의 이론으
로 삼았고, 그것은 고스란히 초창기 국어 교과서에 수록되어 현재
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시조의 형식을 조윤제가 제시
한 ‘3장 6구 45자’로 배웠던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하나 더, 내재율과 외형률(외재율)이라는 교과
서적 용어도 문제입니다.
현대시조 입문서, ‘오늘부터 쓰시조 김남규, 헤겔의 휴일
1. 우리가 오해하는 시조의 모든 것 14~16쪽 중에서.
첫댓글 3장 6구 45자
감사합니다
무공 김낙범 선생님
댓글 주심에 고맙습니다.
오늘도 쉬임없이 무한 건필하시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