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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호·모두모아 149호 여는 글 <어린이와 문학> 후배님에게 | 공지희•4 빨간아이 파란아이 / 얼음이 녹을 때 까지 | 강기화•8 눈을 들면 / 상형문자 1 | 김하늘•10 벼룩이 될 거야 / 나의 첫 번째 엄마 | 박해정•12 비밀 지키기 / 아버지에게 | 서정홍•14 동백꽃 난로 / 검둥이와 우체부 | 이경모•16 바람아, 미안해 / 애꾸눈 고양이 달의 전설 | 이옥근•18 나이테 자서전 / 꼴찌 만세 | 이창숙•20 동화 어느 날 택배가|김정미•22 운하 정원|임정진•32 응모 동시를 읽고 응모 동화 촛불이|유하정•57 응모 동화를 읽고 씩씩한 글을 쓰자|김하은•66 (연작) 길 안 (4) | 장주식•78 제4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수상작 마지막 히치하이커 | 문이소•110 제4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심사평 창작 역량의 확대된 저변만큼 질적 향상을 기대하며 | 박상준•126 제4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수상 소감 어떤 몽상가 이야기|문이소•132 특별 기고 아버지를 생각하며|한애경•136 특집 기획 : 어린이·청소년 문학에서 바라본 여성주의 좌담 : 어린이·청소년 문학에서 바라본 여성주의를 마치며 | 공진하·김유진·김태호·이퐁•143 주제가 있는 책꽂이 이야깃거리 ‘시간’ | 편집부•156 과학으로 상상하기 복제 인간은 복제 눈물을 흘리는가?|정재은•180 창작 수첩 문학, 그림 그리고 나만의 이야기를 담는 그림책 | 강경수•185 헛된 희망도, 섣부른 절망도 없이|박영란•192 번역의 세계 번역과 벗하며 산다는 것|유소영•203 편집 수첩 그림책, 계속해보겠습니다!|민찬기•210 서평 풍선을 놓친 아이, 어린 시절을 향한 몽상|박은경•219『브이를 찾습니다』 김성민 시·안경미 그림 관찰일기를 읽고 심으며……|우봉규•225 『도시농부 송아의 관찰일기』 여태동 글·이미진 그림 | 저작권 정보 민사 소송은 권모술수 싸움이다|김하늘•230 삐뚤빼뚤 육상 대회|김명준•237 쉬는 날|김준현•238 딸기|신은지•239 휴대폰과의 비밀|최지완•240 안내 응모 원고를 기다립니다•7 정기 구독 안내•77 ‘어린이 글’을 기다리고 있어요•240 <어린이와 문학> 운영위원·후원회원•241 <어린이와 문학>을 만들어 온 사람들•242
동화를 쓰고 그립니다.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처럼 세상 구경하고 싶습니다. 그림 설명 : 나는 첫눈을 기다린다. 손톱에 봉숭아 물들이는 순정도 없으면서,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한 님도 없는데도, 그렇다고 눈이 왔다고 강아지처럼 온 동네를 뛰어다니지도 않을 거면서도 첫눈을 기다린다. |
창작 수첩|강경수
문학, 그림 그리고 나만의 이야기를 담는 그림책
▷ 작가님의 작품은 어린이들의 사랑과 공감을 많이 받고 있고, 동시에 어른들도 재미있게 읽고 감동을 받았다는 감상이 매우 많습니다. 그림책은 글을 읽지 못하는 어린이들이 읽는 책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0세부터 100세까지’ 읽는 문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데요, 어린이들의 공감과 어른들의 사랑을 함께 받는 작가님의 작품 세계와 그 비결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질문이 사실이라면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어린이들과 어른들의 공감을 받는다.’라는 것은 아마 몸은 어른이지만 저의 정신의 연령은 아이 같기 때문일까요? 그건 저도 딱히 정의를 내리기 어렵습니다. 좋은 책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은 늘 작가를 따라다닐 수밖에 없는데요, 제가 나름대로 정의를 한 것은 ‘나 자신에게 충실한 책을 만들자.’였던 거 같습니다. 책의 완성도가 제 개인에게 만족감을 주지 못한다면 독자들도 좋아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아마도 어린이책이라고 하면 아이들의 생각과 시선을 따라잡으려 하는 경향이 있는 거 같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것은 이미 나는 다 커버렸고 어렸을 적의 나를 희미하게 밖에 기억을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책을 만들 때 내가 지금 느끼는 세상과 감정을 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것은 어린이책이므로 아이들의 밝고 희망에 찬 이야기가 아닌 ’작가로서,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을 솔직하게 내보여야겠다.’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이러한 부분이 어른들의 감성에도 조금은 어필을 하는 게 아닐까 생각은 해봤습니다.
시대가 변하고 그림책 역시 그 시대를 담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시류와 잘 맞은 것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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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수
만화를 그리면서 그림을 시작했고, 그림책에 매력을 느껴 어린이책 작가가 되었습니다. 낙서와 공상을 좋아하고 아들 파랑이와 장난치며 놀기를 좋아합니다. 명료한 주제와 다채로운 구성, 위트 있는 표현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2011년 볼로냐 국제 어린이도서전 논픽션 부문 라가치상 수상작 『거짓말 같은 이야기』를 비롯해 『나의 엄마』, 『나의 아버지』, 『춤을 출 거예요』, 『코드네임X』, 『화가 나!』, 『커다란 방귀』, 『왜X100』 등 다양한 그림책과 어린이책을 쓰고 그렸습니다.
창작 수첩|박영란
헛된 희망도, 섣부른 절망도 없이
▷ 지금 작가로서 어떤 고민을 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첫 소설 『나의 고독한 두리안나무』가 출간된 이후 지금까지 거의 매년 한 권씩 장편 소설을 출간해 왔습니다. 단편집 『라구나 이야기 외전』(자음과모음, 2012)도 있고요.(『라구나 이야기 외전』은 저의 책 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책입니다). 지금까지 숨 돌릴 틈 없이 계속 써온 것처럼 보일 텐데요. 사실 글을 쓰는 일은 저한테는 도리어 쉬는 일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인생 안에서 벌어지는 온갖 크고 작은 일들로부터 거리를 두는 시간이기도 하니까요.
2016년 가을에 『편의점 가는 기분』이 나왔는데, 감사하게도 이 책을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고 계십니다. 그리고 이제 곧 여덟 번째 책이 나올 텐데요. 이번 책은 세월호 사건으로 친구를 잃은 한 청소년의 ‘그 후’를 생각해 본 이야기입니다. 그러고 보니 세월호에 관해서 동화책도 한 권 썼군요. 『옥상정원의 비밀』(북멘토, 2016)이라는 동화인데, 제가 이 책을 참 마음으로 아낍니다.
얼마 전에 한 강연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그 자리에서 여성 혐오에 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말해달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 질문은 제가 요즘 여성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기에 나온 질문입니다.
그 자리에서 저는 가난한 여성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예를 들면 『편의점 가는 기분』의 꼬마 수지 엄마와 같은 인물입니다. 가난한 부모한테서 태어나, 교육받을 기회도 놓치고, 역시 가난하고 고된 결혼 생활을 하면서 나이 들어가는 여성들 말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 사회의 최하층을 이루고 있는 게 바로 이런 여성들일 텐데요. 이 여성들의 인생은 그야말로 희생입니다. 이 여성들은 자기 자신을 위해 사는 방법을 모릅니다. 그렇게 살 여건을 한 번도 만나지 못했고, 그렇게 사는 것에 대한 두려움마저 가지고 있습니다. 삶에 대한 이 여성들의 최소한의 욕망조차 오랜 시간 원천 봉쇄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조금 달리 생각해보면 이 여성들만 자기 삶을 가꾸어 가겠다는 욕망이 원천 봉쇄당한 것일까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모두 압니다. 저는 여성 혐오가 이 지점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해 봅니다. 여성이 자기 자신을 위해 사는 것이 마치 주변에 큰 피해를 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여성들의 욕망을 혐오하는 것입니다.
그날 강연에서는 꼬마 수지 엄마와 같은 인물 이야기만 했고, 혐오에 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아직 제가 생각을 다듬어 놓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이 일에 대해 더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압니다.
다만, 이 자리에서는 ‘혐오’라는 단어를 ‘여성’에 따라 붙이는 것에 대해 약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우리가 보통 ‘여성 혐오’라고들 말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여성은 말하자면 피해자입니다. 혐오를 당하는 피해자라는 말입니다. 그래서 이 ‘혐오’라는 단어는 피해자에 붙여 써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피해를 주는 쪽, 말하자면 가해자 쪽에 붙여 써야 합니다. 좀 다른 예를 들어 봅시다. 장애인이 폭행을 당하는 피해를 입었다고 합시다. 그 장애인을 폭행한 사람은 회사원 A씨라고 가정해 봅시다. 그럴 때 언론에서나 사람들이 말할 때 ‘장애인 폭행’ 사건이라고 합니다. 사실은 이렇게 말해야 합니다. ‘회사원 A씨 폭행 사건’이라고 말입니다. 범죄 단어를 행위자 옆에 붙여 써야 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여성 혐오의 ‘혐오’도 혐오를 가하는 쪽에 붙여 써야 하는 게 올바른 거겠지요. 여성 혐오뿐 아니라, 다른 일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봅니다.
두서없기는 했지만, 요즘 제가 하고 있는 생각들을 말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여성들 문제에 대해 고민은 하고 있지만 소설로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소설이 써지는 것은 의지로 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건 한 인물이 저에게 다가와야 가능한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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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란
장편 소설 『나의 고독한 두리안나무』, 『영우한테 잘해줘』, 『서울역』, 『못된 정신의 확산』, 『편의점 가는 기분』과 단편집 『라구나 이야기 외전』을 펴냈다. 장편 동화 『옥상정원의 비밀』을 썼고, 최근에 장편 소설 『다정한 마음으로』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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