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덕유산 德裕山(1,614m)
덕유산은 겨울산이다. 사시사철 많이 찾지만 유독 겨울에 사랑받는다. 눈꽃과 상고대로 치장한 능선과 고산 특유의 빼어난 조망을 품고 있기 때문. 덕유산국립공원의 인기는 방문자 통계를 보면 알 수 있다. 1월이면 방문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주능선 탐방로가 정체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1월의 덕유산으로 몰린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눈꽃 산행지일 뿐만 아니라 스키장 곤돌라 덕분에 접근이 쉽다. 그동안 본지가 진행한 ‘덕유산 특집’ 역시 주로 겨울철에 집중됐다. 덕유산의 랜드마크 사진은 설경 사진이며, 유난히 향적봉에서 촬영한 겨울 풍경이 많다. 고도가 높은 향적봉은 멋진 설경을 볼 수 있는데다, 대피소와 곤돌라를 이용할 수 있어 출사꾼들의 편애를 받는다. 사진 좀 찍는다는 산꾼들의 사진첩에 덕유산 설경 사진을 드물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은 이런 환경 덕분이다.
2 계룡산 鷄龍山(847m)
봄여름가을겨울, 철마다 독특한 색깔을 자아내는 명산이지만, 특히 겨울에는 삼불봉과 자연성릉의 설경이 좋다. 계룡 8경 중 제 2경인 삼불봉 눈꽃은 계룡산을 겨울철에 올라야 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계룡산 겨울산행의 하이라이트는 관음봉에서 삼불봉에 이르는 1.8㎞ 자연성릉 구간이다. 자연스런 성곽의 능선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디좁은 길목이 자주 나타나는 변화무쌍한 코스다. 특히 함박눈이 내린 다음날 햇살에 살짝 녹아 얼음이 반짝이는 설경은 눈이 부시게 아름답다. 날씨가 맑은 날 삼불봉 정상에 서면 남서 방향으로 구불구불 용의 형상을 한 능선을 타고 관음봉과 문필봉, 연천봉, 그리고 쌀개봉과 천황봉의 위용이 한눈에 들어온다.
3 선운산 禪雲山(335m)
선운산은 주봉 도솔산(수리봉)이 335m로 산릉 평균 높이가 300m를 겨우 넘고, 하루면 산줄기를 모두 밟을 수 있는 작은 산이다. 그런데도 선운산을 하루에 섭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왜 그럴까. 용문굴, 배맨바위, 사자바위, 투구바위, 안장바위 등의 기암괴봉이 도처에 솟아 있고 천마봉, 낙조대 같은 조망명소가 곳곳에 이어져 있다. 뿐만 아니라 선운사와 도솔암 등 산 안의 명찰과 암자를 둘러보는 것만도 반나절은 잡아야 한다.
명승과 명찰을 함께 탐승하기에는 선운사~투구바위~사자바위~청룡산(314m)~낙조대~참당암~선운사 코스를 추천한다. 5~6시간 정도 소요되는 원점회귀 산행으로 해가 짧은 겨울철 산행에 적합하다. 산행 중 식수를 구할 만한 샘이 없으므로 선운사나 도솔제쉼터에서 식수를 준비하도록 한다.
4 황매산黃梅山(1,113m)
합천 8경에 꼽히는 산으로 합천의 명산으로 알려져 있지만 경남 합천과 산청의 경계를 이루는 산이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주변 풍경이 활짝 핀 매화를 닮았대서 황매산이다. 봄이면 철쭉으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는 이 산은 가족과 함께 눈꽃 산행을 하기에 적당하다. 해발 800m에 오토캠핑장이 있어 주차가 가능하고 300m 정도만 오르면 바로 정상에 설 수 있을뿐더러 오르는 길도 잘 나있기 때문이다.
주차장에서 고래바위와 성곽전망대를 거쳐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코스는 1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황매산 최단 코스로 본격 산행을 하기에는 부족하지만 가족 나들이 코스로 적합하다. 정상에 서면 합천호와 지리, 덕유, 가야산 등 한국의 대표 명산들을 오롯이 조망할 수 있다.
출처 월간산 글 이재진 편집장 사진 C영상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