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출시된 라면 WORST 5
라면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1조 원을 돌파하며 국위선양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라면 수출액은 7억 8525만 달러로 원달러 환율 1300원을 적용하면 1조208억원에 이른다.
이 정도면 외국인과 대화를 나눌 때 ‘두유노 00라면?’하고 물어봐도 될 정도다.
하지만 라면의 실체는 악랄하기 그지없는데, 나트륨 함량이... 사탄이 따로 없다.
보통 라면 한 봉지에 든 나트륨 함량은 1000~1500mg이고,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권장하는 나트륨의 성인 1일 권장 섭취량이 2000mg이다.
과하다.
그런데도 맛과 특유의 편의성 때문에 온 국민이 ‘걔가 그래도 애는 착해’라고 말하며 편을 들어주는 느낌이랄까?
라면 회사들도 이걸 아는지 매년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걔 중에는 운 좋게 시장에 자리 잡는 제품도 있지만, 내 혀에 닿았다는 것을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라면도 종종 나온다.
(좌) 팔도 녹차 클로렐라 라면 / (우) 돈라면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대표적인 예가 바로 팔도의 녹차 클로렐라 라면.
녹차, 클로렐라 분말을 함유해 웰빙 열풍을 타려는 시도는 좋았지만,
면부터 국물까지 녹색을 띠는 이 라면은 결국 대중으로부터 외면을 받고 단종됐다.
또다른 예는 삼양식품에서 출시했던 돈라면이다.
기름지다 못해 역한 마늘 맛으로 인해 결국 단종.
필자도 이 라면을 먹은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 있는데 한마디로 말하자면 ‘충격과 공포’였다.
한국인이 아무리 마늘을 좋아한다고 해도 이건 아니지.
그러나 제발 끊겼으면 하는 이 계보는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어, 올해도 역시나 맛 없는 라면들이 등장했다.
그 중에서도 워스트 오브 워스트 라면은 어떤 것이 있는지 함께 살펴보자.
*제품 선정은 올해 출시된 라면을 대상으로 네티즌의 의견과 필자의 주관적인 해석을 더 해 진행했다.
Worst 1.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포지션,
팔도 파김치 양념 라면
팔도 파김치 양념 라면은 올해 4월에 새미네 부엌과 팔도가 손잡고 야심 차게 출시했지만,
아직도 팬층을 만들지 못했다는 점에서 완벽하게 ‘망한 라면’이라고 볼 수 있다.
희한한 건 샘표에서 운영하는 브랜드인 새미네 부엌의 파김치 양념은 상당히 평이 좋은 편인데,
이 라면과의 조합은 좋지 않다.
팔도 파김치 양념라면 (제품 보기) / 출처: 롯데마트
막상 먹어보면 파김치 양념 맛은 거의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냥 건더기 스프에 파가 조금 더 많이 들어가 있다는 점 말고는 딱히 눈에 띄는 점도 없다.
하다못해 파김치를 건조하여 블록으로라도 넣어주는 성의를 보였다면 좋았을 텐데,
그조차 없다. 이건 파김치에 대한 모욕이다.
차라리 평소 좋아하는 라면에 파김치를 한 젓가락 올려 먹자. 그게 더 나을 것 같다.
그래도 먹어 보고 싶다면 실제 파김치를 곁들이면 진짜 파김치 라면 완성! 이렇게까지 해서 먹어야 하는 게 맞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Worst 2.순둥이인 척, 실체는 짠돌이!
농심 순하군 안성탕면
순한 라면은 대체로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제품이다.
대표적으로는 ‘진순’으로 불리는 진라면 순한맛이 있다.
재미있는 건 네티즌들 사이에서 ‘극혐 라면’하면 항상 손가락에 들면서도 출시한 지가 벌써 35년이 됐다는 걸 보면,
나름대로 팬층이 탄탄한 시장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지난달 농심이 이 시장에 새롭게 합류했으니 바로 농심 순하군 안성탕면이다.
농심 순하군 안성탕면 125g (3,230원) / 출처: 서울호랑이 리뷰
안성탕면이 40주년을 맞이해서 출시한 제품이라길래 잔뜩 기대하고 살펴봤는데,
일단 순하군이라는 이름처럼 굉장히 순한 맛이 특징으로 맵기를 뜻하는 스코빌 지수가 제로다.
이 정도면 해장으로 라면을 즐겨 먹던 사람들에게는 문제아나 다름없다.
얼큰한 맛 때문에 먹던 건데 그걸 빼버리다니 해장 음식으로서 자격 박탈이다.
얼핏 봐선 일반 안성탕면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 비주얼 / 출처: 서울호랑이
게다가 매운 맛이 없어서인지, 다나와 회원인 서울호랑이의 후기에 따르면 짠 맛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고 한다.
이점 때문에 아이들 간식으로 주기에도 애매하다.
참고로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너구리 순한맛의 나트륨 함량은 1,420mg이고 일반 안성탕면과 순하군 안심탕면은 1,790mg이다.
이 정도면 그냥 일반 안성탕면을 스프량을 덜 넣거나 물을 더 부어서 먹는 게 나은 수준이라서 ‘짜군’으로 개명이 필요해 보인다.
그래도 먹어 보고 싶다면 매운 맛이 절실하다면 고춧가루나 청양고추를 더하는 것도 방법.
Worst 3.아무리 정성이 들어갔다고 해도 가격이 악마다,
하림 챔라면
대다수 사람들이 컵라면을 먹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빠르고 간편하게 배를 채우기 위해,
둘째는 저렴하게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하림이 선보인 챔라면의 가격은 다나와 최저가 기준 4,230원이다.
다른 제품과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5배까지 차이가 나는 가격으로 아무리 정성을 쏟았다고 해도
악마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는 가격이다.
하림 챔라면 195g (4,230원) / 출처: 하림
엄청난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만큼, 하림 측에서 보다 많은 공을 들이고 비싼 재료를 썼다는 것은 알겠지만 그다지 와닿지 않는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닭 가슴살로 만든 햄과 소시지나 사골 육수가 들어갔다고는 해도 너무 비싸다.
컵라면에 웰빙이나 영양을 바라는 사람은 드물다.
그렇다고 딱히 맛이 대단히 뛰어난 것도 아니고, 부대찌개에 가깝다.
가격만 따지면 비비고 스팸 부대찌개 460g (현재 최저가 2,590원)에 농심 사리면 110g (현재 최저가 270원)을 넣어 먹는게
훨씬 저렴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해서 먹으면 챔라면과 맛은 다를 지 언정, 3천원도 안되는 가격으로 부대찌개 라면을 즐길 수 있다.
그래도 먹어보고 싶다면 그냥 부대찌개라고 생각하고 먹으면 그나마 납득되는 가격이다.
조금 더 맛있게 먹고 싶다면 치즈를 더하는 것도 방법.
Worst 4.안성탕면의 하드코어 버전, 아니면 괴작?
풀무원 짜글면 고깃집 된장찌개
풀무원 짜글면 고깃집 된장찌개는 고깃집 가면 된장찌개 꼭 시키는 사람,
고기 먹을 땐 마무리는 항상 라면으로 끝내는 사람들을 노리고 만든 듯한 라면이다.
그러나 욕심이 과하면 화를 부르는 법.
고깃집 된장찌개라는 컨셉은 좋았지만 ‘된장’에 너무 충실한 나머지, 그 맛이 너무 강해서 라면이라는 색을 잃어버렸다.
풀무원 짜글면 고깃집 된장찌개 116g (4,840원) / 출처 : 팡팡s - 리뷰
실제로 이를 맛본 다나와 회원 ‘팡팡s’는 이 라면을 국물만 떠 놓고 보면 일반 된장찌개 같은 느낌이라고 후기를 남겼다.
뒷맛은 쏘는 매운맛이라고 한다. 앞서 소개한 순하군 안성탕면이 매운맛이 없어서 문제였다면,
이 라면은 너무 자극적인 게 흠인 것. 된장찌개와 라면 둘을 모두 잡겠다는 풀무원의 거대한 야망과 도전 정신은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하필이면 내놓은 게 괴작이라는 점은 몹시 아쉽다.
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주세요! 하고 붙여 놓기에는 너희들의 만남은 용서할 수 없는 조합이야…
그래도 먹어보고 싶다면 챔라면처럼 라면이 아니라 ‘찌개’라고 생각하고 먹으면 수긍이 된다.
면은 빼서 사리로 쓰고 밥을 말아 먹자.
Worst 5.이름값 못하는 뻥쟁이 라면,
삼양식품 맵탱 흑후추 소고기라면
새로운 라면은 미지의 영역과 같은 존재다.
그런데도 과감하게 구매를 결정할 수 있는 데는 때때로 브랜드가 그 이유가 되기도 한다. 한 마디로 믿고 먹는 거다.
그런 면에서 삼양식품 맵탱 흑후추 소고기라면은 많은 기대를 걸고 구매한 라면이다.
삼양에서 만든 거니까 중간 이상은 가겠지 하고 구매했으나, 결과는 처참했다.
대.실.패.
삼양식품 맵탱 흑후추 소고기라면 110g (920원)
이름에 포함된 맛을 어느 것도 갖추고 있지 않은 제품이다.
후추와 소고기의 무게감이나 향, 맛 같은 것을 찾아볼 수가 없다.
심지어 맵지도 않다. 이 정도면 뻥쟁이나 다름없다.
닉값을 못해도 너무 못한다.
제품명을 모르고 먹는다면 그냥 무난하게 먹을 수 있는 라면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이 아이도 개명이 필요해 보인다.
맵탱? 빼! 흑후추? 빼! 소고기? 빼! 아, 다 빼면 남는 게 없구나.
그래도 먹어보고 싶다면 고춧가루, 후추를 따로 가미해 보자.
부족했던 2%가 채워질 것.
“무작정 출시하기보다는 정말 맛있게 만드는 게 우선이 되어야”
한 때 SNS에서 '쿠지라이식 라면'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볶음라면 레시피
막간을 이용해서 맛없는 라면을 살리는 꿀팁도 하나 공유하겠다.
너무 짤 때는 식초를 넣어보자. 짠맛이 그나마 살짝 중화된다.
반대로 싱거울 때는 액젓을 조금 넣으면 간이 얼추 맞춰진다.
덤으로 감칠맛까지 배가 된다.
그래도 도저히 소생이 어렵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 볶음면으로 만드는 것이다.
준비물은 라면과 계란만 있으면 된다.
조리 방법은 평소 라면을 끓이는 것보다 물과 분말 스프를 적게 넣어 졸여준 후,
마지막에는 계란을 넣어 뚜껑을 덮고 익히면 끝.
자세한 레시피는 위 영상을 참고하도록 하자.
이렇게 해도 살릴 수 없는 라면은 정말 라면회사의 잘못이라고 밖에 볼 수 밖에 없다.
삼양라면이 국내 라면 시장의 문을 연 지가 어느덧 60년.
수많은 라면이 출시되고 사라졌고, 올해도 마찬가지다.
지금 이 시간에도 각종 신제품이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도전 정신은 좋다. 하지만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험하듯 제품을 선보이는 건 지양해야할 행동이다.
부디 앞으로 나올 신제품은 조금 더 대중을 위하고 생각하는 마음을 담아 만들기를 바란다.
기획, 편집, 글 / 다나와 김주용 jyk@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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