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과학 기술의 발전을 일상 생활에서 항상 누리면서도 정작 어떻게 발전하고 있는지, 또 발달의 역기능은 없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을 갖지 않고 살고 있었다. 내가 굳이 관심을 가지지 않더라도 과학 기술의 퇴보는 없을 것이기 때문에 그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그런데 아이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아이의 먹거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예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GMO(유전자변형식물)와 관련된 기사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저자는 서문에서 GMO를 두고 BT(Biotechnology)시대에 대중화에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언급한다. 나또한 GMO에는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GMO가 가지고 있는, 식량생산을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이 과소평가되고 있다는 저자의 말에 '아, 또 이런 면이 있긴 하겠구나' 싶었다. 인간복제, 줄기세포 등의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찬성 측의 의견도, 반대 측의 의견도 분명 일리가 있다. 그렇지만 생명과 관련되기에 찬, 반의 의견이 팽팽해서 그에 대한 절충안을 이끌어내는 것도 쉽지 않다. 찬성 쪽이든 반대 쪽이든 인류는 분명히 어떠한 방향으로 발전을 할테고 우리는 그 순간순간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될 것이다. 무턱대고 찬성할 것인가? 아니면 반대만 할 것인가? 일단, 바이오테크놀로지가 뭔지 알고 내 의견을 정리해봐야겠다.
<손에 잡히는 바이오 토크>는 생명공학과 교수인 저자가 중앙선데이에 연재한 글을 모아 출판한 책이다. 서문에서 밝혔듯이 저자는 바이오테크놀로지에 대한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최대한 쉽게 전달하고자한다. 그리고 소통하길 원한다.
이러한 저자의 의도는 책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바이오테크놀로지, 즉 생명공학. 생물들의 유기적 관계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많이 느끼던 나에게는 너무나도 어려운 학문분야이다. 고등학교 친구가 생명공학과에 지원할 때 옆에서 왜 이렇게 골치아프고 어려운 과에 굳이 가려고 하냐며 쓸데없는 참견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책은 전혀 어렵지 않다. 어렵기는 커녕 재미있다.
자연과의 공존기술, 불로장생의 기술, 몸과의 교감기술, 지구 살리는 기술, 미래 첨단 기술로 나누어진 다섯개의 챕터 속에 총 36가지 BT 이야기가 담겨있다.
일단 각 이야기의 제목부터 흥미진진하다. '이상화 같은 허벅지 만들면 뚱뚱해도 장수 문제없다', '생활 속 장수 열쇠, 과학자들이 꼽은 건 손주 돌보기', '도마뱀 꼬리처럼...생체시계 되돌려 신체 재생'등등 제목만 봐도 "오, 이거 읽어보고 싶은데?"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각 제목에 다시 작은 글씨로 '장수의 지름길', '노년의 엔돌핀'. '유도만능줄기세포, iPSC'처럼 글의 주제를 함께 적어두어 무엇에 대한 이야기인지 먼저 인식하고 읽어 볼 수 있도록 하였다.
저자는 Chapter1. 자연과의 공존기술의 도입부에 트로이 목마 그림을 실어놓았다. 기생 병원체가 트로이 목마와 비슷한 방식으로 인간의 뇌 속에 침투함을 알려주고자 함이다. 기생 병원체가 인간에게 침투하는 과정을 생명공학적으로 그냥 풀어놓았다면 어렵게 느껴졌을 텐데 트로이 목마라는 단어 하나만 더해도 이해하기가 쉬워진다. 저자는 글 곳곳에 이러한 장치를 심어놓았다.
예를 들어 첫번째 이야기 '고양이 원충은 뇌종양, 암 정복 신기술 블랙박스-생존 고수 기생 병원체'에서 에이즈환자였던 테니스 세계랭킹 1위 아서 애시가를 예로 들어 기생 병원체에 대한 궁금증을 이끌어 내고, 육상대회 결과 덕분에 유명해진 동충하초를 활용하여 좀비 곰팡이에 대해 알려주고, 만화 속의 톰과 제리 모습이 현실에서는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따져보고, 프랑스 시인의 시까지 연관지으면서 글의 결론인 고양이 원충을 활용한 치료 방법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하나의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해서 다양한 각도에서의 접근을 시도함으로써 글의 내용이 전혀 지루하지 않도록 한다. 여덟 페이지 남짓되는 내용을 읽고 난 뒤에는 뭔가 많이 알게된 듯한 기분좋은 느낌도 든다.
'텔로미어란 세포 내 염색체의 양 끝에 있는 일종의 뚜껑 같은 구조의 유전자다.' 어려운가? 그렇다면 이건 어떤가? '마치 신발끈이 세포 내의 모든 유전자라면 텔로미어는 끈의 끝에 달려 있는 매듭용 플라스틱이다. 이게 없으면 신발끈이 쉽게 닳는다.' 텔로미어가 머릿속에 그려지는가? 이 책의 매력은 이런 곳에 있다.
또, 손주를 키우는 조부모의 언어 능력이 향상되고 치매 예방 효과가 있음에 대해 풀어놓으면서 손주를 돌 보기 전 미리 보육시간, 보상 금액, 육아 방향 등에 대한 합의를 보라는 현실적 조언도 잊지 않는다. 당시의 이슈에 대해 이렇게 읽기 쉽게 다루다보니 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연재가 가능했던게 아닌가 싶다. 물론 읽기 쉽다는 것은 전문적인 내용은 많이 다루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될 것이다. 이 책은 바이오테크놀로지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적당한 책이다. 이 책으로 인해 바이오테크놀로지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면 저자의 의도는 성공한게 아닐까 생각한다. 자세하고 어렵게 쓰인 생명공학 책은 이미 많이 출간되어 있으니까.
다만, 책 속의 사진들은 흑백이라 사진만 보고는 이해하기가 어려운데 그 아래의 설명은 마치 컬러사진인양 색깔을 구분지어 설명해서 설명을 읽어보았음에도 사진의 내용을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점이 조금 아쉽다. 아마도 중앙선데이에는 컬러사진으로 실리지 않았을까 싶은데 다음에는 책에도 컬러사진이 실려 책의 내용을 더욱 효과적으로 보강해주길 바란다.
저자가 생명공학 교수이다보니 저자는 BT 시대가 오는 것을 환영하고 찬성하는 입장일 것이다. 이것이 어쩌면 어떤 독자들에겐 불편하게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저자는 GM 기술이 식량이 부족한 오늘날에 유용한 해결책이 될 것이지만 세계인들의 지지를 받아야 발전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처럼 무조건적인 무모한 발전이 아닌, 인류의 공감 속에서 BT가 발전하길 바란다.
한 알만 먹으면 장수 유전자를 자극해 소식할 때와 같은 효과를 제공하는 '장수 알약' 같은 건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되기도 하고(평소에 너무나도 바라던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막상 출시되면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우리 몸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게될까 고민하게 될 것 같다.) 줄기세포를 이용하여 젊은 난자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것이 불임 부부에게는 희소식일 수는 있으나 윤리적인 측면에서는 옳은 일이 아니다보니 책을 읽고난 뒤에 따라오는 생각들도 많아졌다. 우리의 생명과 직결되는 분야이기에 바이오테크놀로지가 옳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앞으로 꾸준한 관심과 나름의 주관을 갖고 순기능과 역기능을 충분히 따져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일단은 숙면이 불로초라고 하니 올빼미 생활을 접고 나도 나만의 잠자는 행동을 습관화시켜야겠다. 주동야숙으로 건강 장수해야지^^
이제 막 과학에 입문한 학생들과 앞으로 분명히 더욱 성장할 BT 분야에 관심이 있는 성인에게 <손에 잡히는 바이오토크>를 추천한다.
*********(이 부분은 카페 글에만 적어둡니다.)
p.11 추천사 8~9 줄 종결 어미가 '-습니다'로 수정되어야 함 / p.12 서평 첫 줄 전남대 생물공학과 박돈희교수 두번 반복-삭제되어야함/ p.118 파란글씨 '날씬한 쥐 장내 미생물 비만 쥐로 옮겼더니'와 연관된 내용이 아닌 장내 미생물의 특성에 대해 다룸, 소제목 수정해야 할듯 함 / p.154 사진 설명 중 언초적→원초적으로 수정되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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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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넵 출판사에 전달하겠습니다 좋은지적고맙습니다(_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