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자찬(自畵自讚)
자기가 그린 그림을 스스로 칭찬한다는 뜻으로, 자기가 한 일을 자기 스스로 자랑함을 이르는 말이다.
自 : 스스로 자(自/0)
畫 : 그림 화(田/8)
自 : 스스로 자(自/0)
讚 : 기릴 찬(言/19)
글자 그대로 자기가 그린 그림을 잘 그렸다고 자랑을 한다는 이 성어는 좀 간지럽다. 요즈음이 자신의 능력을 끊임없이 알리지 않으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시대라고 해도 그렇다.
전문적인 실력을 가진 사람은 내세우지 않아도 드러나게 마련이다. 이 분야엔 최고라고 자신을 내세우는 사람은 과장이 있고 거짓이 있기 쉽다.
자화자찬(自畵自讚)이 심한 사람은 불안하고 여린 마음을 감추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는 사람도 있다. 자찬(自讚), 자화찬(自畵讚)이라 줄여 쓰기도 한다. 이처럼 역겨움을 경계하여 많이 사용되는 성어의 출처는 막상 모호하다.
스스로 대단하다고 여겨 우쭐댄다는 접접자희(沾沾自喜), 자신을 뽐낸다는 자아과요(自我夸耀)라는 말이 보인다.
또 중국의 격언에 ‘하늘도 스스로는 높다고 말하지 않으며 땅도 스스로 넓다고는 말하지 않는다(天不言自高 地不言自原 천불언자고 지불언자원)’는 말이나 ‘스스로 크다고 말하는 사람에게는 추한 냄새가 풍긴다(自大則臭 자대즉취)’라면서 자기 자랑을 하지 말라는 교훈을 주는 말이 있다.
국내에선 自畵自讚에 꼭 들어맞는 그림과 글이 있다. 조선 후기의 문인이자 시서화 모두 뛰어났던 표암(豹庵) 강세황(姜世晃)의 1782년 작 초상화인데 윗부분에 직접 쓴 찬문(撰文)이 있다. 글의 앞뒤 부분만 인용하면 이렇다.
彼何人斯鬚眉晧白(피하인사수미호백)
項烏帽披野服於以(항오모피야복어이)
胸藏二酉筆搖五嶽(흉장이유필요오악)
翁年七十翁號露竹(옹년칠십옹호노죽)
其眞自寫其贊自作(기진자사기찬자작)
저 사람은 누구일까? 눈썹 수염 하얗구나,
오사모를 쓰고서 야복을 걸쳤다네,
가슴속엔 기이한 책 간직해두고 붓으로는 오악을 뒤흔드누나,
옹의 나이 칠십이요 옹의 호는 노죽이다,
그 초상은 직접 그리고, 찬도 직접 지었다네.
70노인의 관모를 쓰고 야복을 입은 모습으로 마음은 항상 초야에 있는 것이라고 자부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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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자찬(自畵自讚)
강세황(姜世晃)은 여러 폭의 자화상을 직접 그렸다. 그 가운데 걸작으로 꼽는 것이 70세 때인 1782년에 직접 그린 것이다. 그런데 그 차림이 묘하다. 머리에는 관리가 쓰는 관모를 썼고, 몸에는 관복이 아닌 야인의 도포 차림이다. 초상화 상단에는 직접 짓고 쓴 찬(讚)이 적혀 있다.
그 내용은 이렇다. "저 사람은 누구일까? 눈썹 수염 하얗구나. 오사모(烏紗帽)를 쓰고서 야복(野服)을 걸쳤다네. 산림(山林)에 마음 두고, 조정에 이름 둠을 이를 보고 알 수 있지. 가슴속엔 기이한 책 간직해두고, 붓으로는 오악을 뒤흔드누나. 남들이야 어이 알리, 나 혼자서 즐길 뿐. 옹의 나이 칠십이요, 옹의 호는 노죽(露竹)이다. 그 초상은 직접 그리고, 찬도 직접 지었다네."
말 그대로 자화자찬(自畵自讚)에 해당한다. 찬은 그 대상을 기려 칭송한 글이다.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내용이 없고 칭찬의 뜻만 있다. 자기가 자기 얼굴을 그려놓고 제 입으로 또 칭송하는 글을 썼다.
그런데 그 자부의 핵심을 관모를 쓰고 야복을 걸친 모습에 두었다. 그는 66세 나던 1778년에 문신 정시(廷試)에서 장원으로 뽑혀 종2품 가의대부에 올랐고, 1781년에 호조참판이 되었다.
머리에 쓴 관모는 현재 자신이 벼슬길에 몸담고 있음을 나타내주는 최소한의 징표다. 하지만 관복 대신 야복을 입힘으로써 정신의 추구만은 산림에 있음을 드러내 보였다. 내 비록 관부에 적(籍)을 걸어두고 있지만, 언제나 산림 선비의 청정한 정신으로 산다.
이것이 강세황이 이 자화상에서 가장 드러내고 싶었던 지점이다. 이는 71세 때 화가 이명기(李命基)가 그린 것으로 알려진 그의 공식적인 초상화가 관복과 관모를 입은 모습을 한 것과 견줘봐도 분명하다.
얼마 전 취임 3주년을 맞은 대통령이 비서관들을 모아놓고 "우리가 세운 업적을 너무 자랑하지 말라"고 했대서 화제였다.
맥락이 있어 나온 언급이겠지만 구제역이다 뭐다 해서 나라가 온통 뒤숭숭한 판에 나온 이 말의 방점이 '너무 자랑 말자'의 겸손에 있는지, '우리가 세운 업적'에 대한 자찬에 있는지 많이들 헷갈렸던 듯하다.
예전에 자화자찬은 지금처럼 단순히 제 자랑의 의미로만 쓰는 말이 아니었다. 스스로에 대한 자부와 긍지를 담았다. 살아있는 정신의 표정이 있었다.
▶️ 自(스스로 자)는 ❶상형문자로 사람의 코의 모양을 본뜬 글자로, 사람은 코를 가리켜 자기를 나타내므로 스스로란 뜻으로 삼고 또 혼자서 ~로 부터 따위의 뜻으로도 쓰인다. 나중에 코의 뜻에는 鼻(비)란 글자가 생겼다. ❷상형문자로 自자는 ‘스스로’나 ‘몸소’, ‘자기’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自자는 사람의 코를 정면에서 그린 것으로 갑골문에서는 코와 콧구멍이 그대로 묘사되어 있었다. 그래서 自자의 본래 의미는 ‘코’였다. 코는 사람 얼굴의 중심이자 자신을 가리키는 위치이기도 하다. 우리는 보통 나 자신을 가리킬 때는 손가락이 얼굴을 향하게끔 한다. 이러한 의미가 확대되면서 自자는 점차 ‘자기’나 ‘스스로’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自자가 이렇게 자신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게 되면서 지금은 여기에 畀(줄 비)자를 더한 鼻(코 비)자가 ‘코’라는 뜻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自(자)는 어떤 명사(名詞) 앞에 쓰이어 ~부터, ~에서(~서)와 같은 뜻을 나타내는 한자어. 시간이나 공간에 관한 낱말 앞에 쓰임의 뜻으로 ①스스로, 몸소, 자기(自己) ②저절로, 자연히 ③~서 부터 ④써 ⑤진실로 ⑥본연(本然) ⑦처음, 시초(始初) ⑧출처(出處) ⑨코(비鼻의 고자古字) ⑩말미암다, ~부터 하다 ⑪좇다, 따르다 ⑫인하다(어떤 사실로 말미암다) ⑬사용하다, 쓰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몸 기(己), 몸 신(身),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다를 타(他)이다. 용례로는 제 몸을 자신(自身), 남의 구속을 받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함을 자유(自由), 제 몸 또는 그 자신을 자체(自體), 저절로 그렇게 되는 모양을 자연(自然), 제 몸이나 제 자신을 자기(自己), 자기 목숨을 스스로 끊어서 죽음을 자살(自殺), 스스로 자기의 감정과 욕심을 억누름을 자제(自制), 스스로 그러한 결과가 오게 함을 자초(自招), 스스로 움직임을 자동(自動), 제 스스로 배워서 익힘을 자습(自習), 자기 일을 자기 스스로 다스림을 자치(自治), 스스로의 힘으로 생계를 유지함을 자립(自立), 자기의 능력이나 가치를 확신함을 자신(自信), 남에게 굽히지 않고 자기 몸이나 마음을 스스로 높이는 마음을 자존심(自尊心), 어떤 일에 대하여 뜻한 대로 이루어 낼 수 있다고 스스로의 능력을 믿는 굳센 마음을 일컫는 말을 자신감(自信感), 스스로 나서서 하는 모양을 일컫는 말을 자발적(自發的), 자기의 언행이 전후 모순되어 일치하지 않는다는 말을 자가당착(自家撞着), 자신을 스스로 해치고 버린다는 뜻으로 몸가짐이나 행동을 되는 대로 취한다는 말을 자포자기(自暴自棄), 스스로 힘을 쓰고 몸과 마음을 가다듬어 쉬지 아니한다는 말을 자강불식(自强不息), 자기가 그린 그림을 스스로 칭찬한다는 뜻으로 자기가 한 일을 자기 스스로 자랑함을 이르는 말을 자화자찬(自畫自讚), 자기가 일을 해놓고 그 일에 대하여 스스로 미흡하게 여기는 마음을 일컫는 말을 자격지심(自激之心), 물려받은 재산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일가를 이룸 곧 스스로의 힘으로 사업을 이룩하거나 큰 일을 이룸을 일컫는 말을 자수성가(自手成家), 자기의 줄로 자기를 묶다는 뜻으로 자기가 자기를 망치게 한다는 말이다. 즉 자기의 언행으로 인하여 자신이 꼼짝 못하게 되는 일을 일컫는 말을 자승자박(自繩自縛), 잘못을 뉘우쳐 다시는 그런 잘못이 없도록 함을 이르는 말을 자원자애(自怨自艾), 처음부터 끝까지 이르는 동안 또는 그 사실을 일컫는 말을 자초지종(自初至終), 스스로 묻고 스스로 대답한다는 뜻으로 마음속으로 대화함을 이르는 말을 자문자답(自問自答), 제 뜻이 항상 옳은 줄로만 믿는 버릇이라는 뜻으로 편벽된 소견을 고집하는 버릇을 이르는 말을 자시지벽(自是之癖) 등에 쓰인다.
▶️ 畫(그림 화, 그을 획)는 회의문자로 붓 율(聿)과 밭 전(田)과 한 일(一)의 합자(合字)이다. 갑골문과 금문에서는 상형자(象形字)로 보기도 한다. 그래서 畫(화, 획)는 먼저 그림 화의 경우는 ①그림(화), ②그리다(화), ③그림으로 장식된(화) 그리고 그을 획의 경우는 ⓐ긋다(획) ⓑ분할하다(획) ⓒ구분하다(획) ⓓ계획하다(획) ⓔ설계하다(획) ⓕ꾀하다(획) ⓖ계책(計策)(획) ⓗ한자의 획(획) ⓘ꾀(획)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그림으로 그린 초상을 화상(畫像), 그림을 그리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을 화가(畫家), 여러 가지 일을 그림으로 그리거나 사진을 찍어 발행한 책자를 화보(畫報), 화가가 그림을 그리는 작업실을 화실(畫室), 그림을 걸어 놓고 전람하기 좋게 만든 방을 화랑(畫廊), 화가의 높임말 화백(畫伯), 그림을 모야 엮은 책을 화첩(畫帖), 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쓰는 시문을 화제(畫題), 그림을 그리려는 마음이나 그림 속에 나타난 뜻을 화의(畫意), 그림 그리는 것을 업으로 삼는 사람을 화공(畫工), 그림을 그리거나 조각 따위의 일을 하는 방을 화방(畫房), 그림으로 그릴 만한 대상이나 소재를 화재(畫材), 수를 놓아 만든 그림을 수화(繡畫), 글씨와 그림을 서화(書畫), 건물이나 무덤 따위의 벽에 그린 그림을 벽화(壁畫), 먹물로 그린 그림을 묵화(墨畫), 이름난 그림이나 그림을 잘 그리기로 이름난 사람을 명화(名畫), 실없이 장난 삼아 그린 그림을 희화(戱畫), 그림 속의 떡이라는 화중지병(畵中之餠), 호랑이를 그리려다 개 비슷하게 된다라는 화호유구(畵虎類狗), 장승요가 벽에 그린 용에 눈동자를 그려 넣은 즉시 용이 하늘로 올라갔다 라는 화룡점정(畵龍點睛) 등에 쓰인다.
▶️ 讚(기릴 찬)은 형성문자로 讃(찬)의 본자(本字), 囋(찬)은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말씀 언(言; 말하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앞으로 보내다의 뜻을 가지는 贊(찬)으로 이루어졌다. 사람을 치켜올려 권하는 말이다. 그래서 讚(찬)은 (1)남의 아름다울 행적(行蹟)을 기리는 글의 한 가지 (2)다른 사람의 서화(書晝)를 기리는 글. 글 제로 쓰는 글 (3)관례(冠禮) 때에 빈(賓)을 도와주는 손의 한 사람. 빈의 자제(子弟) 중에서 뽑음 등의 뜻으로 ①기리다 ②찬양하다 ③찬조하다 ④돕다(=贊) ⑤인도하다 ⑥고하다 ⑦밝다 ⑧문체(文體)의 이름(공덕을 칭송하는 말)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일컬을 칭(稱), 기릴 포(褒), 기릴 예(譽), 기릴 송(頌)이다. 용례로는 칭찬하여 나타나게 함을 찬양(讚揚), 칭찬하는 말을 찬사(讚辭), 어떠한 대상을 대단하다고 여겨 감탄함을 찬탄(讚歎), 덕을 기리고 찬양함을 찬송(讚頌), 찬미의 뜻을 표한 노래를 찬가(讚歌), 기리어 칭송함을 찬미(讚美), 아름답게 여기어 칭찬함을 찬상(讚賞), 선행을 칭찬함 찬선(讚善), 좋은 일을 한다거나 했다고 또는 어떤 일을 잘 한다거나 했다고 말하거나 높이 평가하는 것을 칭찬(稱讚), 몹시 칭찬함을 격찬(激讚), 존경하여 찬탄함을 예찬(禮讚), 극구 칭찬함을 극찬(極讚), 지극히 칭찬함을 절찬(絶讚), 그림의 여백에 써넣은 찬사 또는 시가를 도찬(圖讚), 그림에 곁들여 써 놓은 찬사의 글을 화찬(畫讚), 남의 초상에 대하여 찬양하는 글을 진찬(眞讚), 지나친 칭찬을 과찬(過讚), 크게 칭찬함 또는 큰 칭찬을 대찬(大讚), 자기 스스로 제 일을 칭찬함을 자찬(自讚), 자기가 그린 그림을 스스로 칭찬한다는 자화자찬(自畫自讚), 많은 사람들이 모두 칭찬함을 만구칭찬(萬口稱讚), 무릎을 손으로 치면서 매우 칭찬함을 격절칭찬(擊節稱讚)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