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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20일 서울여대 청소 노동자들이 교내에서 가두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여대 학보사) |
서울여대 청소 노동자들은 4월 말부터 38일간 학교 행정관에서 임금 삭감에 반발하는 농성을 했다. 그러던 지난 5월 20일, 축제를 준비하던 서울여대 총학생회는 미관상 좋지 않다며 청소 노동자들의 현수막을 철거했다. 언론은 사회적 약자보다 학교 축제를 우선한 총학생회에 집중했고, 덩달아 청소 노동자들 역시 주목을 받았다. 전화위복이었다. 만약 총학생회 현수막 철거가 없었다면 차가운 건물 복도에서 바퀴벌레들과 동침하던 청소 노동자들은 주목받을 수 있었을까.
노동자들은 왜 농성을 했나
지난해 서울여대 청소 노동자들은 하루 9시간 노동에 시급 6,200원(학교: 5,700원, 하청: 500원)을 받고 일했다. 올해 학교는 용역업체 ㄷㅈ와 재계약을 하면서 실제 시급보다 낮은 6,000원을 제시했다. ㄷㅈ는 6,000원을 그대로 노동자들에게 제시했다. 결과적으로 시급이 200원 삭감되었다.
정부에서 만든 <용역 근로자 근로조건 보호 지침>에 의하면 청소·경비 용역의 급여는 시급 8,019원이 기준이다. 서울여대 청소 노동자들은 기준 임금에서 한참 못 미치는 돈을 받으며 일했지만, 보호 지침이 법적 강제력이 없어 노사 합의로만 임금을 조정해야 했다.
서울여대 청소 노동자들은 하루 9시간 일하고 토요일 근무까지 하는 마당에 임금마저 삭감되어야 하냐며 4월 21일 파업 및 농성을 시작했다. 노사 합의는 5월 28일 이루어졌다. 합의 내용은 △시급 6,550원(학교: 6,350원, 하청: 200원) △식대 1만원 인상 △토요 근무 격주 시행이다. 이번 시급 인상으로 서울여대는 같은 노동조합에 소속된 13개 대학과 비슷한 수준이 되었다.
▲ 서울여대 청소 노동자들이 지하 주차장 쓰레기 처리실에서 잠시 쉬고 있다. ⓒ뉴스앤조이 송인선 |
약자에 무관심한 서울여대 기독인들
서울여대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에서 설립한 학교법인 정의학원의 대학이다. 매주 대강당에서 채플을 열고 학교 안에는 '대학교회'도 있다. 12명 이사 중 7명이 기독교 단체 중직을 맡고 있다. 기독교 학교라 할 만한 서울여대의 기독인들은 당시 농성에 어떻게 반응했을까. <뉴스앤조이> 기자는 서울여대 청소 노동자 노동조합 대표인 이삼옥 분회장과 동료 노동자들을 만났다. 그들은 한 목소리로 기독인들의 무관심에 섭섭함을 토로했다.
5월 20일, 서울여대는 개교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손님을 맞아들였다. 초청받은 손님들과 학교 관계자들은 교직원 식당에 모여 점심 식사를 했다. 그날 식사에는 기독교학술원 원장 이종윤 목사, 서울여대 전혜정 총장 외 여러 인사들이 함께했다. 당시 이삼옥 분회장은 건강 악화로 병원에 있었다. 그녀는 개교기념일 축사를 하기 위해 높은 사회적 지위의 목사가 왔다는 소식을 병원에서 듣고, 외출증을 끊고 찾아가 학교와의 중재를 부탁하며 무릎 꿇고 애원했다.
그때 함께했던 한 청소 노동자 어머니의 말이다.
"여기는(이삼옥 분회장) 애원하느라고 못 들었겠지만 난 상세히 들었어. '여기는 식사 자리입니다. 식사하는 곳입니다.' 아니, 목사님이면 잘한 사람, 못한 사람 편을 떠나서 (사람이) 꿇어앉아 애원을 하면 붙잡고 위로해야 하는 것 아니야. 무슨 일인지 자기는 모르겠지만 '좀 앉으시라'고 말한 뒤에 밥은 뒤늦게 먹어도 되잖아. 그런데 학교 교직원들이 개무시하는 것처럼 (우리한테) 하더라고."
당시 상황을 자세히 묻기 위해 기자는 개교기념일에 축사를 맡았던 이종윤 목사와 교목실장 장경철 교수에게 연락했다. 이종윤 목사는, 비서를 통해 인터뷰 의사를 전했지만 답이 없었다. 장경철 교수 역시 자신은 인터뷰를 안 한다며 전화를 바로 끊어 버렸다.
▲ 서울여대 안에 있는 대학교회는 학교와 청소 노동자들 중 어느 누구의 편도 아니라고 했다. '중립'이라 했다. ⓒ뉴스앤조이 송인선 |
서울여대 안에 있는 '대학교회'도 이들의 고통 앞에 미지근했다. 협상은 지지부진한데 먼저 단식 농성에 뛰어든 두 명의 청소 노동자들이 실신까지 하자, 이 분회장은 5월 5일 저녁부터 학교 행정관 2층 복도에 자리 잡고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기력이 쇠약해져 응급실에 실려 가기 전까지,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이 분회장은 대학교회 새벽 예배에 매일 참석했다. 그곳에서 그녀는 새벽 기도를 인도한 대학교회 부목사 이 아무개 목사를 붙잡고 협상이 잘 풀릴 수 있게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목사는 기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단식 농성이 한창이던 5월 10일, 대학교회는 행정관 앞 운동장에서 전교인 체육대회를 열었다. 이 분회장은 청소 노동자들이 농성하고 있는 걸 뻔히 아는 대학교회가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고 섭섭함을 감추지 못했다.
대학교회와 이삼옥 분회장은 예전에도 인연이 있었다. 이 분회장은 아침에 청소를 할 때마다 찬양을 부르면서 한다고 했다. 동일하게 찬양을 하며 청소를 하던 어느 날, 대학교회 담임 김범식 목사를 만났다. 김 목사는 "참 좋은 일 하신다"며 격려했다. 평소에도 동료 기독인 노동자들과 예배를 드리고 싶었던 이 분회장은 김 목사에게 노동자들을 위한 예배를 따로 마련해 줄 수 있냐고 요청했다. 김 목사는 고려해 보겠다고 말했으나 그 이후 감감무소식이었다.
현재 김범식 목사는 안식년 중이라 만날 수 없어, 담임 대행을 하고 있는 이 아무개 목사를 만나 속사정을 들어 보았다. 이 목사는 이삼옥 분회장이 새벽 기도회에 나왔던 걸 기억하고 있었다. 이 분회장이 와서 자신들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요청한 일도 기억했다. 단식 농성을 하고 있는 걸 알면서도 바로 앞에서 체육대회를 한 이유를 묻자, 행사가 이전부터 계획되어 있던 거라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학교회는 학교 부속기관이지만 학교 일에 간섭하지 않고, 학교 역시 대학교회에 간섭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학교회는 청소 노동자와 학교 사이에서 '중립'이라고 말했다. 노동자들을 위한 예배는 없냐고 묻자 신우회 예배가 일주일에 한 번 있으니 그때 오시면 된다고 했다.
서울여대 내 기독 동아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기자는 캠퍼스 선교 단체 네 군데를 찾았다. 서울여대 기독교동아리연합회에는 청소 노동자 파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에 따른 행동을 한 적이 있는지 전화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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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단체는 학교와 청소 노동자 모두의 의견 중 일부는 타당하기에 어느 누구의 편을 들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또한 사회참여는 자신들이 지향하는 방향이 아니기 때문에 적극적인 연대의 부담은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B 단체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생각하면 청소 노동자들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게 맞는데, 단체 활동이 지지부진해 의견을 모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C 단체 역시 모임이 미약해서 토의나 행동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D 단체는 구성원들 사이에서 의견이 일치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청소 노동자들의 농성을 지지하는 일부만 적극적인 행동으로 함께했다고 말했다. 기독교동아리연합회에서는 해당 사안은 이미 지나간 일이니, 대답을 하는 게 시기적으로 의미 없다고 말했다.
▲ 5월 11일 새벽이슬은 농성 중이던 서울여대 청소 노동자들과 함께 기도회를 했다. (사진 제공 새벽이슬) |
"총장이 믿는 하나님만 있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네"
서울여대 안에 있는 모든 기독인들이 무관심했던 건 아니었다. 캠퍼스 선교 단체 새벽이슬은 청소 노동자들과 함께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새벽이슬은 청소 노동자들과 세 번 모였고, 그들을 지지하는 대자보를 붙이기도 했다.
특별히 새벽이슬과 청소 노동자 모두에게 기억에 남는 시간이 있었다. 이삼옥 분회장의 단식 농성이 6일째를 맞는 5월 11일 저녁이었다. 새벽이슬은 어버이날을 기념해 카네이션을 들고 농성장을 찾았다. 1층에서 농성 중이던 노동자들은 이들을 반갑게 맞았고, 총 15명이 함께 모여 기도회를 했다. 그 자리에 있던 이들 중에는 비기독인도 있었다.
비기독인들은 "총장이 믿는 하나님만 있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네"라며 기도회로 함께한 새벽이슬에게 고마워했다. 이 분회장은 "1층에서 기도 소리가 들리는데 행복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날 기도회를 계기로 청소 노동자 내 많은 비기독인들이 '하나님의 사랑'을 느끼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때 참석했던 새벽이슬 소속 여학생을 만나 소감을 물었다. 어떤 마음으로 청소 노동자들과 함께했느냐고 물었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볼까 무서웠지만, 어머니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내 뿌듯해졌다고 여학생은 말했다. 이어서 이렇게 대답했다.
"이건 정말 기독교적인데 (중략) 예수님의 삶을 보면, 예수님은 항상 낮은 곳으로 오셨고 가장 낮은 자들과 함께하셨잖아요. 그 모습을 보면 예수님은 이분들(청소 노동자) 편을 드셨을 것 같아요.
사실 우리는 학생의 신분이라 해 드릴 수 있는 건 별로 없지만,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 자리에 갔어요."
내년 2월에 학교와 용역업체 ㄷㅈ와의 계약이 종료되면, 청소 노동자들은 다시 고된 싸움을 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삼옥 분회장은 기독 대학에서 투쟁을 하는 게 괴롭다고 했다. 이 분회장의 소원은 서울여대 기독인들이 새벽마다 모여 기도를 하는 것이다. 대부분 중립을 표하던 기독인들은 내년 새벽에 청소 노동자들을 위한 기도를 할 수 있을까.
▲ 5월 11일 새벽이슬은 단식 농성 중인 이삼옥 분회장을 찾아가 위로했다. (사진 제공 새벽이슬) |
첫댓글
이것이 기독교의 실체이며
입으로만 "주여 주여"를 외치는 자들의 본 모습입니다.
박봉에 땀흘리며 일하시는 저런 어머님들의 두랩돈을 빼 먹고
살아가겠지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