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초유의 ‘반쪽 시정연설’ …野 전원 불참
尹, 내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
“경제 불확실성 커져 약자들 고통
재정건전 전환… 국회협력 절실”
민주당 “野 탄압” 반발, 전원 불참
민주당 보이콧, 텅 빈 의원석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이 국회를 겨냥한 비속어 논란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고 검찰이 국정감사 기간 중 당사를 압수수색하는 등 ‘야당 탄압’이 이어지고 있다며 전원이 불참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국회에서 취임 이후 처음으로 내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했다. 169석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전원 불참했다. 1987년 개헌 이후 첫 ‘반쪽 시정연설’이었다.
윤 대통령은 2023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에서 “우리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매우 어렵다”며 “세계적인 고물가, 고금리, 강달러의 추세 속에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커지고 경제의 불확실성은 높아졌고 취약계층과 사회적 약자들이 입는 고통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와 안보의 엄중한 상황을 극복해 나가기 위해서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국회의 협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전임 문재인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에 대해 “방만한 재정 운용”이라 비판하며 재정건전성 유지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정치적 목적이 앞선 방만한 재정 운용으로 재정수지 적자가 빠르게 확대됐고 나랏빚은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수준인 1000조 원을 이미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최상목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2023년도 예산의 특징은 건전 재정 예산이고, 약자 복지 예산이고, 미래 준비 예산”이라며 “건전 재정 기조로 전환한다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뒤 텅빈 더불어민주당 의원석 사이로 걸어나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야 간사는 이날 639조 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 심사를 위한 일정에 합의했다. 그러나 국회 심의는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권이 추진하는 법인세 인하 등을 ‘초부자 감세’라고 규정한 민주당은 “민생과 관련해 꼭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문재인 정부 당시의 역점사업 예산을 되살리겠다는 뜻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민의힘을 상징하는 빨간색 넥타이를 매고 본회의장에 올랐다. 5월 윤 대통령의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 당시 민주당을 상징하는 푸른색 넥타이를 매고 야당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던 모습과 대조됐다. 윤 대통령의 이날 시정연설은 18분 28초로 역대 대통령 시정연설 중 최단 시간으로 기록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시정연설 시작 30분 전 국회 본관 로텐더홀 계단에 모여 ‘국회 무시 사과하라’ ‘야당 탄압 중단하라’ 등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정의당 의원 6명 모두는 ‘이 ×× 발언 사과하라’ 등의 피켓을 붙인 채 시정연설을 청취한 뒤 윤 대통령과 인사하지 않고 본회의장을 떠났다. 다만 정의당은 민주당의 시정연설 보이콧에 대해서도 “민생파탄 책임이 야당에 돌아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민주당을 비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사상 초유의 시정연설 보이콧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 민주당이 특정인의 사당이어서는 안 된다”라며 “공당으로서 책무를 다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전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