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8.10.17 03:00
정부, 국공립서 쓰는 회계시스템 사립들 반대하자 도입 계속 미뤄
교육청 감사는 제각각 흐지부지
정부 지원금으로 명품 가방 사고 남편 해외여행비를 내는 등 부정·비리를 저지른 일부 사립 유치원 명단이 공개된 후 교육계에선 "드디어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많다. 사립 유치원의 불투명한 재정 관리는 십 수년 전부터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지적했는데, 제대로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심지어 정부는 '누리과정'(만 3~5세 무상 보육) 예산으로 7년간 사립 유치원에 10조2411억원을 지원했으면서도 그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제대로 관리·감독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 재정이 투입되면 담당 부처는 나랏돈이 목적에 맞게 똑바로 쓰이는지 감시하고 통제하는 것은 기본적 업무다. 이 시스템을 갖춰놓지 않고 사립 유치원에서 문제가 터지자 뒷북 행정을 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조원 주고, 감시는 안 했다
사립 유치원 비리·부정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건 2012년 정부가 누리과정을 도입하면서부터다. 그전까지 사립 유치원은 정부 예산을 거의 받지 않고 학부모들에게 원비를 받아 운영해왔다. 이 때문에 시도 교육청이나 교육부도 유치원 재정에 관여할 명분이 약했다.
하지만 정부는 2012년 아동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어느 기관을 다니든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겠다며 소득과 상관없이 어린이(만 3~5세)에게 교육비를 지원했다. 이른바 누리과정이 도입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사립 유치원도 '공교육 영역'에 들어왔다.
◇수조원 주고, 감시는 안 했다
사립 유치원 비리·부정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건 2012년 정부가 누리과정을 도입하면서부터다. 그전까지 사립 유치원은 정부 예산을 거의 받지 않고 학부모들에게 원비를 받아 운영해왔다. 이 때문에 시도 교육청이나 교육부도 유치원 재정에 관여할 명분이 약했다.
하지만 정부는 2012년 아동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어느 기관을 다니든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겠다며 소득과 상관없이 어린이(만 3~5세)에게 교육비를 지원했다. 이른바 누리과정이 도입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사립 유치원도 '공교육 영역'에 들어왔다.
누리과정으로 정부는 사립 유치원에 아동 1인당 월 29만원씩 지원한다. 전국 유치원 9029곳(올해 기준)에 투입된 누리과정 예산은 올해만 1조8341억원이고, 2012년 이후 지금까지 총 11조4000억원에 이른다. 정부는 누리과정 예산을 인건비, 교재 교구비, 수업료 등에 사용하라고 기본적 지침을 주지만, 어떤 항목에 얼마를 사용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정해주지는 않는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일종의 유치원 운영비로 유치원마다 알아서 사용하면 된다"고 했다.
나랏돈이 대거 투입되자 17개 시도교육청은 이때부터 사립 유치원 감사에 나섰고, 사립 유치원들의 주먹구구식 회계 관행도 드러났다. 교육부도 이런 사실을 교육청에서 접하고 유치원 회계 문제를 해결하려 나섰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유치원 반대 등에 부딪혔던 것이다.
2014년엔 국공립 유치원과 사립 초중고교가 사용하는 국가 관리 회계 시스템인 '에듀파인'을 사립 유치원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가 유치원들 반대로 결국 유야무야됐다.
2017년엔 국무조정실에서 사립 유치원만의 회계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발표했고, 교육부도 지난해 2월에 "올해 상반기 중 사립 유치원 회계 투명성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했지만 1년 넘게 감감무소식이다.
한 교육계 인사는 "일부 유치원이 나랏돈을 엉뚱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부도 뻔히 알면서도, 유치원 눈치를 보느라 그동안 수수방관해온 것"이라고 했다.
시도 교육청의 유치원 감사 역시 기준이나 원칙 없이 제각각이었다. 서울은 지역별로 돌아가면서 감사하고, 경기는 제보받은 유치원 위주로 감사하고, 인천은 학급·원아가 많은 유치원을 감사하는 식이다.
같은 시도 교육청 내에서도 감사 주기가 달랐다. 17개 시도 중 울산·세종은 적발된 유치원 실명을 홈페이지에 공개하지만, 나머지 15개 교육청은 공개하지 않았다. 학부모 처지에선 어느 동네에 사느냐에 따라 내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의 정부 감시 수준이 확연히 달랐던 것이다.
◇사립 유치원, 투명 운영 방침에 저항
사립 유치원들은 교육청과 국회, 시의회에 꾸준히 로비하고 집단 휴업을 선언하거나 집단 반발하는 식으로 정부 개입을 막아왔다. 부정 유치원 실명을 공개한 박용진 의원이 지난 5일 국회에서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열려고 했지만,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소속 회원 300여 명이 토론회장을 점거해 토론회가 파행됐다. 비리 의혹 유치원을 감사하던 공무원이 시의원에게 불려가 '압력'을 받았다는 주장도 있다.
김동훈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사립 유치원이 공공성을 갖추려면 정부의 예산 관리 감독이 필수인데 그게 잘 안 된 것이 이번 사태의 핵심"이라며 "정부가 초중고처럼 학교운영위를 구성하는 등 유치원 관리가 투명하고 체계적으로 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나랏돈이 대거 투입되자 17개 시도교육청은 이때부터 사립 유치원 감사에 나섰고, 사립 유치원들의 주먹구구식 회계 관행도 드러났다. 교육부도 이런 사실을 교육청에서 접하고 유치원 회계 문제를 해결하려 나섰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유치원 반대 등에 부딪혔던 것이다.
2014년엔 국공립 유치원과 사립 초중고교가 사용하는 국가 관리 회계 시스템인 '에듀파인'을 사립 유치원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가 유치원들 반대로 결국 유야무야됐다.
2017년엔 국무조정실에서 사립 유치원만의 회계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발표했고, 교육부도 지난해 2월에 "올해 상반기 중 사립 유치원 회계 투명성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했지만 1년 넘게 감감무소식이다.
한 교육계 인사는 "일부 유치원이 나랏돈을 엉뚱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부도 뻔히 알면서도, 유치원 눈치를 보느라 그동안 수수방관해온 것"이라고 했다.
시도 교육청의 유치원 감사 역시 기준이나 원칙 없이 제각각이었다. 서울은 지역별로 돌아가면서 감사하고, 경기는 제보받은 유치원 위주로 감사하고, 인천은 학급·원아가 많은 유치원을 감사하는 식이다.
같은 시도 교육청 내에서도 감사 주기가 달랐다. 17개 시도 중 울산·세종은 적발된 유치원 실명을 홈페이지에 공개하지만, 나머지 15개 교육청은 공개하지 않았다. 학부모 처지에선 어느 동네에 사느냐에 따라 내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의 정부 감시 수준이 확연히 달랐던 것이다.
◇사립 유치원, 투명 운영 방침에 저항
사립 유치원들은 교육청과 국회, 시의회에 꾸준히 로비하고 집단 휴업을 선언하거나 집단 반발하는 식으로 정부 개입을 막아왔다. 부정 유치원 실명을 공개한 박용진 의원이 지난 5일 국회에서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열려고 했지만,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소속 회원 300여 명이 토론회장을 점거해 토론회가 파행됐다. 비리 의혹 유치원을 감사하던 공무원이 시의원에게 불려가 '압력'을 받았다는 주장도 있다.
김동훈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사립 유치원이 공공성을 갖추려면 정부의 예산 관리 감독이 필수인데 그게 잘 안 된 것이 이번 사태의 핵심"이라며 "정부가 초중고처럼 학교운영위를 구성하는 등 유치원 관리가 투명하고 체계적으로 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첫댓글 나랏돈은 눈먼돈 이니까 잘쳐먹었나 보내요 ㅎ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