女心 도미노`s tango diary 7

<img src="https://t1.daumcdn.net/cfile/cafe/143994344E4BFE5008" class="txc-image" style="FLOAT: none; CLEAR: none" actualwidth="130" border="0" hspace="1" vspace="1" width="130" id="A_143994344E4BFE5008DFB5"/>     오나다 수요초급밀롱가 불참기     대학로에서 공연을 보느라 수요초급밀롱가에 가지 못했다. 마리오는 예상한대로 전화를 해서 자랑을 했다.   마리오: 오늘 진짜 좋았는데 도미노 왜 안왔어? 도미노: 진짜 가고 싶었는데 아는 사람의 초대공연이어서요...밀롱가는 좋았어요? 마리오: 완전 좋았지~ 참 안타깝다. 갈수록 도미노랑 나랑 실력차이가 벌어져서... 도미노: ... 마리오: 오늘 새로 산 탱고화를 신고 걷는데 진짜 느낌이 달라~ 도미노는 모를꺼야 탱고화가 없어서. 도미노:... 마리오: 아~ 나무 마루가 있는 집으로 이사가고 싶다. 지금의 집은 장판이라 자꾸 쓸려. 도미노:... 마리오: 도미노 이제 어쩔거야~ 우리 약속했잖아 ~ 꿈땅게의 양대산맥이 되기로~            밀롱가에서 함께 날리다가 최정상에 섰을 때             함께 아르헨티나로 훌쩍 떠나서 당분간 오나다의 전설로 남기로 했잖아. 도미노:... 마리오: 우리 약속했잖아~ 아르헨티나 탱고를 배우고 돌아와 탱고클럽을 차리기로~ 기억나? 도미노: 네... 알아요.            DOMINO & MARIO (seoul - Buenos Aaires) 입구 왼쪽에 도미노 마네킹과 마리오 마네킹을 세우기로 했죠.            KFC 처럼... 마리오: 그래 그리고 모든 점원 옷은? 도미노: 슈퍼마리오 복장... 마리오: 밤 12시가 되면? 도미노: 피자 간식 주기... 마리오: 도미노, 우리 꿈을 날려버릴거야? 정말? 도미노: 아뇨... 저도 사실 저도 오늘 집에서 춤췄어요. 마리오: 진짜? 누구랑? 도미노: ... 마리오: ... 도미노: 처녀귀신이랑 마리오: ... 도미노: ... 마리오: 도미노 고지전 못봤어? 신병훈련소에서 백날 연습해봤자 실전 전투에 나가 싸운 사람을 이길 수 있겠어?             밀롱가는 정글이야 정글 세렝게티라고... 도미노: 마리오! 기술에만 집착하지말아요, 탱고의 정신을 깨달아야해. 탱신을 접해야죠! 마리오: 우하하하! 아니 탱고도 안 추면서 어떻게 탱신을 접해?     맞는 말이지만 사실 오늘 뭔가 깨달은 바가 있기는 있었다.   오후에 오딜에 신발사러 가는 중에 아버지께 연락이 왔다. 강남에 계신다며 저녁을 함께 먹자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강남의 어느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으셨는데 오늘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신발사러 가는 것을 포기하고 아버지를 만났다. 아버지는 나를 갈비집에 데려가셨다. 그리고 합이 십만원도 넘는 갈비를 시켜주셨다.   도미노: 왜...왜 그러세요? 너무 과하지 않아요? 아버지: 그냥 먹어. 우리 같이 밥먹은지도 오래됬잖아.   아버지를 만난 건 두달 만이다. 아버지는 어머니와 용인에 사시고 나는 혼자 성수동에 사는데 내가 좀처럼 집에 내려가지 않아 볼 수가 없었다.     도미노: 검진 결과는 뭐래요? 아버지: 위암초기 직전이라고 하더군.   참...말문이 막혔다. 요즘엔 암이 정말 흔한 병인가보다. 아버지는 매주 토요일 청계산 등산을 하시는 좋은 체력을 가지신 분인데.   도미노: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한대요? 아버지: 한 6개월간 약을 먹고 다시 검진 받아보라고 하더군. 도미노: 음식 가려드시고 술 드시지 마시고 매일 조금씩 운동하시면 도움이 되실거예요. 아버지: 그나저나 요즘 어떻게 지내냐?   "요즈음 탱고에 빠져 정신이 없어요." 라고 차마 말하지 못했다.   아무말 없이 밥만 먹다가 분위기가 서먹해지자 갑자기 궁금해졌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탱고를 배웠다는 사실을 아실까 모르실까? 그런데 차마 묻기도 애매했다. 그래도 너무 궁금해서 미칠것 같았다. 우리 집은 아버지보다 어머니가 기가 더 세시다. 아버지는 샌님같은 분이셔서 어릴 적부터 어머니가 아버지를 구박하시고 바가지를 긁는 것을 자주 봤다. 그런 것을 보며 아버지가 불쌍하게 느껴지고 속으로 나같으면 집 나가겠다...란 생각을 하곤 했다. 더군다나 형제도 누나와 여동생이어서 집안이 아마조네스 같은 분위기다. 가족끼리 식사를 할 때도 아버지와 난 고개를 숙이고 밥만먹고 엄마 누나 여동생이 계속 수다를 떤다. 듣고 있다가 대화에 끼어들 참이면, 여자들은 바로 말을 잘라버리고 다른 얘기를 해서 할말을 잃게 만든다. 그래서 가끔 아버지가 출장이라도 가시면 집에 들어가기 싫을 정도로 두려워진다. 한번은 집에 안들어가고 친구집에 자고 새벽에 간 적이 있는데 눈을 뜨니까 엄마, 누나, 여동생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세 사람이 "도대체 어디갔다 이제 왔느냐?" 며 막 떠드는데 아직도 그때를 떠올려보면 두려움에 몸서리 친다.   그래서 탱고가 좋다. 남자의 춤 남자가 리드하는 춤   그래서 탱고가 어렵다. 남녀평등, 페미니즘의 이데올로기가 확산되면서 '리드는 남자가 하는 것이다.'라는 말을 함부로 했다간 여성단체에게 매장당하는 시대다.   하지만 신이 남자와 여자를 만들 때 분명 남자의 역할과 여자의 역할을 구별지었다고 생각한다. '탱고에 관한 책'에 보면 탱고는 남자가 시작하고 여자가 완성한다.  써있다.   여자가 무조건 끌려다니는 것이 아니라 남자의 리드를 받으며 자신이 창조해서 다시 전달하는 것이다. 그렇게 주고 받는 것.   남자의 가슴 > 여자의 가슴 > 여자의 다리 > 남자의 다리   순으로 순환한다고 책에 써있다.   그건 여자가 남자의 종이 라는 말이 아니다. 양과 음이 조화를 이룰 때의 방식일 뿐이다.   엄마가 드센 집에 오래 살다보니 그 부작용을 너무나 잘 안다. 고개숙인 남자가 가장인 집이 얼마나 우울한지 잘 안다. 아빠는 늘 엄마가 시키는대로만 해서 어릴 땐 우리 아빠가 마초였으면 좋겠다는 바램도 가졌다.     아빠 그렇게 의기소침하지 마시고 차라리 가죽채찍으로 절 때려주세요~ 속으로 외친 적도 있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엄마를 고자질 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집안의 분란을 원하지 않기에 사전에 밑밥을 깔았다.   도미노: 아버지 요즘 댄싱위드스타 라는 프로그램 보셨어요? 아버지: 아! 고메즈? 도미노: (반갑게) 네! 아빠도 고메즈 좋아하시는구나? 아버지: (얼굴을 붉히시며) 고기 탄다 얼른 먹어라 . 도미노: 거기에 나온 춤 중에 혹시 탱고라고 보셨어요? 아버지: 아...야하게 추는거? 도미노: 아..아니 그건 살사아닌가? 탱고는 상체만 붙이고... 아버지: 그러니까 야한 춤   할 말을 잃었다. 더 이상 진행하면 큰일나겠다란 생각을 했다. 그래도 지금 묻지 않으면 엄마의 댄스교습이 영원한 비밀로 묻혀버리겠다 싶었다.   도미노: 그게 티브이니까 쇼를 보여주려고 아르헨티나 스타일로 추다보니까 가슴을 붙이고 추는데 우리나라에선 원래 가슴을            띠고 춰요. 왈츠처럼...왈츠 보셨죠? 아버지: 왈츠 알지~ 도미노: 그러니까 탱고는 되게 건전한 춤이거든요. 사실 제가 요즘 탱고를 배우고 있어요.   아버지는 무척 놀라셨다. 앗! 엄마가 얘기를 안하셨구나...괜히 말했나? 돈 벌기도 바쁜데 시간낭비 왜 안하냐고 잔소리나 하지 않으실까 걱정됬다.   아버지: (고개를 끄덕이시며) 그래...그래야지. 거기서 참한 색시 만나 얼른 결혼해라! 도미노: (급 놀라며 화색이 돌아) 그 그래야죠! 하하하 탱고가 진짜 멋지더라구요.            이 춤이 꼭 남자가 리드를 해야 출 수 있는 춤인데 탱고추는 남녀가 결혼하면             부부생활 할 때도 집안이 아주 화목하게 돌아간다고 하더라구요~ 아버지:  그래? 그치! 리드는 남자가 해야지... 도미노: 아버지 근데 엄마가 탱고 배운 거 아셨어요? 아버지:  (화들짝) 뭐?   식은 땀이 났다. 아버지는 젓가락을 든 채 날 뚫어지게 쳐다보시고 난  물 수건으로 얼굴을 계속 닦았다. 마침 점원이 된장찌개를 가져왔다.   도미노: 저기요, 소주 한병 주세요. 점원: 네~   점원이 소주를 가져왔다.   아버지는 건강 때문에 안 드신다고 손사래를 치셨다. 난 혼자 자작을 했다. 아버지는 말없이 상추만 드셨다.   도미노: 아니...그 XX엄마랑 YY엄마랑 ZZ엄마랑 집에서 개인교습 받으셨대요~ 아버지: ...  도미노: 근데 시간이 없어서 잠깐 하시다가 그만 뒀대요. 아버지: ... 도미노: (쩔쩔) 아 좀 더 배우셔서 아버지도 가르쳐주고 같이 췄으면 좋았을텐데. 아버지: 재밌냐? 도미노: 네? 아버지: 탱고... 도미노: 네! 삶에 활력을 줘요. 그치...탱고 추고나서 혈액 순환이 잘 되요. 스트레스도 사라지고! 아버지: 건강에 좋겠네... 도미노: 네!!!   아차, 갑자기 죄송한 마음이 확 밀려왔다. 아버지 건강은 안중에 없고 혼자 즐기고 있는 내 자신이 불효막심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아버지와 어머니가 탱고를 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아버지와 어머니와 나와 내 아내가 함께 탱고를 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아버지와 어머니와 나와 내 아내와 내 아들과 내 딸이 탱고를 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 이토록 완벽한 가정~   도미노: 아버지...제가 매주 한 번 집에 가서 탱고 가르쳐 드릴게요. 엄마랑 함께 춰보세요. 아버지: (손을 저으며 얼굴이 붉어지시며) 아유 나  춤 못춰~ 도미노: 아..아네요! 되게 쉬워요! 아버지: 쉬워? 도미노: 그냥 엄마랑 산책하듯이 걸으시면 되요. 아버지: 그래?   순간 내가 한 말에 마음이 꽂혔다. 내가 밀롱가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마음이 무거워서다. 만약에... 아주 만약에...   춤을 신청 할 때 "저랑 산책 하실래요?" 라는 멘트를 날리고   LOD라인을 부담없이 걷는다면... 첫곡은 오픈 아브라소로 그냥 걷기만 하는 것이다. 그러다 자신감이 생기면 두번째 곡에 클로징을 하고 또 걷는 것이다. 그러다 자신감이 생기면 세번째 곡에 하고싶은 대로 배운 기술을 다 써보는 것이다. 동영상에서 눈여겨 본 것도 다 시험해본다...   제일 중요한 건 땅게라가 편안한 마음을 가지고 그녀가 즐거워해야 한다.   여자는 반드시 남자의 현란한 기술에만 즐거워하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엄마가 늘 했던 말 " 네 아빠는 내 맘을 헤아려주지 못한다..." 땅게라를 헤아리는 마음...그래! 내가 부족했던 것은 바로 그거야!   어쩌면 정신없는 청룡열차보다 편안한 회전목마를 더 좋아할지 모른다!   도미노: 아버지! 감사해요! 아버지: 뭐...뭐가? 도미노: 그...그냥 맛 있는 거 사주셔서.   밥을 먹고 나와 엘레베이타 앞에 섰다.  엘레베이타를 기다리며 아버지가 종이 컵에 담긴 커피를 마시는 사이에 난 나도 모르게 무게 중심을 왼쪽 오른쪽 이동하는 것을 반복했다. 땡!   엘레베이타에 탔다. 갑자기 뒤에서 다른 손님들이 몰려들어왔다. 아버지가 내 팔을 잡아 당기셨다. 난 놀라 아버지 얼굴을 보았다. 그 순간은 마치 영화의 슬로우모션 처럼 느껴졌다.    뭐지? 이 기분...그건 분명 평범한 당김이 아니었다. 마치 마음을 확 당기는 듯한 느낌이랄까?   이것이 바로 땅게라가 느끼는 바로 그 기분인가 !!! 아버지는 혹시 잠재된 꿈땅게?   엘레베이타가 내려가는 동안 아버지 품에 안긴 나는 심장이 계속 콩딱콩딱 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