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2월 31일, 세계는 종말론자들의 천국이었다. 수많은 어리석은 자들이 자칭 전지자들에게 전
재산을 팔아 돈을 바치기도 하고 몸을 바치기도 했다. 자정이 되면 인류가 종말을 맞을 터이니 내 말
을 듣는 자만이 나와 함께 천국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는 꼬임에 넘어갔던 것이다. 과학자들도 어리
석은 자들의 패가망신에 일조했다. 컴퓨터가 99 다음이 00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여 모든 핵탄
두가 제어되지 않고 적국을 향해 발사될 것이며, 하늘을 나는 비행기와 바다를 항행하는 여객선도 모
두 추락하거나 침몰할 것이라고 예측했던 것이다. 그러나 2000년 1월 1일은 어김없이 밝아왔다. 어리
석은 인간들의 예측과 달리 컴퓨터는 정확하게 연도 변화를 계산하여 어떠한 착오도 없이 입력된 모
든 연산을 수행한 덕분이었다.
1999년 12월 31일, 문화부장관 이어령도 전북 부안군 격포해수욕장 언덕에서 벌어진 소위 ‘20세기 마
지막 날 행사’에 참석하여 <해넘이 채화대>에 서명을 했다. ‘1999년 12월 31일 17시 13분 17초, 20세
기의 마지막 날을 기념하는 국가행사로 여기서 채화를 하고 이 조형물을 남긴다’는 서명이었다. 세계
지리학회에서 서기 1년부터 100년까지를 1세기로 정했기 때문에 20세기는 1901년부터 2000년까지
다. 그러한 사실을 모를 리 없는 대한민국의 최고 지식인인 이어령이 부끄럽게도 20세기의 마지막 해
를 정확하게 1년 앞두고 채석강까지 내려와 공직자들이 잘못 계산한 20세기 마지막 날 행사에 코미
디 같은 들러리를 선 것이다.
Y2K의 Y는 year의 약자고 K는 kilo(1000)의 약자다. 따라서 Y2K는 2000년을 뜻한다. 성급한 사람들은
몇 년 전부터 온갖 사기꾼들이 지어낸 Y2K 유언비어에 놀아났다. Y2K라는 용어 자체가 기독교에서
파생된 것이므로 유언비어의 진원지도 대부분 기독교였다. 유언비어는 침체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
는 긍정적인 효과도 낳았다. 이른바 사재기 덕분이다. 말로는 절대로 속지 않는다고 해놓고도 집에
들어가서는 아내와 함께 점빵으로 달려가 생수와 라면을 필두로 온갖 일상용품들을 잔뜩 사왔던 것
이다. 바가지요금으로 상인들은 희색이 만면했다.
종말론은 심심찮게 반복된다. 어디서 사소한 꼬투리라도 찾아내면 이를 침소봉대하여 종말론으로 확
산시킨다. 종말론을 이용하여 올리고자 하는 불로소득도 각양각색이다. 2012년에는 북아메리카를 중
심으로 마야人들이 만든 달력에 의한 종말론이 확산되었다. 태평양화산대 전체가 지진과 화산으로
폭발하거나 가라앉을 것이라는 과학적 예측이었다. 미국에서는 《2012년》이라는 영화를 만들기도
했지만 큰 호응을 얻지 못해 흥행에 참패하기도 했다.
Y2K나 마야의 달력이나 모든 달력은 인간들이 임의로 세월에 금을 그은 것일 뿐 천지운행에 쪼매라
도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이 간단한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허술하기 짝이
없는 종말론에 사기를 당한다. 최후의 천국이라는 감언이설에 속아 전 재산을 헌납하고 남태평양의
절해고도로 이민을 떠나 노예생활을 하고 있는 가짜종교 신도 400여 명도 마찬가지다. 기독교인들에
게 Y2K는 마리아와 예수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유대교도들에게는 5760년, 불교도들에게는 2544
년, 콥트교도들에게는 1716년, 무슬림에게는 1420년일 뿐이다.
시간개념 없이 동굴생활을 할 때 인간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오래 잤다. 지금도 외부 광선이 완전히
차단된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하루 생활주기가 24시간을 약간 웃돈다. 인간은 날짜와 시간과 분
초를 발명한 것이 아니라 그러한 단위를 재는 도구를 발명했을 뿐이다. 인간은 오랜 세월 일정한 주
기에 길들여져 왔기 때문에 이 주기가 바뀌면 생체리듬이 혼란을 겪게 되는데, 지구 반대편에 온 사
람이 시차적응에 애를 먹는 이유다. 내부 시계와 인간이 만든 시계 사이의 이러한 격차는 동쪽으로
날아갈수록 더 심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한때 아침형 인간이란 말이 유행하면서 일찍 일어나 활동을 시작하는 게 더 도덕적이라는 가치관의
왜곡까지 가져온 적이 있었다. 이는 나이 든 기성세대들이 젊은이들을 오도하는 주장일 뿐 사람은 저
마다 생체리듬이 달라 모든 사람이 아침형 인간으로 바뀔 수는 없다. 하루를 기준으로 잠이 들고 깨
는 것을 ‘Circadian(생물학적 주기) 리듬’이라고 하는데, 사람마다 다르고 같은 사람도 일생 동안 여러
번 바뀌기도 한다. 이를 무시하고 저녁 10시면 자녀를 무조건 재우려고 하는 부모는 아이를 괴롭혀
반항심을 조장할 뿐이다. 특히 10대 청소년들은 교감신경의 지배를 받는 솔방울샘[松果體]의 작용으
로 초저녁에는 잠이 오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멜라토닌 분비 감소로 수면시간이 줄어들어 저절로 ‘아침형 인
간’이 된다. 자녀들에게 의지의 문제라며 다그치는 것은 전형적으로 개구리 올챙잇적 생각을 못하는
경우다. 강한 의지력으로 아침형 인간이 된 게 아니라 늙어서 저절로 그렇게 된 것이니 애꿎은 자녀
들만 들들 볶을 일이 아니다. 자녀들도 늙으면 그렇게 된다.
예로부터 종교인들은 신도들을 통제하는 데 자정을 교묘하게 활용해왔다. 크리스마스이브에 드리는
기독교의 자정미사도 그 중 하나다. 이는 자정이 되면 마술이 효력을 상실하는 신데렐라 이야기를 비
롯하여 북유럽의 신화와 전설에서 표절해온 것이다. 이슬람권의 『1001야화』도 자정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북유럽의 긴긴 밤을 지루하지 않게 보내고 뜨거운 사막의 일상을 좀 더 흥미롭게 보내기
위해 만든 이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탐욕과 이기주의에 찌든 종교인들은 신도들을 현혹하여 권력과
부를 유지하는 데 악용해오고 있는 것이다.
출처:문중13 남성원님 글
첫댓글 체력이 허용하는한 남을 위한 봉사를 한다는게 가장 멋진 행복감을 안겨주는 인생행로, 93세 닥터 한 의 의료봉사 활동을 시청하며 느낀 마음입니다. 정신과 육체가 하나 거북함 없이 건강한 일상을 일구워 가는 장한 모습, 노후의 아름다움 입니다. 남을 위한 봉사야 말로 가장 멋진 삶을 엮어가는 인생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