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씨가는 사땁디(shatabdi) 기차
짜잔 소리에 길들여 질만하니 호화기차인 사땁디가 들어온다.
뉴델리발 보팔행인 이 기차는 이등차보다 무려 다섯 배 이상 비싸다.
대략 천루삐 정도니 하룻밤 잔 방값 백루삐랑 비교해보면 어떤지 알수있다.
우리네 ktx를 생각하면 비슷하려나.
한 줄에 세 명과 두 명 총 다섯 좌석이며, 가운데 탁자를 마주보며 진행방향과 역방향으로
좌석이 배치되어 있다.
기차에 올라 탄 사람들은 현지인 보다 외국인이 더 많은 것 같다.
유명한 화학도시 보팔로 가는 도중에 아그라나 자씨(카주라호, 오르차), 괄리어르, 산치 등 유명 관광지를 경유하니 관광열차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싼 차 답게 새벽 6시에 탑승하는 손님을 위해 아침도 제공하고-물론 세 시간 연착을 하다 보니 브런치가 되버렸지만- 차도 무료로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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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앉은 자리는 공교롭게도 중앙이라 탁자를 사이에 두고 외국인과 마주하고 앉았다.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 48시간 우리보다 두 배 이상 더 걸려서 온 클린트 씨라 하는데 환경재난구조사- 서해안 유조선 침몰처럼 유조차가 전복되어 기름이 유출되거나 하면 삽질해서 파낸다고 하는데 일반 삽으로 파내지는 않을 것 같다- 일을 한다고 한다.
아들과 부인처럼 보이는 이와 같이 앉아 있고 건너편 좌석에 또 두명이 있다.
잘 먹어서(?) 그런지 인도스럽지 못한 몸매를 자랑하는 가족들이다.
그런데 이 열차에서 만난 인도인들의 몸집도 이들과 비슷한 분들이 많으니 솔직히 어느 것이 인도스러운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아주 짧은 영어로 알아낸 사실이 이게 다다.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언어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끼고
마음을 접어야했다.
뉴델리를 출발한 사땁디는 선로 주변 델리시의 기차길 옆 오막살이의 풍경들을 보여 준다.
기차길 옆 양지에 나란히 앉아 아침 똥 나오길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도 있고, 간이역 플랫폼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천태만상의 사람들,
델리를 벗어날 쯤에 보이는 후마윤 묘의 장관등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들이 한가롭다.
델리 시를 벗어나니 대륙적 풍경의 넓은 들이 펼쳐진다.
세 시간 늦게 출발한 기차는 뭔 일인지 가다 멈춤을 계속 하면서 시간을 잡아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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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도 비행기처럼 어느 정도 달렸다고 생각할 때 밥을 준다.
컨티넨탈 식이라고 토스트와 잼 그리고 오믈렛 고로께와 블랙티가 나온다.
밥을 먹으려고 하는 데 맞은편에 앉아있던 클린트씨가 먹지 말란다.
“왜 먹지마.” “불결하잖아” “괜찮아, 인도사람이 먹는 거면 나도 먹는다.”
“그래라 그럼”
인디안 프라이스가 아닌 훠리너 프라이스를 내야하는 동병상련의 외국인 처지를
생각을 해준 것은 고마운데 좀 오버한 느낌이다.
식사를 제공해서 그런지 기차내에도 바퀴벌레가 많다. 창쪽 팔걸이 밑쪽이나 벽을 타고 기어다니는데
그중 한 놈이 우리 식탁위로 기어 올라온다.
이것을 발견한 클린트는 떡 두꺼비같은 손을 들더니 아주 빠른 솜씨로 후려쳐 죽인다.
그리고는 나를 보고 씩 웃는다.
'봤냐 코리안 나 이렇게 위생적인 사람이다.' 는 표정으로
손닦으라고 물휴지를 건넨다.
' 하하하하 어~~~ 메리칸! 봤냐? 코리안의 위생을'
제공하는 식사를 거절한 클린트는 일어나 엄청 큰 트렁크를 열더니 비스켓을 꺼낸다.
자신들의 점심이라면 어깨를 으쓱인다. 한마디로 코끼리 비스켓이다.
일행이 가져온 홍삼캔디와 홍삼젤리를 주니 미국스러운 캔디와 풍선껌을 봉지채로 들고 돌린다.
차창가로 보이는 유채꽃 같은 노란 꽃을 스님이 후추 꽃이라 한다.
아무리 봐도 유채나 얼갈이배추 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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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기차는 알듯 모를듯 예정보다 조금씩 늦어지는 느낌을 주더니 결국 아무것도 없는 곳에 한참을 서 있는다.
경찰들과 기관사가 모여 기차 밑을 처다 보고 뭐라 30여분을 떠들더니
아무런 조처도 없이 그냥 출발한다.
도대체 왜 그렇게 오랜 시간을 거기서 떠들었는지 모르겠다.
결국 그냥 출발할 꺼면서
한동안 변하지 않던 풍경이 아그라에 가까이 오면서 모래가 많은 토양으로 변한다.
원래의 일정이었으면 아그라에 내렸을 텐데, 기차편이 변경되어 아그라는 돌아가는 길에 들를 것이다.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야간개장을 한다는 타즈마할의 밤이 기대되었었는데.......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다는 인도니 모든 것은 상황에 맡겨야지.......
아그라에서 많은 사람들이 내리고 또 많은 사람들이 탔다. 물론 외국인이 더 많다.
큰 역마다 손님들의 트렁크 등 무거운 짐을 날라주는 포터들이 있고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아그라를 지나니 모래지형에 골이 파여 협곡 같은 풍경을 만들어낸다.
규모는 작지만 그랜드캐년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지형을 한참 동안 구경하며 신기해하는데
스님말로는 자연지형이 아니란다.
토사를 채취하다보니 그 사이로 빗물의 침식이나 강의 범람이 있어서 깍여 나갔단다.
그 말을 들어도 그 지형에 대한 경이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인간이야 손톱자국을 냈겠지만 저렇게 만든 자연의 행사에 경외감만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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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머무는 시골역에 보이는 아이들과 사람들의 행색이 남루하다. 사진기를 들어 몇 장을 찍으니 클린트가 저런 사람들을 보는 자기 마음이 슬프단다. 그래 나도 슬프다.
그러더니 나중에 이메일로 사진을 보내줄 수 있느냐고 명함을 건네준다.
그러마 하고 세사람 사진도 한 장 찍어줬다. 이왕이면 같이 찍을 걸 그랬나.......
(며칠전에 사진을 보내줬는데 아직 열어보지 않았다. 스펨이라 생각하나)
아그라를 지나 큰 역(돌뿌르)을 지나니 저 멀리 산 위에 멋진 성이 보인다.
평야에 솟아 오른 낮은 산 전체를 성으로 둘렀는데 멀리서 보아도 당당하다.
그 산 위에서 보이는 모든 평야가 그 성의 주인 땅이었을 것 같다.
인솔자인 법명스님에게 물으니 잘 모르겠단다.
그 성을 보면서 20분 정도 달렸을까 그 성이 점점 크게 보이는데 성위에 있는 방송탑을 보더니 괄리어르 성이란다.
“내가 왜 저걸 보고도 몰랐지.”
그러시면서 한 달 일정으로 오면 들르는 곳인데.
뭐가 멋있고 뭐는 어떻고 장광설을 늘어놓으신다.
이미 뉴델리 역에서 3시간 연발하고 중간 중간에 시간 까먹는 순간 인도는 열흘 일정으로 오면 안 되겠구나
마음먹었는데 또다시 불을 지피신다.
‘그래 다음에 한번 와야지.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괄리어르 다음 큰 역이 자씨(jhansi)역이다.
물론 한 번에 딱 가서 서지는 않았다. 그래도 도착했다.
오전 10시 40분 도착한다던 자씨
무려 네 시간 늦게 도착했다.
자씨역에서 숨은 곳이라는 이름의 오르차까지는 버스로 이동한다.
델리에서 카주라호와 오르차를 여행하기 위해서 내려야할 기차역 자씨는 외국인 관광객들로 매우 혼잡했다.
물론 이들에게 손을 벌리는 사람들도 덩달아서.
오르차까지는 버스로 30분 정도의 거리다.
한적한 시골길을 달려 오르차로 간다.
2007.11.25
첫댓글 청한님~~후기 읽으면서 인도 여행기 책으로 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마구 드네요~~..한가한 시간에..찬찬히 하나하나 음미하면서..내 기억과 내 느낌을 비교하면서 다시 읽어야 겠습니다~..한번 읽고 끝내기는 너무 아쉽네요~~~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잘 읽고 가니더 전 아직도 사진 정리 중입니다. ..
우리는 먹느라 자느라....못본인도를....역마다 자세히 잘 표현해주셨내요....청한님.......섬세하세요.....ㅎㅎㅎ
이렇게 자세하게 쓴 글을 읽다보니 마치 내가 동행 한듯..청한님,난 돈 벌고 있어요~~힘도 안 들이고 인도 여행 하고 있으니깐...^^
그날 그 기차안의 풍경이 새록새록 피어나네요~ ^^*
여기 저기 추천된 어느 후기보다 짜임새 있고 깊이 있고..........암턴 최고야요.
생각나네요 저사람들... 커다란 가방이 이삿짐보다도 많았었죠^^
또 다시 생각납니다. 잔시...괄리어르 성 설명도요...저 군.경찰들이 오동추님이 탄 자리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손꼬락질까지 해가면서 찾더니만,...결국 떠났어요...아마도 오동추님이 기차에 탄걸 아나봐요...푸하하하하~~ 오동추님 화이팅!!! 쿵짜락짝짝 삐약삐약....
그 외국인들 그럴려면 왜 인도에 왔데요? 외국여행중 배운것-- 먹을수 있을때 잔뜩 먹어 둘것.
그때 도시락안에 있던 차도 맛있었지만 달새님이 푸신 컵라면 맛은 끝~내 줬었습니다.
우리 앞에 앉은 인도 꼬마 아이는 잘사는집 아이 같았어요...집에서 찍은 동영상을 봤는데...파티하는 모습도 찍고.. 우리가 본 인도 사람들과 다르더구요.
범생의 기행문 같은 청한님의 후기로 차분히 인도를 공부합니다..... 그 미국인에게 플로리다의 오렌지가 맛있다 했더니...되게 반가워 하던 기억이 나네요.그리고 한국이 통일되기를 바란다해서 고맙다고 했지요..... 마음이 따뜻한 남자였어요..
맞아요....너네나라는 남북이 사이가 나쁘지 그래서 아니다 서로 통일하려고 노력한다. 남북한 모든 국민이 다 통일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했더니 자기도 통일되길 기원한다고 했지요....이제생각나네요...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빨리 후기 끝내야되는데 언제나 끝날려나
이것도 달새의 숲으로 모셔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