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자가 있었다. 로알 아문센(Roald Amundsen)과 로버트 스콧(Robert Falcon Scott). 두 사람은 1911년 비슷한 시기에 역사상 최초로 남극점 정복에 나섰다. 그리고 이들에게는 남극점 최초 정복이라는 목표 이외에도 많은 공통점이 있었다.
로알 아문센은 39세, 로버트 스콧은 43세로 나이가 비슷했다. 아문센은 북극으로 가는 북서항로를 처음 개척했고, 스콧은 남극원정대를 이끌고 남위 82도까지 정복하는 등 경험적 측면에서도 매우 비슷했다. 또한 이들이 남극점 정복에 나선 시기는 1911년으로 무전기나 핸드폰, 위성통 신망 같은 현대적 통신수단이 없었기에 조난을 당하면 구조를 요청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름에도 기온이 거의 영하 20도까지 떨어지고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최악의 상황에서 장장 2,250km 이상을 왕복해야 하는 환경이 같았다.
그러나 로알 아문센은 남극점을 정복한 뒤 성공적으로 복귀한 반면, 로버트 스콧은 도착지점을 16km 앞두고 사망했다. 과연 무엇이 이들의 운명을 갈라놓았던 것일까?
세계적인 경영 구루(guru; 스승)인 짐 콜린스( Jim Collins)는 『위대한 기업 의 선택』(Great by choice)에서 이 두 사람의 성공과 실패, 그리고 생과 사 를 가른 것은 바로 ‘얼마나 철저하게 준비했는가’였다고 진단하고 있다.
아문센은 남극점을 정복하기 위해 노르웨이와 스페인에 이르는 3,200km를 자전거로 완주하면서 체력을 키웠다. 뿐만 아니라 얼음과 추위, 그리고 눈보라와 바람 속에서 수 천년 동안 경험과 지혜를 쌓아 온 에스키모와 함께 생활하면서 ‘어떻게 하면 남극원정에 성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 그때 그는 개썰매를 끄는 법을 배웠다. 또 추운곳에 서는 지나치게 서두르거나 땀을 흘리면, 이동을 멈추었을 때 그 땀으로 인해 몸이더 얼 수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스콧도 에스키모와 함께 생활하면서 그들의 지혜에서 많은 것을 얻 을기회가 있었다.하지만 그는 자신의 경험을 믿고 있었기에 그저 상상력에 의존하여 준비를 했다. 그리고 남극점 도달을 위한 운송수단으로 썰 매개 대신 조랑말이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그의 생각과는 달리 조랑말은 눈길을 잘 걷지 못했다! 또한 그는 아직 남극과 같은 환경에서 성능이 검증되지 않은 모터 썰매를 선택했다. 1911년 당시의 기술력을 떠올려 보라. 결국 모터 썰매는 며칠이 지나지 않아 금방 망가졌고 조랑 말은 일찍 죽어버렸다. 그래서 스콧과 그의 대원들은 대부분의 여정 내내 무거운 썰매를 직접 끌면서 눈길을 헤치고 걸어야만 했다.
두 사람의 차이점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아문센은 식량 저장소를 설치할 때 주요 저장소에 총 20개의 깃발을 꽂아 두었다. 단순히 깃발을 많이 꽂은 것만이 아니었다. 깃발이흰 눈속에서 눈에 잘 띌수 있도록 검은색을 선택했다. 무엇보다 깃발을 저장소 양쪽으로 정확히 1마일마다 설치했다. 탐험대가 돌아왔을 때 진로가 살짝 어긋났다고 할지라도 목표 를찾을 수 있도록 시야를 폭 10km 이상 확보하기 위해서 였다. 또한 돌아오는 길에 남은 거리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1/4마일마다 쓰고 남은 포장용기로 표시를 해두었으며 8마일마다 검은 깃발을 꽂아두었다.
스콧은 어떠했을까? 그는 주요 저장소에 깃발을 하나만 꽂아두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가는 길에는 아무런 표시도 남기지 않을 정도로 대단한 용기(?)를 보였다. 결국 그 용기의 결과는 참담했다.
로알 아문센은 『남극』(The Antarctic)에 이런 명언을 남겼다.
“승리는 준비된 자에게 찾아오며, 사람들은 이를 ‘행운’이라고 한다. 패배는 미리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 찾아오며, 사람들은 이를 ‘불행’이라고 한다.”
아문센은 남극점을 정복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일들이 벌어질지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없었기에 스콧처럼 실패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전체 여정을 계획할 때 큰 사고와 우발적인 사건들의 위험을 최소화하도록 체계적으로 대비했다. 특히 그는 뜻밖의 사고로 대장인 자기가 죽더라도 다른 대원들이 성공적으로 행군할 수 있도록 하는 계획까지 세웠다고 하니 철저한 준비성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2012년에만 1,228개의 법인이 부도를 맞았다. 자영업자 10명 중 7명 은 3년을 버티지 못하고 망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여러 비즈니스와 프로젝트에서 성공하지 못하고 실패한다. 혹시 이들 중 많은 이들이 자신 의 실패를 준비성 부족이 아닌 ‘내가 단지 운이 없었을 뿐’이라고 푸념하 고 있지는 않을까? 그리고 당신은 또 어떠한가? 철저한 준비성이 없었던 자신을 반성하기보다 실패는 그저 불운이었을 뿐이라고 책임회피를 하지 는 않았는가?
1912년 1월 17일, 영국의 탐험가 로버트 스콧과 탐험대원들이 남극 점에 도달했을 때, 그들이 본 것은 노르웨이 깃발이었다. 로알 아문센이 이미 한 달 전인 1911년 12월 14일에 남극점을 밟은 것이다. 그리고 스콧과 그의 탐험대는 돌아오는 도중에 차례차례 목숨을 잃었고, 스콧도 귀환하지 못하고 도중에 세상을 떠났다.
스콧의 시신을 찾았을 때 그의 옆에는 일기가 있었다. 그리고 일기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
“날씨 운이 끔찍하게 안 좋다. 우리 팀에게 할당된 몫의 불운보다도 더 많은 불운이 닥치는 것 같다. 운이 차지하는 비중이 이토록 크다니!”
로알 아문센이 될 것인지, 아니면 로버트 스콧이 될 것인지는당신의 철저한 준비성이 해답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