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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의 어린이처럼
선물
출처 한국일보 : http://www.hankookilbo.com/News/Read/201812061045785477?NClass=HJ02
이사 온 지 얼마 안 되는 아랫집에 아기가 태어났다. 이름처럼 푸르게 넘실거릴 듯한 엄마에게서 태어난 작은 아기 이름은 정겹게도 ‘살구’란다. 눈발까지 내리는 날인데 나와 아버지는 산골 추위를 헤치고 나무하러 간다. 눈 내리는 솔숲에서 얼굴과 손발이 얼마나 시리고 추위에 온 몸이 뻣뻣하게 굳을까. 살구에게 선물하기 위해서다. 살구가 태어났으니 이제 ‘살구네 마당’이 되고, ‘살구네 식구’라 불리는, 살구네 집에 가져다주려고. 보일러도 없이 장작으로 불 피우는 살구네 집에 이보다 더 요긴하고 소중하고 정성 가득한 선물이 또 있을까. 이제 살구네 집은 ‘따듯’보다도 더 뜨겁고, ‘따뜻’보다도 더 은근하게, 오래도록 환히 ‘뜨뜻’해리지라.
행여 이상화, 낭만화 된 시골 풍경으로 여겨진다면 이 시를 내밀고 싶다. “외할아버지 오신다고/아버지는/내가 친구처럼 키우던 닭을 잡았다.//너무 화가 나고 슬퍼서/이불 속으로 들어가 한참 울었다.//그런데//얼마 뒤, 어머니가 닭을 푹 고아/상 위에 올려놓았는데,/나도 모르게 입에 침이 고이고/어느새 내 손에 닭고기가 들려 있다.//아버지가 나를 보고/씨-익 웃으신다.//나도 아버지를 보고/씨-익 웃었다.(‘닭 잡는 날’ 전문)
요즘 도시에서는 채식주의를 표방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이는 지극히 환경 파괴적이고 인간중심적인 현대 문명에 대한 최소한의 저항과 반성, 책임의식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반생명적인 공장제 축산업이 아니라 산골 마을에서 직접 닭 몇 마리를 키우며 특별한 날에 육식을 취하는 형태라면 그저 ‘씨-익’ 즐겁고 기쁘게 받아들일 일이다. 산밭에 콩을 심으며 “한 알은 벌레가 먹고/한 알은 새가 먹고/한 알은 우리가”(‘콩 세 알’ 부분) 먹자고 노래하는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시집은 그러한 삶의 터전과 철학을 ‘씨-익’ 웃으며 자연스레 받아들인 어린이의 목소리로 말한다. 어린이는 친구들의 집과 얼굴을 떠올리며 하늘의 별자리처럼 이어보고(‘서로 손잡고’) 천년 넘은 이팝나무를 보며 앞으로의 천년을 상상하는(‘오월’) 원대한 시공간을 살아간다. 자연이어서, 가능한 일이다.
김유진 어린이문학평론가ㆍ동시인
빛viit의 책 4권 행복을 찾는 사람들에게
제 3 장
정광호 약전(略傳) 1
인간의 삶과 평등을 위한 우주의 힘, 그 전령사
경상북도 대구에 말린 건어물사업으로 가세를 잡고 선비적 자세로 살아가던 한 사람이 있었으니, 본관이 하동 정씨라.
그는 일찍 학문에 뜻을 두었으나 시운이 불운하여 그 뜻을 펴지 못하고 양처를 만나 슬하에 다섯 형제를 거느리고 가업을 살피며 이러저러 세상에 바라 것 없이 살았더라. 다만 한으로 접어야 했던 뜻을 혈육 중 누구라도 이루길 바랐으니, 그것이 오로지 낙이요 희망 이었더라.
한편 시국은 해방을 맞았으되 통일이냐 분단이냐, 혁명이냐 반혁명이냐를 둘러싸고 내전 상태로 들어가 뒤숭숭하더니 종단(終端)에는 1948년 남한 단독정부가 세워지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던 때였더라. 뜻을 이루었다면 누구 못지않게 기국 문제를 고민하고 결사보국(決死報國)도 마다치 않았을 정씨는 그저 와글거리는 머릿속을 옛 선현들이 남긴 책들로 달래고 자식들 커 가는 것에 재미 붙이며 삭이고 있더라.
정씨의 부산한 머릿속을 헤아렸는가. 양처가 주안을 들여다 술을 권하고 위로하며 말하길,
“부군(夫君)의 뜻이 지금 이루지 못함은 모두 천주의 뜻이려니 겸허히 받으시고 훗날을 보심이 옳은 줄 압니다.”
적당히 취기가 돌아 양처의 말을 들으니 정씨도 마음이 풀리고 머릿속이 환해지는지라 다정히 두 손을 맞잡고 잠자리에 들었더라.
금실이 남달랐던 정씨 부부가 잠자리에 들던 날, 양처가 꿈을 꾸매 그 꿈이 기가 막히는데, 가을걷이가 끝난 들판에 양처가 홀로 바람을 맞고 서 있더라. 그 들판이 어찌나 넓은지 끝이 보이지 않아 하늘과 맞닿은 곳이 끝인가 하면 그것도 아니더라. 더구나 그 넓디넓은 들판에 볏단이 서 있으되 마치 행렬을 준비하는 고적대 모양 질서가 정연하였더라.
“참으로 신기한 일이로고. 볏단이 우째 사람처럼 열을 맞춰 서 있는가…….”
양처는 신기한 눈으로 볏단을 살피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휘익 출처를 모르는 바람에 실려 은은한 향기가 배어 나왔더라.
순간 놀라 주위를 돌아보니 찰라 열을 맞춰 서 있던 볏단들이 일제히 한 곳을 향해 코를 박고 엎드려 일어설 줄 모르더라.
볏단들이 엎드려 경배를 하는 곳을 향하니, 그 곳에는 작고 볼품없는 볏단 하나가 서 있었더라. 초라하기 그지없는 그 볏단으로 갑자기 빛이 쏟아지니 그 빛은 순식간에 온 벌판을 황금빛으로 물들이고 말았더라.
“이게 무신 조화고…….”
양처가 놀라 그 볏단을 바라보자 모든 볏단의 경배를 받던 작은 볏단이 저벅저벅 양처를 향해 걸어오는 것이라. 입이 떡 벌어진 양처는 뒤걸음질쳐 보려 했지만 걸음은커녕 눈도 돌릴 수 없었더라.
양처 앞으로 걸어온 볏단이 덥석 양처의 품으로 들어오는지라 당황한 양처가 그것을 양 팔을 벌려 품에 안자 은은한 향기와 더불어 따스한 온기가 온 몸으로 퍼졌더라.
꿈이 하도 신기하고 자신이 눈으로 본 듯하게 선명해서 양처는 눈을 뜨고도 한동안 꿈인 줄 모르고 망상에 잠겨 밤새 뒤척였더라.
그 일이 있은 후로 태기가 있더니 열 달 만삭이 되어 배가 팔공산 만큼 부풀자 깜빡 깜빡 조는 일이 잦아졌더라. 하루는 부푼 배를 뉘우고 잠깐 졸고 있는데, 어느새 양처는 드넓은 벌판에 서 있더라.
하늘 맞닿은 곳이 끝이구나, 하고 보면, 거기도 끝이 아니게 너른 벌판이었더라. 누런 빛으로 출렁였을 벌판에 볏단들이 나란히 정렬하고 서 있었더라.
“거 참, 신기하기도 하다. 볏단들이 사람처럼 줄을 맞춰 서 있다니…….”
그렇게 생각하다가 문득 꿈속에서도 언젠가 한 번 봤던 광경이라.
“이상하다. 내가 언제 이곳을 와서 이 광경을 보았을꼬…….”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오고 그 바람에 실려 은은한 향기가 퍼지자 준비나 했던 듯 볏단들이 일제히 한 곳을 향해 머리를 쑤셔 박고 엎어지더라.
“별 일도 다 봤다. 이게 무신 일이고…….”
볏단들이 엎어지며 향하고 있던 자리에 작고 볼품없는 볏단 하나가 우뚝 서 있더라. 양처는 불쑥 그 볏단을 가지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더라.
그러자 어디선가 눈을 뜰 수 없을 만큼의 강한 빛이 그 볏단을 향해 쏟아지더라.
“아, 아…….”
눈이 부셔 두 손으로 눈을 가리고 있는데 풀섶 밟는 소리가 들리는지라 살며시 가렸던 손을 내려 보니 어느 새 그 볏단이 양처의 앞에 와 서 있더라.
벌판을 둘러보니 다른 볏단들이 양처를 향해선지 아니면 양처 앞에 와 서 있는 작은 볏단을 향해선지 방향을 틀어 땅에 머리를 박고 엎어져 있고, 벌판은 온통 황금색으로 출렁이고 있더라. 놀라 입을 벌린 채 작은 볏단을 들여다보니 올올이 황금빛으로 빛나는 볏단이 성큼 다가와 양처의 품으로 파고들더라.
놀라는 가운데에도 양처는 그 볏단을 덥석 안고 두 팔에 힘을 주었더라. 가슴으로 따스한 온기가 퍼지며 어디선가 은은한 향기가 진하게 배어 나오더라. 푸근한 마음으로 꿈을 즐기는데 순간 배가 꿈틀거리며 해산기를 보이매, 양처는 꿈인지 생신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유난히도 노오랗고 작은 사내아이를 분만하였으니 그가 하동 정씨의 육남 광호라.
참으로 이상스러운 일은 아기 광호는 태어나면서부터 유난히 노란 빛이 돌았더라. 더구나 그 체구가 작고 말랐으되, 눈의 총기만 번뜩이니 알 만한 사람은 아기 광호가 후일에 뭔가 다른 일을 할 것임을 점치기도 했더라.
위로 이미 다섯 형제가 포진하고 있는 정씨 집안에 태어난 아기 광호는 특별히 새로울 것도 없고 각별한 사랑을 받았을 리 만무하였더라.
그러나 정씨 자신은 유난히 작고 볼품없는 광호를 마음 깊이 각별하게 생각했으니, 뭔가 끌리는 구석이 없지는 않았을 터.
어쨌든 아기 광호는 다섯 형제들의 손에 이리 채이고 저리 치이며 봄날의 새싹처럼 무럭무럭 자라더라.
어린 광호가 단어를 문장으로 만들어 말하고 잰걸음이 달리기를 할 수 있을 만큼 자랐을 무렵 슬슬 성품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는데, 그냥 놔두면 집안 거들나기 딱 알맞겠더라. 그 행실이, 집안에 모자라던 남든 먹거리 퍼내서 동네 아이들 나눠 주고 입던 옷가지도 마다 않고 벗어주고 오더라. 가족들의 걱정이 태산이었으나 모친 양처는 남모르게 지켜보며 대견해 하였고, 동네 사람들은 될 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며 어린 광호를 찬(贊)하여 높이 받들더라.
그 행덕을 유심히 살펴보면, 동네에서는 유지였던 정씨였으되 어느 덧 팔형제가 된 어린 광호네 역시 시대의 어려움을 부유하게 넘길 만큼은 아니었더라. 그 많은 형제들의 식사며 간식을 대기도 생활은 그리 여유롭지 못했으나 그래도 정씨와 양처의 살뜰함으로 먹이고 입히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더라. 예의 그 시대가 그랬듯이 팔형제의 간식은 텃밭에서 캐낸 감자며 고구마 찐 것. 그러나 김이 모락거리게 쪄서 소쿠리에 담아 마루에 내 놓기가 무섭게 어린 광호는 욕심껏 챙겨 밖으로 내달렸더라. 위로 다섯이요, 아래로 둘을 이겨내며 제 배불리기에 힘겨워 그랬던 것이 아니라, 동네 어귀에 쪼그리고 앉아 해바라기를 하며 노랗게 찌들어 가는 굶주린 친구들 먹이기 위함이라. 덕분에 귀가하면서 다섯 형들에게 알밤 세례를 감수해야 했지만. 번번이 날쌘 동작에 아무도 손을 쓸 수 없었더라.
한 편 정씨네 마당에 서 있는 오래 된 감나무가 있었으니, 가을이면 그 감이 겨우내 먹고도 넘칠 만큼 휘어지게 열리더라. 그런데 감이 익기 전에 이미 가지가지가 허전하도록 비는 일이 생기니, 그것은 바로 어린 광호가 그나마 익은 감만을 따서 담장 밖으로 던지는 행사를 벌이기 때문이라. 감이 익은 뒤에는 여유롭게 감을 따서 담장 밖으로 던질 수 없기 때문이었으되, 그 이유는 그 담장 너머에 땡감이라도 먹고 식통을 채워보려는 굶주린 사람들이 줄을 섰기 때문이라. 성장한 광호의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던 장면이 기억되는데, 그것은 바로 그 감을 주워 된장에 찍어 먹던 사람들. 어린 광호가 이유를 묻되, 왈
“떫은맛을 줄이기 위함이라.”
그 말을 들은 어린 광호 뒷일은 생각하지 않고 그 중 익은 감이랍시고 열심히 따 던졌더라.
어린 광호의 행실을 막고자 식솔들이 온 힘을 다 했으되 헛수고였더라. 어찌나 그 행동이 민첩하고 빠른지 현장을 잡기가 어렵더라. 하는 수 없이 저지르고 난 뒤에 잡아 족치면 그저 아무 말 없이 그 매를 감수하고 있더라.
정씨가 하도 가여워 양처를 말리니, 양처 왈
“나쁜 행동이어서가 아니오. 다만 칠실지우(漆室之憂)도 유분수지, 이러다간 집안 거들 나겠기에 그러는 것이오.”
거기에 정씨 대답하여 가로되,
“어린 것이 집어내어 남들을 먹이면 얼마나 먹이겠소. 그 일로 집안 거덜날일 없으니 부인은 너무 나무라지 마시오.”
정씨의 두둔이 아니었어도 아침에 맞았으면 저녁에 다시 뭔가 챙겨들고 나가는 광호인지라 어차피 양처가 말리기엔 부득한 일이었더라.
어느덧 어린 광호가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자 그 행실은 더욱 가관이었는데, 하루는 매서운 추위에 형들과 함께 나눠 입던 값비싼 외투를 입혀 보내며 양처가 다짐하기를,
“이것은 외조부와 외조모께서 특별히 보내 주신 선물인 반드시 입고 귀가하도록 하여라.”
대답은 호기있게 하고 등교한 광호가 자정이 다 되도록 집에 오지 않더라. 온 식솔들이 어린 광호를 찾아 나서니, 동네 어귀의 작은 빈 막(幕)에서 북풍한설에 사시나무 떨 듯 앉아 있더라. 연유(緣由)를 물으니 그저 입만 꼭 붙이고 앉았더라. 양처가 나서 꼬락서니를 보니 등굣길에 입혀 보낸 외투가 없더라.
“하이고, 이놈이, 또 거지에게 벗어주었구나…….”
긴 한숨을 내쉬며 탄식을 내뱉더라.
한참 꽃피고 새 우는 신학기가 시작 될 무렵의 일이었더라. 팔형제의 월사금 봉투를 가방에 여며 주며 양처가 신신당부하여 이르기를 잃지 말고 반드시 선생께 갖다 주라 했더라. 양처는 그 중 광호를 다시 불러 앉혀 이르기를,
“올 해는 부친의 경기가 좋지 못해 집안이 어려우니 반드시 선생께 갖다 드려라. 만일 그렇지 못할 경우 너는 학업을 포기해야 한다.”
어린 광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등교했더라. 그리고 몇 날을 아무 일 없이 등교하고 하교했으니 아무도 몰랐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더라. 하루는 광호 새 담임이 가정방문을 했으되,
“광호가 월사금을 내지 않고 학교도 나오지 않는 터라 무슨 일인가 싶어 이렇게 방문하였습니다.”
양처 그 말을 듣고 가슴이 철렁하여 광호를 찾으니 광호 왈,
“전 학년 때 짝꿍이 월사금을 내지 못하여 학교를 그만두게 되었으니 부모도 없이 다니면서 공부도 잘 하고 그 아이가 학업을 계속하는 것이 옳다고 믿어 그 아이의 월사금으로 내 주었습니다.”
정씨와 양처는 그 말을 듣고 말문이 막혀 그만 선생께 직접 광호의 월사금을 전했더라.
하루는 양처가 볕 좋은 마루에 앉아 오수(午睡)에 깜박이고 있는데. 뭔가 인기척이 나더라. 눈을 살그머니 뜨고 보니 어린 광호가 조용히 가방을 내려놓고 부엌으로 살금살금 가더니 뭔가 열심히 챙기는 소리가 들리더라. 양처 모른 체 하고 실눈을 뜨고 보니 쌀이며 김치며 된장에 고추장, 텃밭에서 일군 푸성귀까지 따들고 부리나케 나가더라. 살금살금 뒤를 밟으니 동네 뒤켠 개울가에 자리 잡은 거지 소굴로 가더라.
한편 대견스럽기도 하고 한편 걱정스럽기도 한 양처가 나오는 광호를 짐짓 꾸중하니 그 대거리가 또한 유구불언(有句不言)하도록 만들었더라.
“제가 세 끼 중 한 끼만 먹으면 안 되겠습니까?”
때는 바야흐로 경제의 난항기였더라. 어린 광호가 유년기와 아동기를 보냈던 50년대의 한반도는 원조물자에 매달려 1957년을 정점으로 빠르게 침체되는 불황에 빠져들었던 때였더라. 불경기, 실업, 물가고 속에서 농민이며 노동자, 도시빈민들은 끼니마저 이어가기 힘들어 어렵기 그지없는 생활고에 시달렸더라. 굶기를 밥먹듯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아버지는 이리저리 노동판으로 어머니는 드난살이로 머리가 조금 큰 자식 놈들은 구두통을 메고 거리로 나서거나 동냥으로 끼니를 때우던 때였더라.
그런 친구들이 도처에서 노란 물을 게우며 사그라드는 꼴을 어린 광호가 그냥 넘어갈 리 없었으나, 그 굶주림을 제 한 몸으로 어찌 충당할 수 있었겠는가. 그러니 어린 광호의 구제에 희생양은 불경기 속에서 살아 보려 애쓰는 부친 정씨뿐이었더라. 그래도 정씨는 어린 광호를 은근히 도왔는데.
하교를 하는 오후가 되면 어린 광호는 어김없이 부친 정씨의 건어물 상으로 출근을 했더라. 이유야 뻔한 것이 채를 썰고 남은 오징어 대가리며 멸치 등속을 슬그머니 주머니에 우겨 넣어 굶주린 친구들을 가져다 먹이려는 속셈이었더라. 그것을 알고 있던 정씨는 일부러 큼직하게 남긴 오징어 몸통을 한 축씩 묶어서 광호가 잘 보이는 곳에 놔두더라. 어린 광호에게는 그보다 좋은 물건이 없어 부친 정씨가 부러 딴청을 하는 동안 그것들을 챙겨들고 온다 간다 말없이 사라졌으니, 그래도 남을 돕겠다는 자식 놈을 이해하고 끝까지 챙겨주기까지 한 사람은 오로지 부친 정씨밖에 없었더라.
어린 광호가 하는 짓마다 남달라 모친 양처도 나름대로 고민을 했으니, 그 중에 감자를 캐면 몇 덩이, 고구마를 캐면 또 몇 덩이 묶어서 아예 광호가 들고 가기 편하게 광에다 놔두었더라. 모친 양처 역시 하느님을 믿는 천주교 신자였으니 광호가 하는 일이 무턱대고 말릴 일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던 터. 그러다 어느 날, 신부님께 고민을 털어 놓았더라. 모친의 고민을 들은 신부 왈,
“어릴 때부터 남을 구제하는 일에 힘쓰는 것을 보니 하느님의 자식이 분명합니다. 이제부터 복사를 시켜 후일에 좋은 성직자로 만드심이 어떠실지…….”
그리하여 어린 광호는 그 길로 복사가 되어 20년을 복사로 천주의 자식으로 살았더라.
광호가 아직 어렸을 때, 부친 정씨가 건어물 몇 덩이를 챙겨 집을 나섰으니 유독 광호를 찾아 손을 잡고 떠났더라. 부친과의 나들이인지라 어린 광호도 가슴이 뛰고 발에 풍선을 단 듯 붕붕 나르더라.
가는 길을 자세히 보니, 부친의 누이가 살고 있는 재 너머 마을로 향하는 길이더라. 광호에게 고모댁은 한다하는 집안으로 광호의 관심을 끌 만한 물건들이 많아 호기심이 많던 어린 광호의 발걸음이 더욱 가벼웠더라.
그런데 부친은 두 개의 재를 넘자 발길을 돌려 으슥한 곳에 자리 한 한 초가삼간으로 광호를 데리고 가더라. 어린 광호는 영문을 몰라 부친께 물으니 부친 정씨 왈,
“아비와 친하신 도경 어른댁이니라. 오늘은 그 분에게 약주나 대접하려고 왔다.”
고모댁의 진귀한 물건들을 상상하던 광호는 실망하여 고개를 외로 틀고 억지 춘향으로 부친의 손에 이끌려 도경의 집으로 들어섰더라.
“정주사! 어이구 여섯째 놈하고 왔구랴…….”
“허허, 도경께서도 그간 평안 하셨습니까?”
“나야 뭐……. 매일이 매일이외다.”
“광호야, 도경께 인사 여쭈어라.”
어린 광호 보아하니 앞을 못 보는 수염이 열자는 되어 보이는 노인이 어찌 자신이 여섯째인 것을 알았는지가 더 궁금해 데면데면 절을 하면서 묻기를,
“어르신께서는 어찌 앞을 못 보시는 듯한데 제가 여섯째인지 아셨습니까?”
눈을 지그시 감고 광호의 절을 받던 도경은 껄껄 웃으며 말하되,
“보이는 것만 아는 것이 아니다. 마음의 눈으로 보면 세상은 더욱 잘 보이니라 …….”
알 수 없는 도경의 말에 그저 고개를 주억거리며 주위를 살피니 도경의 손에 삼목이 들려 있더라. 다시 광호가 묻되,
“어르신 지니고 게신 그 나무는 무엇에 쓰는 물건입니까?”
도경이 대답하기를,
“이것은 천상천하의 진리와 말을 짚어 내는 것으로 대개 천기를 알 때 쓰는 물건이로다.”
어린 광호 속으로 생각하기를,
“이 어른이 바로 저 삼목으로 점사를 기똥차게 봐 준다던 그 어르신이었군…….”
도경에 대해서는 이미 어린 광호도 흘러 떠도는 풍문으로 들은 바가 많았던 터.
도경으로 말하면 이미 팔공산에서 일백 년 가까이 도를 닦았다고 하는 유명한 도사였더라. 그러나 어린 광호가 언뜻 보기에도 그저 외조부 정도의 나이였으니 일흔은 넘겼을까? 소문대로라면 팔공산에서 태어나면서부터 도를 닦았다는 얘긴지라. 기실 백 년을 도를 닦았는지 십 년을 닦았는지 누구도 증명할 수 없는 일이었으나 시공을 초월했던 손오공도 있고 보면 도경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세간의 항설을 그대로 시인해 두는 것도 좋을 듯 하리라.
어쨌거나 그것은 사담이었고, 도경이 당시 대구 장안을 떠르르하게 유명한 인물이었음은 틀림이 없었으니, 천문지리에 능통하고 구궁팔패니 육정육갑에 천지간 오묘한 진리에 아니 통달한 것이 없고, 육도삼략까지 무불통지했더라.
허나 도경은 아무나 만나 천기를 누설하는 일이 없어 꼭 자신의 마음에 드는 사람만 그 재주를 부려 천기를 누설했더라. 어찌됐든 그런 도경이 문득 어린 광호 쪽으로 고개를 돌려 감긴 눈꺼풀 안으로 눈알 돌리는 모습을 보이더니 줄줄 생년월일이며 그 간의 한 행실을 외더라. 차후 앞날에 대해 고민하더니,
“고단한 삶이 기다리고 있으되 그것을 고생으로 여기지 말라. 무릇 후일에 큰일을 할 사람은 초년의 곤함이 예사라. 조실 부친을 하면 네 곤함이 더해질 것이나 그것은 후일의 일에 과정일 뿐이니라.”
하더니 삼목 중 하나를 뽑아 만지막거리더니 벌떡 일어나 어린 광호를 향해 큰 절을 하니 광호도 부친 정씨도 몸 둘 바를 몰라 하더라.이어 하늘을 향해 삼배를 올리더니 부친 정씨의 손을 잡고 말하기를,
“정주사! 예삿일은 아니오. 아드님이 오색 창연한 옷자락을 휘날리며 사람들의 축복 속에서 빛을 발할 날이 있으오리다. 허나 그 모습을 정주사와 나는 보지 못할 것 같으외다…….”
도경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몰랐던 어린 광호는 그저 어리둥절하여 한 쪽에 무릎을 꿇고 앉아 별 아닌 벌을 서고 있었더라. 부친 정씨는 뭔가 예감이라도 한 듯 고개를 주억이며 도경과 가지고 간 건어물과 소주를 내어 불콰하도록 취기에 올랐더라.
“내 다시 말하거늘, 네 지금의 마음을 죽을 때까지 버리지 말거라. 그 마음 때문에 하늘의 뜻을 전할 날이 오리니 그 날을 위해 그 마음을 삿되이 쓰지 말고 반드시 옳은 일에 쓰도록 하여라. 그리고 정주사, 저 아이가 열 서넛이 되면 다시 나를 찾아오시오.”
하고는 부친 정씨와 세강 돌아가는 이치를 두런두런 밤이 이슥하도록 나누고 있더라.
그 후 청소년이 된 광호가 하교를 하자 기다렸던 듯 부친 정씨가 광호의 손을 잡고 집을 나서니 두 재를 넘어 도경의 집으로 향하더라. 왠지 그 날의 기억이 썩 좋지는 않았던 터에 광호의 발걸음이 천근만근 인지라 부친 정씨가 이르되,
“그날, 도경과 약속한 네 나이가 되어 찾아가는 것이니 마음을 비우고 가벼이 따르라.”
부친의 말에 광호는 아무 말 없이 따랐더라.
“정주사! 약속을 잊지 않고 여섯째와 함께 왔구려.”
도경은 마치 두 눈으로 확인이라도 한 듯 그렇게 반기며 두 부자를 맞더라. 이어 부친 정씨가 싸 들고 간 것들로 주안상을 차리고 마주하니 광호는 멀뚱히 한쪽 구석에 앉아 방안을 둘러보고 있더라.
“너 이리 좀 오너라.”
도경의 손짓에 머뭇거리며 다가서니 도경이 낡은 가방을 하나 내어주더라. 무슨 뜻인지 몰라 머뭇거리니 부친 정씨가 이르길,
“어른이 주시는 선물이니 냉큼 감사하게 받도록 하여라.”
광호는 하는 수 없이 그 가방을 받아들고 다시 제자리에 앉으니 도경이 이르길,
“네가 부친과 선산에 가서 네 마음이 이끄는 곳을 찾아 큰 돌을 박아 놓거라. 그 곳이 바로 부친이 묻힐 곳이니 반드시 네 손으로 그 자리를 보도록 하여라. 정주사! 인생고락이 끝나는 길에 그나마 저런 아드님을 두셨으니 그것을 복으로 알고 가십시오.”
그 일이 있은 뒤 부친 정씨와 광호는 선산을 찾았고, 도경이 이른 대로 광호의 마음이 이끌리는 한 곳에 큰 돌을 박으니 부친이 이르길,
“모두에게 이르겠으되, 반드시 이 아비의 시신을 저 곳에 수습하도록 하여라.”
눈에 보이는 일이 아니었기에 광호는 그저 고개만 끄덕일 뿐, 그 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더라.
그리고 광호가 입시를 준비하던 해 부친 정씨는 여한을 남긴 채 눈을 감았으되 그 모습은 평화로워 아무도 한이 남은 시신이라고 볼 수 없었으니, 그것도 광호의 후일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 성장한 광호의 생각이었더라.
정씨의 죽음은 곧 모친과 팔형제뿐 아니라 가산의 어려움을 예고하는 것이었더라. 오로지 가사의 일에 전념했던 모친이 가업을 이을 수도 없었고, 그저 이런 저런 일들로 먹고살기에 바빠져 더러는 학업을 포기하는 형제들도 나왔더라.
그 즈음 광호는 새로운 꿈을 안으니, 그것은 바로 세계에서 가장 시설이 좋은........... 1끝
빛viit의 책 4권
행복을 찾는 사람들에게
2000년 7월 7일 초판 1쇄 P. 225-239
첫댓글 "김유진어린이 문학평론과 귀한 빛글"정광호의 약전"을 함께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학회장님의 약전 빛이야기 읽는 내내 감사함만이 느껴집니다. 학회장님이 계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귀한문장 차분하게 살펴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운영진님 빛과함께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학회장님의 탄생기 성장기와 환란의 시기에 이 세상에 오실때의 신비로운 선조님의 예시에 빛과함께 하셨음을 감히
짐작할수있습니다 귀한 빛의글 가슴에 품고 오래남을 빛역사 …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학회장님 오래오래 만수무강을 빕니다
우주마음과 학회장님께 공경과 감사의 마음올립니다
하루를 시작을 함께함에 우주마음과 학회장님께 감사합니다
"빛의 책 4권 행복을 찾는 사람들에게" 정광호 약전1,
학회장님께서 탄생하신 순간 이미 선택된 귀한 분이심을 깨닫게합니다.
빛의 1세대를 학회장님과 함께 살아갈 수 있음을 감사할 뿐입니다.고맙습니다.
김유진의 어린이 처럼 "선물"
감동이 있는 동시 입니다..
정광호 약전 1. 인간의 삶과 평등을 위한 우주의 힘. 그 전령사
학회장님의 탄생에서 부터 어린시절
자세히 읽어 보았습니다.
생명근원이신 우주마음과 현존의빛과함께
하시는 학회장님께 감사와 공경의 마음을
올립니다.
학회장님의 약전을 보니 빛이 학회장님께 온 이유를 알수 있을것
같습니다. 하늘의 뜻을 알려주시는 학회장님께 감사드리고
학회장님을 통해 존재를 알려주신 우주마음께 감사드립니다.
어린시절 학회장님
모습이 눈에 비쳐옵니다.
우주마음과 학회장님께
공경과 감사올립니다.
귀한 문장 잘 읽어보고 마음에 새깁니다.
어린시절 학회장님의 귀한 선물 우주마음님 감사드립니다
귀한 글 올려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인간의 삶과 평등을 위한 우주의 힘,그 전령사 " 감사드립니다.
학회장님의 약전을 읽으며 어린시절의 학회장님의 모습을 자세히 알게되었습니다. 함께할 수 있는 오늘이 더욱 더 감사합니다. 현존의 빛과 함께 하시는 학회장님의 건강과 뜻하신 바 다 잘이루어지시기를 바라며 항상 함께 하겠습니다.
학회장님의 어린시절이야기.. 감동과 감사함을 느낍니다 학회장님을 보내주신 우주마음께 감사올립니다. 오직 초심의 마음을 지키시며 빛의 길을 걸어오신 학회장님 감사합니다
어려서부터 어려운 사람들에게 베푸는것을 생활하셨던 학회장님의 성품이 정말 훌륭하시고, 많은 감동을 줍니다.
우주마음께서 학회장님을 선택하신 이유 잘 알겠습니다. 귀한 글 감사합니다.
학회장님의 약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린이 마음으로 빛받으라는 학회장님 말씀이 생각납니다. 가장 순수한 마음으로, 주신 빛 잘받고 행복이라는 두글자로 또르륵 눈물 짓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영롱한 선물주셔서 감사합니다^^
학회장님의 어린시절 이야기 귀한글 잘 읽고갑니다 감사합니다.
학회장님의어린시절이야기를 더 많이 알게 되어
반가운 마음 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도와주는 마응 감사드리며
조금이나마
닮고 싶습니다
지하철 안에서, 학회장님의 어린시절의 이야기에 푹 빠져들었습니다.
소중한 이야기 정말 감사드립니다.
학회장님과 우주마음께 오늘도 감사드립니다.
많은 감동을 받으며 재밌고도 흥미롭고 신비스럽습니다.
학회장님께 우주마음께 감사와 공경의 마음 올립니다.
학회장님의 약전을 통해 지금 현존하는 우주근원과 함께 하시는 해답을 찾았습니다. 어린시절 부터 고운 심성을 가진 학회장님 감사합니다.
학회장님의 약전을 읽으며....*
탄생에서 부터 유년시절.. 남다른 고운 심성을 지니신 학회장님 ...존경하는 마음이 크고 깊습니다*
현존의 빛과 함께 하시는 학회장님 ..빛이 오신 이유를 알 수 있을 것같습니다
나눔* 섬김* 헌신 *사랑*훌륭하신 인품 ..
감사와 공경의 마음 높이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학회장님께 빛이 온 이유가 나눔이라 하시던 말씀을 생각하며 이렇듯 나눔이 몸에 배이셨구나 실감하게 하는 글 참으로 감사합니다 준비되신 분이신 학회장님 감사합니다
학회장님 약전을 다시 읽으니 또 재미있습니다. 옛날이야기 같아요...
마음풍경이 따뜻해지는 아름다운 동시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학회장님께서의 약전을 읽으며... 태몽꿈부터 예사롭지 않지만, 유소년기의 나눔실행의 이야기는 빛viit이 학회장님과 함께 하신 이유를 충분히 짐작하게 하고 고개가 숙여집니다!! 하늘의 뜻을 알려주시는 학회장님께 감사올리고, 학회장님을 통해 그 존재를 알려주신 우주마음께 감사올립니다!!
학회장님의 약전을 읽을며 어린시절의 과정을 알게 되습니다
나눔을 늘 실천 하셨던 어린시젋의 .이야기며 빛viit이 학회장님께 오신 이유와 태몽꿈 이야기 감사드립니다
우주마음과 학회장님께 감사드립니다.
학회장님을 보내주신 우주마음께 공경과 감사의 마음을 올립니다.
운영진님 정광호 약전1 ''인간의 삶과 평등을 위한 우주의 힘, 그전령사
(행복을 찿는 사람들에게) 귀한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학회장님의 삶을 재조명하게 되는 소중한 글 올려 주신 운영진께 감사드립니다.
어린아이처럼 빛의 선물 마음에 담고 나눔 실천에 뜻 따르겠습니다.
우주마음과 학회장님께 공경과 감사올립니다.
학회장님의 어린시절의 이야기 언제나 읽어도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소중한 글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존의 빛으로 이 땅에 오신 학회장님!!감사합니다!! 이 빛과 동시대에 함께할 수 있어 축복이고 영광입니다!!
감사합니다.
늘 잘보겠습니다.
늘건강하시고 기쁜시간되시기를기원합니다.
학회장님의 약전 잘 읽었으며 감사합니다.
학회장님의 어린시절 이야기 감동입니다 귀한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학회장님의 약전 소중한 이야기 감사드립니다.
다시 읽으니 더 마음에 와닿는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