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산길따라 비슬산으로...
* 산행일자 : 2008년 2월 28일(목요일)
* 날씨 : 맑음
* 동행자 : 나홀로
* 산행코스 : 가창면 용계초교-청룡산-880m봉(삼각점)-비슬산-778.1m봉(삼각점)-헐티재
* 산행거리 : 약 24km(gps)
* 산행시간 : 10시간 30분
* 구간별 산행시간
07:00 : 용계초등학교
08:14 : 달비고개
10:00 : 청룡산
10:55 : 사거리(도원지(우)/삼필봉(직)/용연사(좌)
11:56 : 용문사 갈림길
12:31 : 능선 삼거리
13:30 - 14:00 : 삼각점(880m)(이곳에서 점심)
14:26 : 옥포김흥 갈림길
15:19 : 도성암 갈림길
15:30 : 대견봉
16:09 : 용천사 갈림길
16:43 : 삼각점(778.1m봉)
17:17 : 677m봉
17:30 : 헐티재
매일 지도를 펼쳐 놓고 지리산 서북능선을 갈까? 지리의 변방인 삼봉산-금대봉으로 갈까? 아니면,
고헌산-운문령-가지산-능동산-오두산으로 이어지는 영남알프스의 작은 환종주를 할까? 하고 고민을 하다가
최근에 들어와 홀로하는 원거리 산행은 왠지 망설여져서 대구 9산 종주를 위한 준비산행을 겸해서
비슬산으로 산행지를 정합니다. 들머리인 가창교 지나 용계초등학교까지 아내의 배웅을 받고, 들머리에서
GPS를 켜니 이놈이 또 말썽을 부립니다. 위성이 잡히지를 않아서 한참을 기다려 보지만 먹통인지라,
그냥 출발을 했더니 20여분 후에는 정상 작동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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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성빌라 초소 우측에 있는 계단으로 오르면 보통의 경사를 가진 산길이 이어지며,
산불의 흔적들이 두군데나 되는데 모두 같은 날짜가 아닌 듯 불에 그을린 소나무의 잎이 다 다르네요. 동네의
뒷산답게 군데군데 사람들이 다닌 오솔길이 있고 세번 정도의 작은 봉우리를 왼편으로 우회하면
탁트인 능선에 당도합니다. 이곳에서 진행방면으로 산성산이, 우측으로는 팔공산과 수성구의 도심이,
좌측으로 보면 최정산과 주암산이, 돌아보면 용지봉이 각각 자태를 뽐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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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조망을 하고 조금 더 가면, 다음 그림에서 보듯이 580m봉 직전의 갈림길에서는,
직진하는 능선을 따라야 하는데, 무심코 왼쪽의 사면으로 갔더니(두세번 사면으로 가는 습관때문에)
능선과 자꾸 멀어지고 우측 산성산쪽으로 올라 갈 기미가 전혀 보이지를 않네요. 20여m 정도 우측으로
치고 오르면 이내 능선으로 진입이 되겠지만, 지금 가고 있는 이 사면길은 어디로 이어질까 궁금하여 계속 갑니다.
또 한차례 산불이 난 지역을 지나고 큰 오르내림이 없는 길을 가니 익숙한 곳, 바로 달비고개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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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비고개는 사실 5거리인 셈인데 이정표는 두개만 붙어 있습니다. 사진의 위쪽이
앞산/산성산 가는 방향이고, 제가 올라왔던 곳인 '가창교/가창면 사무소' 방면은 이정표에서 두시방향인데,
아무런 표시가 없어서 많은 사람들이 답답해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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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비고개 이후 등로에는 지난번에 내린 눈이 아직 수북히 쌍여 있여, 하얀 눈을 밟으며 완만한 경사가 진
호젓한 소나무 숲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은 큰 행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나무사이로만 보이는 앞산과 산성산에 대해
몹시 애닳아 하는데, 암릉이 나타나고 그곳에서 그 목마름을 달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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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릉바위를 지나면 또 다시 등로는 더 깊은 눈속에 파묻혀 더 부드럽게 느껴지지만,
갈수록 미끄러워지니 시각적인 느낌과 일차원적인 느낌이 많이 모순이 됩니다. 올라 선 청룡산 정상의
거침없이 탁트인 조망에 발걸음이 쉬이 떨어지지 않네요. 비슬산으로 향하는 능선의 힘찬 모습이 압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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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으로 탁트인 청룡산은 대구쪽에서 올라 가는 길은 훨씬 수월합니다. 2005년도에는 비슬산에서 앞산까지
종주를 했는데 청룡산을 오르면서 많이 힘이 들었던 기억밖에는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그때 보다는
훨씬 마음도 편안하며, 등로가 참 좋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깨끗하지는 않지만 낙동강도 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섬진강을 무척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저도
잘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그저 섬진강을 보면 마음이 평온해지고 가슴속에서 그 뭔가가 밀려옵니다. 오늘은
그래도 낙동강이 눈에 보이니 애써 섬진강을 대신해서 위로를 삼고 내려오니, 또 이정표가 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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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와 용연사 이정표(좌)
도원지/용연사/삼필봉 안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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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표는 잘 설치되어 있고 경사도 급하지 않으며, 육산이라 등로도 부드러워 걷기가 그만입니다. 게다가
이동하는데 큰 어려움도 없고, 굳이 멀리까지 돈들여 가면서 갈 필요가 있나? 라며 궁시렁거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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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비정/용문사 이정표(좌)
용문사 이정표(우)
아래 구글사진의 D지점이 용문사 이정표가 서 있는 지점인데, 이곳에서 400m 가면 E지점에 당도합니다.
예닐곱개 정도의 리본이 걸려 있고 북풍을 막아주는 바위가 있는 지점인데, 이곳에서 잠시 쉬어가도 좋답니다.
두번이나 우회길을 갔던터라 오늘은 직진을 하여 봉우리로 올라갑니다. 그런데 겨우 100m 올라가니
이정목이 있는 능선 삼거리인데, 지나온 능선이 한눈에 들어 오는 것이... 선택을 잘 한 듯 싶습니다. 이곳에서 좌측으로
조금 내려가면 G지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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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3분정도 내려가면 용연사와 샘터로 내려가는 삼거리를 지나고, 20여분 이상
등로는 아주 편안해 지다가 서서히 고도를 높여가는데, 등로에 쌓여있는 눈때문에 발걸음은 느려지고
삼각점에서 5m정도 떨어져 있는 禹氏之墓가 있는 봉우리로 오르는데는, 거의 60도 이상은 되는 가파른 지점이라
미끄러지며 올라서니 이런 멋진 조망을 안겨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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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점이 있는 880m 지점에서 점심을 먹고, 내리막 길을 8분여 내려오면 용연사 갈림길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곳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다녔는데, 이곳부터 비슬산까지는 한사람의 발자욱만 눈위에 찍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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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성암 삼거리에 오니 이곳은 고도가 높아서인지 바람이 차네요. 비슬산 가는 길은 눈이 녹아 질퍽거려서
조심해서 올라 갑니다. 드디어 오늘의 최고봉인 비슬산에 당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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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견봉에서 잠시 지도를 펴고 가야할 능선을 찾아 봅니다. 사실 초행길이거든요. 대견봉에서 유가사/대견사지로
조금만 가면 좌측에 작은 돌탑 하나와 헬기장이 있는데, 이곳에서 동쪽을 바라보면,
좌측에 높은 봉우리는 809m봉이고 우측에 뽈록뽈록한 낮은 능선이 헐티재로 가는 능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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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헐티재까지가 걱정입니다. 해는 뉘엿뉘엿 기울어 가고 바람은 차갑습니다. 헐티재 삼거리에 오니
헐티재가는 길이 뺀질 뺀질해서 한시름 놓습니다. 그런데 용천사로 하산하는 지점까지만 그렇더군요.
용천사 갈림길을 지나 삼봉재까지는 두세 사람의 발자국이 있더니 그 이후는 아무도 다닌 사람이 없습니다.
바람의 장난으로 등로로 몰린 눈의 높이에 긴장을 하며 연신 시계를 쳐다보게 됩니다. 산길을 가면서
간혹 너무 많은 리본을 보며 "이게 아닌데..." 라고 한적도 있지만, 대간을 하면서, 그리고 오늘같이 아무도 없는
산길에서는 사람을 만난 듯한 그런 살가움을 많이 느낀답니다. 드디어 778.1m봉(삼각점)에 당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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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희' 부부의 정성이 담겨 있는 표시판 입니다. 이들 부부의 표시판은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답니다. 두분의
산사랑에 경의를 표합니다. 이곳에서 약간 우측으로 등로가 꺽이며, 봉우리를 하나 올라서면
맞은편에 또 하나의 봉우리가 보인다. 이것이 지형도상의 677m봉이다. 이곳에 오니 헐티재에서
많은 사람들이 올라온 흔적이 있고 곧 저 아래 헐티재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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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 정대(좌)/도원지(우) B : 도원지(우)/삼필봉(직)/용연사(좌) C : 마비정 삼거리 D : 용문사 삼거리
E : 우회길 지점 F : 능선 삼거리(용문사(우)/용연사(좌) G : 옥포반송/정대(좌) H : 용연사 삼거리
I : 옥포김흥 삼거리 J : 도성암 삼거리 K : 헐티재 삼거리 L : 용천사 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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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어?????? 어떻게 구글 어쓰가 겨울 관측을 하고 있죠???? 한글버젼도 2002년초록 여름 그대로인던데요???--> 놀래서 확인해보니 이 구간만 겨울이네요. 거참^^
먼거리네요...... - -;; 일부 중간 구간은 비슬산 - 앞산 종주를 해봐서 눈에 익습니다. 제가 지리에 쪼금 눈이 밝은 편이지 않습니까?ㅎㅎ 2월말이 조금 외로우셨습니다^^ 그래도 산에서는 워낙 멋있는 분이시니 잔설에 무료했을 나무들과 산동물들은 이선생님께서 와주셔서 은근히 황송하고 반가웠겠습니다. 저는 무엇보다도 눈에 익은 지형들이 반갑고요.
오랜만에 청룡산의 시원한 조망을 대하니 반갑네요. 예전에 비슬산방향에서 오르다 너무 힘들다며 꼭지에게 맞아 죽을번한 곳이라서.. 들머리와 날머리는 저도 처음이라 눈여겨 봅니다. 외로우면서도 외롭지 않은 길.. 수고하셨습니다.
방장님의 편안하고 세심한 격려의 말씀에 늘 감사 드립니다. 운해님의 글은 더 반갑습니다. 건강하신가 해서요. 암튼 얼른 쾌차하셔서 산에서 한번 뵐 수 있기를 빕니다. 산사랑방님의 꾸준하게 이어가는 대간 길은 청룡산을 오르는 그런 훈련(?)이 있었기에 가능한가 봅니다. (ㅋㅋ 맞아 죽을 뻔도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