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날은 유월절 전날이었습니다. 성경은 유월절 전날을 준비일이라고 표현합니다. 유월절을 지내기 위해 유월절 양을 준비하여 하나님께 제사를 드릴 준비를 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유월절은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에서 종처럼 살고 있을 때,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출애굽하도록 하기 위해 열 가지 재앙 중 마지막 재앙으로 모든 장자와 처음 난 것은 죽게 하셨는데, 양을 잡아 그 피를 문의 인방(引枋)과 좌우 문설주에 바른 집은 죽음의 천사가 넘어가게 하였고, 이를 기념하는 날이 유월절(踰越節, Passover)라는 절기입니다. 한 양이 죽어서 그 피를 바른 집은 구원을 얻었던 것처럼, 예수님은 우리의 죄를 위해 친히 유월절 양이 되셔서 유월절 전날 십자가에 달리셔서 죽임을 당하시고, 그 피를 흘리셔서 우리를 구원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때가 유월절 명절과 맞아떨어지는 것은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한 대속(代贖)의 제물 되심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합니다.
유월절은 유대인들에게 있어서 매우 크고 중요한 명절입니다. 이런 명절에 십자가에 사람이 달린 것을 그대로 두는 것은 좋지 않았기에 유대인들은 십자가의 시체들을 치워달라고 하면서, 아직 죽지 않았다면 다리를 꺾어서 빨리 죽게 하여 십자가에서 시체를 치워달라고 요청합니다(31절). 예수님 양 옆에 달린 죄수들은 아마도 그때까지 숨이 붙어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그들의 다리를 꺾어 죽게 하였습니다(32절). 그런데 예수님은 이미 돌아가신 이후였기에 다리를 꺾지 않고 한 군인이 창으로 옆구리를 찔러 피와 물이 나오게 하여 죽은 것을 확인하였습니다(33절, 34절). 보통 십자가에 못이 박히는 처형을 받으면 십자가에 달린 후 보통은 2일에서 3일 정도까지 숨이 붙어있다가 죽는다고 합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 수 시간만에 죽는 경우도 있는데, 예수님은 약 6시간만에 돌아가셨습니다. 그래서 그 다리가 꺾이지 않았는데, 이것은 유월절 양을 잡을 땐 그 뼈도 꺾지 말라고 하셨던 것과 같이 유월절 어린양으로 우리의 죄를 위해 대신 죽임당하신 예수님의 대속(代贖)의 죽음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36절, 출 12:46; 민 9:12). 시편 34:20의 말씀도 연결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찌른 자를 보리라”라는 말씀은 스가랴 12:10의 말씀인데, 이 말씀이 이뤄졌음도 보여주고 있습니다(37절). 예수님의 죽음은 철저하게 예언대로 이뤄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35절에 “이를 본 자가 증언하였으니”라고 기록하고 있는데, “이를 본 자”는 요한복음을 기록한 요한 자신을 가리키는 표현입니다. 요한은 이러한 모든 상황을 그대로 지켜 봤고, 그렇기에 성경의 예언을 그대로 성취하는 모습을 그대로 목격한 증인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예수님의 돌아가심과 부활은 모두 명백한 사실이며 진실이라는 것을 말씀하고 있습니다.
38절부터 42절에는 의외의 두 인물이 등장합니다. 예수님의 시신을 장사(葬事)해야 하는데, 예수님의 제자들도 몸을 숨긴 상태여서 예수님의 장례를 어떻게 치러야 할지 고민이 되는 상황이었을 것입니다. 유대인들은 사람이 죽으면 그날 곧바로 장례를 치르고 무덤에 안장(安葬)하는 것이 관습이었습니다. 그런데 유대의 산헤드린(Sanhedrin) 공회원(公會員)인 아리마대(Arimathea) 사람 요셉이 자기를 위해 미리 파둔 무덤을 기꺼이 예수님의 무덤으로 내어드렸고, 역시 산헤드린 공회원인 니고데모(Nicodemus)가 몰약(沒藥, Myrrh)과 침향(沈香, Aloes) 섞은 것을 백 리트라(Litra) 정도를 가지고 와서 그 향품과 함께 예수님의 시신을 세마포로 싸서 아리마대 요셉의 무덤에 안장하였습니다. 몰약은 방부제 역할을 하기도 하고, 침향은 건조제와 방취제 역할을 하는 향료인데, 1리트라가 340g 정도이니, 백 리트라는 34kg나 되는 많은 양이었습니다. 몰약과 침향은 왕에게 드려지는 귀한 향료이기도 하였기에(시 45:8), 만왕의 왕이신 예수님을 왕으로서 대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사야 53:9에서는 메시아가 부자의 무덤에 있을 것이라고 기록하고 있는데, 부자이며 공회원인 아리마대 요셉(마 27:57)의 무덤에 안장되면서 그 예언이 이뤄졌습니다.
아리마대 요셉과 니고데모는 예수님의 제자였지만, 그것을 숨겨왔었습니다(38절). 아마 산헤드린 공회원이었기에, 예수님을 잡아 죽이려는 공회원들 앞에서 쉽게 드러내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예 예수님을 모르는 척했던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요한복음 3장에 보면 니고데모는 밤에 몰래 예수님을 찾아오기도 하였고, 요한복음 5:50, 51을 보면 니고데모가 예수님을 변호하기도 하였던 것을 볼 때, 예수님의 제자인 것까지는 드러내지 못하였어도 예수님을 긍정적으로 보는 경향은 보였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살아계실 때 드러내놓고 따르지 못한 것이 아쉬웠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처참하게 돌아가셨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때 드러내놓고 예수님을 시신을 빌라도에게 달라고 요청하고, 자기가 죽은 후에 묻히기 위해 미리 준비해 놓은 무덤을 기꺼이 예수님께 내어드리고, 몰약과 침향 섞은 것을 가지고 와서 당당히 예수님의 장례를 치르는 이 두 사람의 모습은 어디론가 숨어서 보이지 않는 예수님의 제자들과 대조가 됩니다. 예수님께서 돌아가셨음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의 제자임을 드러내는 이 두 사람은 진짜 제자다운 자들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아리마대 요셉의 무덤은 마침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 동산에 있었기에 해가 지기 전에 서둘러 장례를 치러서 아직 그 누구의 시신도 안치(安置)된 적이 없는 새 무덤에 안장되었습니다(42절). 예수님은 돌아가셨지만, 돌아가신 후에도 여전히 성경의 예언을 이뤄가셨고, 만왕의 왕이심을 보여주셨습니다.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달리셔서 돌아가신 만왕의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진정한 왕으로 모시고, 왕으로 대접하고, 왕이신 주님의 말씀에 따라 온전히 순종하는 삶을 살아가길 소망합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예수님을 따르는 그리스도인임을 숨기려고 하기보다는 기꺼이 우리는 왕이신 예수님을 따르는 자들임을 드러내며 주님을 영광스럽게 하는 삶이 되길 소망합니다.
(안창국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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