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산층 가정. 케빈 스페이시는 딸(도라 버치)의 친구에게 성적 욕망을 느끼고, 아내(아네트 베닝)는 바람을 피우고, 딸은 옆집 소년에게 사랑을 느끼고, 옆집 소년은 딸의 일거수 일투족을 몰래 카메라로 찍어대는 마약 중독자이고, 그의 아버지는 동성연애자이다.
이렇듯 겉으로는 너무나 멀쩡한 가정의 구성원들이 제각각 꿈꾸는 욕망이라는 것은 지저분하기 이를 데 없다.
개봉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자주 회자되는 샘 멘데스의 역작으로 평가받는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영화가 멘데스 감독의 데뷔작이라는 것이다.
아카데미를 비롯한 여러 시상식을 휩쓸며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레스터 번햄(케빈 스페이시 분)은 좌절감으로 가득 찬 잡지사 직원으로 하루하루를 무기력 속에서 살아간다.
그가 하루 중 최상의 기분을 느끼는 때는 단지 샤워실에서 자위 행위를 할 때뿐이고, 그 후는 모든 것이 곤두박질 친다.
아내와 딸은 그가 한심한 실패자라고 낙인찍어 놓았고 직장의 상사는 그를 해고하기 직전이다.
부동산 소개업자로 일하는 아내 케롤린는 수완가로 자처하고 완벽주의를 외치며 물질만능의 길을 추구한다.
한때는 사랑을 했을 법한 둘의 현재 결혼생활은 단지 남들에게 과시하기 위한 형식뿐이고, 외동딸 제인은 전형적으로 반항적인 10대 소녀가 아버지를 향해 내 뱉는 분노를 넘어 아예 사라져 주길 바랄 정도로 미워한다.
제인의 학교를 방문한 레스터는 딸의 되바라진 친구 안젤라를 보는 순간 한 눈에 욕정을 품게 된다.
이것이 레스터로 하여금 자신을 완전하게 변화시키는 동기를 부여한다.
자기를 해고하는 상사를 공갈 협박하여 목돈을 받아 내어 젊은 날 갖고 싶었던 오래된 스포츠카를 구입하고, 안젤라를 염두에 두고 보디빌딩을 위해 차고에서 벤치프레스를 하는가 하면, 고급 마리화나를 피기 시작하고, 새로운 직업으로는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는 햄버거 가게에서 고기를 굽는 것이다.
레스터는 기억 속에서 이미 사라진 자신의 소년기를 회복하려는 듯이 자유를 추구한다.
하지만, 옆집으로 해병대 출신 대령 가족이 이사 오면서 일은 복잡해진다.
사무적으로 철저해 보이고 군대식 권위로 동성애자를 경멸하는 대령에게는 기죽어 사는 아내와 말없이 기분 나쁘게 온갖 것을 비디오로 찍는 취미를 갖고 있으며 대마초를 밀매하여 큰돈을 만지는 고교생 아들이 있다.
제인은 곧 조용하고 진지하게 사물을 바라보며 신념이 강해 보이는 리키에게 관심이 깊어지고, 친한 친구였던 안젤라는 자신의 성 경험에 대하여 자랑을 들어주던 제인으로 부터 외토리가 되자 레스터와의 색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그사이 케롤린은 성공한 부동산 대리인과 바람을 피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하여 사격장에 나가 신나게 총을 쏘아 댄다.
아메리칸 뷰티란 말을 직역하면 미국인 미녀가 되지만, 다층적인 해석이 가능하다. 우선 워싱턴 DC를 상징하는 장미의 한 품종이기도 하다.
초반에 캐롤린이 열심히 정원을 손질하고, 작중 레스터의 환상에서 장미가 쏟아지는 것과도 연관이 있다.
한편으로는 이 영화가 미국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중시해온 '아름다운 가정'을 완전히 뒤틀어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아이러니를 담은 제목이기도 하다.
극 중에서 미국인 등장인물 개개인이 본인들만의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제목이라고 볼 수도 있다.
즉 여성의 복부와 장미를 담은 자극적인 포스터에 더해 19금 영화라는 점을 통해 관객동원력을 높히기 위한 고도의 페이크형 제목에 가깝다.
프랭크 피츠는 레스터와 리키의 우정을 수상하게 여기기 시작하고, 급기야 레스터가 알몸으로 운동을 하고 있는 장면을 찍은 리키의 녹화본을 발견한다.
피츠는 레스터와 리키가 동성애자가 아닐지 의심하기 시작하고, 자동차 차고의 창문으로 그 둘을 지켜본 후 그 두 사람이 성적인 관계로 얽힌 사이라고 단정한다.
결국 그는 리키를 때리며 동성애자가 아니냐며 비난을 하나, 리키는 자신이 동성애자가 맞다고 거짓말을 하고 결국 피츠에 의해 집에서 쫓겨난다.
리키는 제인을 찾아가 뉴욕으로 함께 도망가자고 제안한다. 이때 제인은 앤젤라와 아버지 문제로 다투고 있었는데, 리키는 그런 앤젤라를 지루하고 평범하다고 비난한다.
영화는 분명히 허구의 세계이지만, 우리에게 다가오는 영화 속 인물들은 다양한 성격과 외양은 나 한 사람을 구성하는 수많은 모습 중 하나일 때가 많다고 주장하는 저자는 실제 환자를 분석하듯 영화 속의 등장인물의 삶을 정신분석학적으로 분석하여 편하게 해석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