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가 어릴 때 아버지 사업이 쫄딱 망하여 온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서 각자 친척 집에 얹혀 산 적
이 있었다. 그때 아이유는 그 고달픈 신세를 비관하여 좌절에 빠지는 대신 내가 빨리 돈을 벌어서 가
족들이 다시 한집에 모여 살 수 있도록 하겠다고 굳게 결심했다. 요즘 아이들 말로 타고난 멘탈 갑이
었던 것이다. 가수가 되기 위해 기획사의 오디션에 도전했다가 수십 번 떨어졌을 때도 포기하지 않
고, ‘언젠가는 꼭 가수가 될테니까 괜찮아’ 하고 자신을 다독거리며 계속 도전하여 결국 데뷔에 성공
했으며, 오래지 않아 최고의 가수가 되었다. 아이유는 어릴 때 결심했던 대로 부모에게 좋은 집을 사
드려 온 가족이 함께 살고 있다.
아이유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각 대학에서 특례입학 제안이 빗발쳤다. 남자든 여자든 대부분의
아이돌 가수들은 제안을 즉각 수락하여 대학생이 되었다. 개중에는 활동을 자제하면서 학업에 열중
하여 지식세계를 넓힌 연예인도 있었지만, 더 많은 연예인들은 대학에 적만 걸어놓은 채 껍데기 졸업
장을 받았다. 아이유는 처음부터 접근 방법이 달랐다. 모든 제안을 단호하게 거절하고 끝내 대학을
가지 않은 것이다. 이유는 명쾌했다. 열심히 공부한 동기들도 떨어지는데, 고등학교 때도 연예활동을
하느라 제대로 출석하지 못한 자신이 무슨 염치로 특례입학을 받아들이느냐 하는 것이었다. 대신 틈
나는 대로 외국어도 익히고 독서도 열심히 했다. 《효리네 민박》에서 난해한 「카라마조프 형제
들」을 읽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힌 적도 있었다.
그냥 강하기만 하면 부러진다. 아이유는 유연하면서도 타인에 대한 배려심까지 깊다. 아이유의 팬클
럽 ‘유애나’의 가장 중요한 규칙은 ‘조공 금지’다. 자신에게 어떠한 선물도 하지 말라는 아이유의 뜻을
받아들여 회원들이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말이다. 회원 가운데 콘서트에 꼭 오고싶은데 형편이 여의
치 않은 사람이 있을 때는 아이유가 티켓을 사서 보내고, 경우에 따라서는 교통비와 숙식비까지 제공
한다. 아마도 자주 있는 일인 모양인 듯 아이유 팬들은 이를 ‘역조공’이라고 표현한다. 대신 형편이 닿
는 회원들은 아이유가 해마다 수 억 원의 기부금을 낼 때마다 십시일반으로 돈을 보탠다. 아이유는
연예인 가운데 이름난 고액 기부자다.
한 번은 무슨 시상식에 아이유가 참석하지 못하여 팬 카페에 이를 아쉬워하는 글들이 올라온 적이 있
었다. 글을 읽은 아이유는 즉시 시상식장으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화려한 무대의상으로 갈아입은 뒤
불 꺼진 레드카펫에 올라가 인증샷을 찍어서 팬 카페에 올렸다. 종일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도 자신
을 아끼는 팬들이 실망하는 모습이 안타까워 시상식장을 찾아간 성의는 팬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지
극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팬들도 그 마음을 다 안다. V자 표시를 하고 있는 아이유의 사진
을 보면서 울매나 가슴이 뭉클하던지.
2017년 9월 23일, 서울의 한 예식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결혼식이 막바지로 접어들어 신부의 동생이
언니에게 고마움이 담긴 편지를 낭독했다. 가슴 찡한 절절한 사연이었다. 이어 결혼축가 반주가 흘러
나왔다. 그때 런웨이에 아이유가 나타나 ‘안녕하세요, 아이유입니다’ 하더니 축가를 부르며 산랑 신
부에게 다가왔다. 하객들도 놀랐지만 가장 놀란 사람은 신부였다. 자신이 아이유의 팬이기는 하지만
설마 아이유가 축가를 불러주리라고는 상상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신랑도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
했다. 꿈도 꾸지 못한 축복이었던 것이다.
사연은 한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부의 동생인 임현주(24세) 양이 아이유의 소속사로 간절한
편지를 보내왔다. 임 양이 초등학교 5학년 때 부모가 이혼을 하여 삼남매는 엄마와 함께 살게 되었다.
맏이로서 책임감이 강한 언니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곧바로 취업하여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시
작했다. 뿐만 아니라 엄마에게 집도 사드리고 두 동생을 대학까지 보냈다. 그러다 보니 막상 자신의
결혼자금이 없어 연애 7년 만에 간신히 결혼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동생으로서 물질적으로는 무엇
을 해줄 능력이 없었다. 생각 끝에 아이유 팬인 언니를 위해 아이유가 축가를 불러주면 큰 선물이 될
것 같아 편지를 보냈다는 것이다. 소속사에서는 아이유에게 사연을 전했고, 아이유가 흔쾌히 축가를
부르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 사연이 아니어도 아이유는 회사 직원들이나 지인들의 결혼식 때면 자청
해서 축가를 불러준다.
이윽고 신랑 신부의 5~6미터 앞까지 다가온 아이유는 특유의 고운 목소리로 정성이 가득 담긴 축가
를 계속 불렀다. 축가는 <첫사랑이죠>, 아이유는 신랑과 신부의 이름을 넣어 개사하여 부름으로써
축가에 의미를 더했다. 결혼식이 끝나고 대기실에서 신랑 신부를 만난 아이유는 준비해온 선물을 건
넸다. 와인과 와인 잔, 그리고 신랑 신부의 잠옷이었다.
“어머, 잠옷을 준비하지 못해서 걱정하고 있었는데…”
신부는 감동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그 자리에서 동생도 아이유와 처음으로 인사를 나누었다. 임 양
역시 유애나 회원이라고 밝혀 즉석 팬미팅 분위기를 더욱 흐뭇하게 만들었다.
아이유는 10년째 카카오M이라는 작은 기획사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다. 재계약 때가 되면 늘 대형 기
획사에서 훨씬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러브콜이 몰려들지만, 아이유는 평생 이 회사와 함께 갈 것
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무명 신인을 지금 이 자리까지 성장시켜준 데 대해 신의로 보답하겠다는 생
각이다. 아이유의 연간 소득은 음원수익, 공연수익, 방송출연료, 광고수익 등을 합쳐 최소 200억 원은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이유가 공연을 할 때면 27명의 스태프가 움직이는데, 재계약을 할 때
마다 아이유는 두 가지 조건을 내건다. 이 스태프 전원의 고용을 보장해줄 것과 복지를 증진해줄 것
이다. 자신에 대한 처우는 항상 백지 위임한다. 참으로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됨됨이다.
출처:문중13 남성원님 글
첫댓글 아이유 같은 가수와 동시대에 산다는 게 자랑스럽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계속 감동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오늘부터 아이유의 팬이 되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