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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우리나라 제작진들도 청소년 취향의 애니를 만들고 싶어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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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의 환경이 그걸 용납치 않는다' 라고 하면서 라젠카를 예로 들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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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자랑'님께서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부탁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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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젠카의 뒷얘기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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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미 아시는 분도 많겠지만 어쨌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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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년 연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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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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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을 중심으로 모여 앉은 스탭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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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탭1: 타켓을 어떻게 잡아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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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탭2: SF애니메이션이라면 13세 미만이 정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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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탭3: 이번엔 뒤집어 봅시다. 타켓의 연령도 올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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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에도 파격적인 성격을 부여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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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탭2: 모험이군.그럴 필요까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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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탭1: 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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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탭3: 당연히 휴머니즘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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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탭4: (혼자 중얼거린다)....진부함을 죄악시하는 분위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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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년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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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접선장소(역삼동의 R커피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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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주한 커피숍 구석 자리에 마주앉은 L과K 두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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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스트로우로 콜라 잔을 저으며)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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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좋은 소식은 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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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대단한 스폰서가 투자에 참여하기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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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나쁜 소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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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그 스폰서가 장난감 회사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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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떨리는 손으로 커피잔을 집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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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작업을 뒤집어 엎으라는 이야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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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거대 로봇이 등장해야 합니다. 하나도 안되고 셋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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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말없이 머리를 쥐어뜯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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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기획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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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외 없이 담배를 피우는 스탭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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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탭1: 로보트가 매 회 등장해서 전투를 벌어야한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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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탭2: 로보트 만화가 따로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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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회 다른 로보트를 등장시켜 부숴버리면 그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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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탭3: 다른 방법도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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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탭4: (독백)..진부함으로 회귀하는 분위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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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년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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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프로덕션 건물 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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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컵을 든 채 얼어붙은 두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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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1: 방근 우리 앞을 지나간게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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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2: (몸서리 치며)글쎄. 유령이 아니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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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척거리며 걸어가는 K의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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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한계야. 애니메이션은 정말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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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기획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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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욱한 담배 연기 속의 실루엣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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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 탓인지 카랑카랑한 목소리들이 튀어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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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바꿉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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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난 못 바꿔. 당신이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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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내가 왜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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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자...진정들 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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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년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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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의 맥주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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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한 듯 눈동자가 다소 풀려있는 K와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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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슬슬 지치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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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면역의 세균이 부족해서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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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우린 뭘하고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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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시체로 강을 메워 다리를 만드는 작업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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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간 그 다리를 딛고 달려갈 한국애니의 본진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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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년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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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프로덕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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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벨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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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수화기를 집어들며) 어떻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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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소리) 잘됐어요. 결국은 그가 음악을 맡기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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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의외군. 이유가 뭐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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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주인공 성격이 더러운게 마음에 들었다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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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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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라젠카의 음악은 신해철이 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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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년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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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의 소주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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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한 양의 소주병이 세워진 테이블. 어지러이 흩어진 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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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를 늘어뜨린 채 앉아있는 세사람(K.L.A). 침통한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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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5시 10분이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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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5시 10분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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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5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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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텀. 움직임 없이 앉아 있는 세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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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발작적으로 술을 따라마시는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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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젠장, 5시 10분이란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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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K의 술병을 빼앗아 자기 잔에 부으며) 유치원 아이들은 볼 수 있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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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4차 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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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대한민국 만셉니다. 방송국 만세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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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결국 20억짜리 유아용 만화 잔치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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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어쨌거나 모든 스탭이 열심히 했어요. 그러면 된 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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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비틀거리며 일어난다)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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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역시 비틀거리며)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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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강을 메우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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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시체가 되자는 말씀 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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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없이 술집을 나서는 세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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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안습입니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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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첫 만남과 어울림의 장
[답변]
영혼기병 라젠카.. 그 뒷 이야기
혼자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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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453
06.07.28 17:48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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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눈물나네요 진짜...ㅠㅠ
무려 10년이 지났건만...언제까지 제자리걸음만 할건지..
감사드립니다. 슬프군요...
으허허 슬픈 현실이네요;ㅁ;정말.
라젠카뿐이었겠습니까....가이스터즈도...장보고도....다아 저랬겠죠...보고싶어도 못보는 시청자들 원성들어가며...
장금이도.... 보고 싶으나 볼 수 없었던...
라젠카, 가이스터즈 마봉춘에서 했잖아요.ㅠㅠ 장금이가 성공했으니 (:) 시간 바꿔줄까요?
가이스터즈 전편 한국판 들을 수 없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