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 역사상 노히트노런의 문턱에서 아쉽게 주저앉은 투수들은 숱하게 많다. 특히 10일 김광현처럼 아웃카운트 단 1개를 남기고 노히트노런을 놓친 투수의 아쉬움은 당사자가 아니라면 그 누구도 모를 것이다.
2008년 7월 4일 대구 삼성전에서 KIA 선발투수 이범석은 9회말 2사까지 상대를 무안타로 틀어막았다. 타석에는 삼성의 박석민. 9회까지 직구가 150㎞를 넘나들 정도로 이범석의 구위는 여전했다. 박석민은 3루 라인 방면으로 깊은 내야땅볼을 때렸다. KIA 3루수 김주형의 어설픈 수비가 겹치며 박석민은 결국 내야안타로 1루를 밟았다. 이범석은 한참동안 고개를 떨군 채 아쉬움을 곱씹어야 했다. 마지막 내야안타 1개가 8년만의 노히트노런을 저지한 것이다.
롯데 좌완 장원준은 아웃카운트 2개를 남기고 노히트노런을 놓친 경우다. 2005년 7월 26일 KIA전에서 9회 1사까지 무안타로 버틴 장원준은 이종범에게 1루 방면 내야안타를 내주며 땅을 쳐야 했다. 이 밖에 해태(KIA 전신) 박진철은 1999년 4월 17일 현대전에서 8회까지 무안타였으나 9회들어 사구와 4구로 무사 1·3루 위기를 자초한 뒤 박경완의 스퀴즈 번트에 점수를 내주고 말았다. 프로원년이었던 1982년 8월 15일 삼성 황규봉은 삼미전에서 8회까지 퍼펙트로 막아나가다 9회 첫 타자에게 안타를 맞아 기록 달성에 실패했다. 프로야구 역사상 첫 퍼펙트게임, 혹은 노히트노런이 나올 뻔 했던 순간이었다.
정진구기자 jingooj@